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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둘이 있으니 행복도 두 배? 분유를 먹는 아이들은 한 달에 분유와 기저귀 값으로 최저 20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우리 둘째는 모유를 먹고 기저귀도 저렴한 '일자형' 기저귀를 사용해서 비용이 덜 든다. 정말 다행이다.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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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8월에 둘째를 낳으면서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갖게 된 재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부동산 붐에, 주식 투자 붐에 경제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경기와 상관없이 큰애가 네 살이 되면서 동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부쩍 들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니, 혼자 노는 것도 딱하고 나중에 부모가 세상 떠나면 든든한 가족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둘째를 가졌고 예쁜 딸이 작년 여름에 태어났다.

둘째가 태어날 시기만 하더라도 주식과 부동산이 조금 시끄럽긴 했으나, 지금처럼 막막한 상태는 아니었다. 남편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두 아이 정도야 고생 안 시키고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심 있어 보였다.

아이 둘이 있으니 행복도 두 배?

우리 큰애는 의젓한 다섯 살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며 육아에 한몫하신다.
 우리 큰애는 의젓한 다섯 살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며 육아에 한몫하신다.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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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이 있으니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나도 결혼 전에는 직장 생활을 꽤 오래한 베테랑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마가 집에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쉰 지도 꽤 되었다. 우리 가족의 생계는 남편 혼자 짊어지게 된 셈이다.

커다란 눈의 둘째는 언니와는 다른 순한 성격 덕분에 큰애를 키우는 노력의 절반 정도면 거뜬히 돌볼 수 있었다.

다들 둘째를 낳으면 첫 애가 샘을 부리며 힘들게 한다던데, 다행히도 우리 큰애는 의젓한 다섯 살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며 육아에 한몫하신다. 엄마 심부름을 비롯하여 동생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노는 등 제법 둘이 노는 모습이 기특하다.

애 둘 키우는 이야기를 블로그랑 개인 홈피에 올렸더니, 몇몇 분들이 댓글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애가 둘이면 행복도 두 배. 둘 낳길 잘했어."
"애가 둘이면 죽도록 힘이 들지만 또 그만큼 행복도 커진답니다."

이런 이야기에 절대 공감하며 애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갑자기 경제 한파가 몰아쳤다. 우리 둘째가 백일이 갓 지난 시점이 딱 그 즈음이니,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인다. 현재 경기 불황은 점점 그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올해에 나락으로 떨어져 내년에 최저점을 달릴 것이란 전망이다.

애 둘 엄마, 경기 불황을 실감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니, 혼자 노는 것도 딱하고 나중에 부모가 세상 떠나면 든든한 가족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둘째를 가졌고 예쁜 딸이 작년 여름에 태어났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니, 혼자 노는 것도 딱하고 나중에 부모가 세상 떠나면 든든한 가족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둘째를 가졌고 예쁜 딸이 작년 여름에 태어났다.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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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경기불황의 불안감은 애가 둘인 우리 집에도 몰아닥쳤다.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남편이 그럭저럭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나도 다시 돌아갈 직장이 있지만, 불안감의 정도가 남들과 같으면 같았지 절대 덜하지 않다.

일단 두 아이를 키우며 드는 생활비의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작년만 하더라도 겨울철 난방비와 관리비를 합치면 약 20만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되었는데, 올해 가스비와 전기료, 수도료, 인건비 등의 인상으로 관리비와 난방비가 급등하여 1월치 29만원이 나왔다. 약 1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 셈이다.

그나마 우리 집은 나은 편이었다. 일산의 30평 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언니에게 물어보니 1월 관리비와 난방비 등으로 40만원 가까이 냈다고 한다. 작년에 20만원 조금 넘게 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인상이 아닐 수 없다.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온갖 식료품비와 아기 용품 비용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 환율에 따른 수입 원가의 상승 등을 이유로 무척 올랐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작년 대비 약 20%의 추가 지출이 식료품 구입과 기름값 등의 비용으로 소요된다. 아이들이 어리니 식료품비를 줄일 수도 없고 이래저래 어디서 지출을 줄여야 하나 고민이 많다.

이런 상태에서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회사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편의 회사도 월급 삭감이나 일정 기간의 무급 휴직을 사측에서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 월급 하나만 믿고 생활비를 운영하는 주부 편에서 이런 소식은 큰 불안감을 가져온다.

회사와 노조가 적절한 협의를 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양쪽 모두 살리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월급으로도 오른 물가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뉴스를 보면 다른 직장들도 마찬가지여서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 언론사를 비롯하여 올해 성과급은 거의 지급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저출산,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지난 2006년 큰애 돌잔치 때. 경기 불황인 상황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서로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둘째 돌잔치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6년 큰애 돌잔치 때. 경기 불황인 상황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서로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둘째 돌잔치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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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정보에 발 빠른 남편이 작년을 즈음하여 가계 대출을 모두 없애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여, 우리 집은 대출도 모두 갚고 자체적인 긴축 재정에 들어간 상태다. 만약 대출 이자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남편 월급이 삭감되거나 무급 휴직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애가 없는 집에 비해 두 배로 더 힘들다. 누군가가 말했던 '애가 둘이면 행복 두 배'가 아니라, '애가 둘이면 지출도 두 배, 고생도 두 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큰 애가 다섯 살이 되었으니 교육 기관에 보내야 하고 그 비용만도 한 달에 총 40만원 정도가 든다. 한 노동자가 월급이 반으로 줄어서 당장 아이 유치원을 끊었다는 말이 우리 집에도 적용 가능한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유치원을 돈 때문에 끊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다행히 둘째는 모유를 먹고 기저귀도 저렴한 '일자형' 기저귀를 사용해서 비용이 덜 들지만, 분유를 먹는 아이들은 한 달에 분유와 기저귀 값으로 최저 20만원이 든다고 한다. 두 아이를 키운다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쥐꼬리만큼인데, 양육에 드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렇다고 당장 손이 많이 가는 젖먹이와 다섯 살 딸을 두고 엄마인 내가 직장에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장에 나가서 벌어들이는 돈이나 아이 양육하시는 분께 드리는 돈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진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기도 마음 아프다.

현실이 이러하니 주변에서 애 하나만 낳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적극적인 둘째 계획을 권유하지 않는다. 애 둘이면 그만큼 노력도 더 들고 돈도 많이 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야 두 아이로 인해 행복이 커져서 좋다고 하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애 둘은 커다란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현재 심각한 상태인데, 경기 한파로 출산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당장 나라에서 아이 키우는 집에 여러 재정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이처럼 극심한 경기 침체 시기에 누가 애를 낳겠는가!

덧붙이는 글 | '불황이 OOO에 미치는 영향' 응모글



태그:#3월 위기설, #경기불황, #출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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