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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25일까지, 3월2일부터 4일까지 방송하는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
 23일부터 25일까지, 3월2일부터 4일까지 방송하는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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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아나? 전 세계 인구 1/6인 11억 명이 사는 나라, 인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NGO 단체 사람을 인터뷰한 게 있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한다. 인도 여성들의 좋은 점은 여자들을 위한 법들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나쁜 점은 그런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단 거다. 조혼금지법, 지참금 금지법, 과부 연금제도가 있긴 있는데 시행이 안 된다.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조혼하고, 모든 결혼식은 신부 지참금을 다 받는다."

6부작 EBS 다큐멘터리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 PD가 말했다. 그래서 24일 방송한 2편이 '힌두의 눈물, 여성'이다. 채수영 PD의 눈에 비친 인도의 한 단면인 셈이다. 그는 이를 위해 두달동안 현지에 체류하면서 취재했다. 따라서 그가 인도의 전체를 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부의 진실성은 이 다규멘터리에 담았다고 여겨진다.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는 어떤가? 채수영 PD는 "공식적으론 없다고 말하는데 거기 사람들은 남아 있다고 말한다"며, "돼지 치는 집안에 태어난 집은 아들도 손자도 돼지 친다"고 말했다. 그래서 3일(화) 방송하는 내용이 이 '카스트'다.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 PD를 23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만났다. 6부작 EBS 다큐프라임 <인도의 얼굴>(김영상, 채수영 연출)은 신비한 인도의 매력 뒤에 숨은 인도 사람들의 실제 삶, 절망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 다큐는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는 잊으라고 말한다.

<인도의 얼굴>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매일 밤 9시 50분 3부를 방송했고, 3월 2일(월)부터 4일(수)까지 남은 3부를 방송한다.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 PD.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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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 가보니 어땠나? 생각했던 것과 어떤 게 달랐나?
"이전엔 인도를 종교의 나라, 신의 나라라 생각했다. 굉장히 종교적일 거라 생각했다. 실제 보니 이 사람들에겐 종교 관념이 다르다. 신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 영화배우가 신인 경우도 있고, 그 사람을 신으로 생각해서 신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유명해지고 잘하기 위해서 전생에서 몇 십 번의 복을 쌓았다, 현세에서 연예인 000으로 태어나 잘 하니 이 사람은 신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 2편이 인도 여자 이야기다. '힌두의 눈물, 여성'인데, "인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면서? 인도 여자들 삶이 어떻기에 그런가?
"그 이야기를 집에 가서 하니까 아내가 묻더라. '조혼에 가정폭력도 심하고, 그러면 인도 여자들은 행복해?' 내가 만난 인도 여자들은 행복해 한다. 그런데 행복하단 게 집에서 남편한테 안 맞는 것, 당장 내일 먹을 끼니만 있으면 느끼는 행복이다.

맨 처음 '여자편'을 취재하겠다고 했을 때, 인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다 말렸다. 취재하기 쉽지 않을 거라며 말렸다. 실제로 남자가 가거나 제가 가면 (인도) 여자들은 (인도 전통 복장인) 사리로 가리고 도망간다. 여자들이 일하고 있길래 찍으려고 하면, 다 막는다. 여자의 남편이나 아버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막는다. 취재하기 힘들었다. 한 두 달간 오래 있어 친해지니까, 그제야 여자들이 서서히 외지인 취급 안 하며 말 편하게 하고 속사정을 말하더라."

인도 여성, 지참금 들고 15~18살에 조혼


- 인도 여자들이 어린 나이에 결혼한다던데? '조혼'이라면 몇 살 때 결혼을 하는 건가?

"15살에서 18살 사이에 결혼한다. 100년 전엔 7살, 8살 때 조혼했다고 한다. 영국이 조혼을 금지했지만, 그 풍습이 남아서 지금도 18살이 되기 전에 많이 결혼을 시킨다. 여고생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불법이다. 인도에 '조혼금지법'이 있다. 그런데도 관습적으로 해오기 때문에 어렸을 때 결혼을 시킨다. 인도에선 90%가 중매결혼이다. 높은 카스트 여대생도 중매 결혼한다. 여대생도 학교 다니다가 집에서 '내려와 결혼해라' 하면 다음날 내려가 처음 본 남자와 결혼한다.

지참금, 그건 안 없어질 거 같다. 보편적으로 다 있다. 대부분 여자들이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지참금을 준비한다. 신랑에게 돈 주면 신랑이 그 돈으로 예물 준비하고 결혼식에 드는 모든 비용을 대고 살림도 장만한다. 결혼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신부 측이 부담한다. 신부 집안은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악바리 같이 일한다."


- 우리 돈으로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이면 인도에선 상당히 큰돈이지 않나? 그 돈 모으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만약에 지참금이 없으면 그 딸은 결혼 못하나?

"돈 모으고 은행 대출 받고 땅 팔고 친척들한테 돈 빌려 딸 결혼시킨다. 그래서 딸이 태어나면 집안의 가장 큰 근심거리란 말이 있다. 딸이 태어나면 길거리에 버리고 여아살해, 여아낙태가 성행한다. 그래서 성 불균형도 심하다. 남자 1천 명당 여자가 798명 정도다."

- 그럼 인도 남자들은 뭘 하나? 아까 편집할 때 얼핏 보니까, 인도 남자들은 밭일과 집안일을 안 하는 걸로 안다면서?
"인도 남자들은 집안일은 절대 안 한다. 농사는 하는데, 밭일도 여자들이 한다. 아까 남자들이 모여 카드 치는 장면이 있는데, 실은 남자들은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 딸 결혼시키려면. 하지만 나가도 할 일이 없다. 막노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일이 없다. 인도는 도시 인구가 전체 20%에 못 미친다. 80%가 농촌인구다. 결국 그동안 여자는 아침부터 종일 일한다. 남편 허락 없이는 시장도 보러 못 나간다. 남편이 같이 나가지 않으면 밖에 못 간다. 남편이나 남동생, 하여튼 남자랑 같이 나가야 한다. 그런 모습이 참 안타깝다."

- 인도에도 대학에 가고 직업을 갖는 여자들도 꽤 있지 않나?
"인도에서도 여자가 수상이 되는 경우도 있고 주지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고 그 가문이 그런 거다. 높은 카스트에 돈 많은 여자들은 지참금 걱정을 안 한다. 친정에서 돈을 평생 대줄 수 있어서, 결혼하고 나서도 대학 다니고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남편 죽으면 아내도 화장... 슬픈 이름, 과부

23일부터 25일까지, 3월2일부터 4일까지 방송하는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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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뒤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같이 화장시키는 '사티'란 게 아직도 있나?
"1997년도에 사티가 한 번 행해졌다. 그때 이후로 아직까지 5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난다. 사티도 그런 게, 예를 들면 마을 사람이나 친척들이 그 여자에게 환각제를 먹여서 남편 화장하는데 같이 밀어 넣어서 죽인다. 그렇게 하면 이 여자가 신이 된다는 거다. 그러고 나서 이 여자를 위한 사원을 짓는다. 그러면 그 사원에 참배하러 오는 참배객들이 있어서 이 가족들이 돈을 벌 수 있다. 최근에는 그래서 사티를 한다더라.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서, 남편 죽으니 같이 죽어라 한 뒤 신전 짓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서 돈 받고 그런 행태다."


- 인도 과부들을 취재했다. 살기 어땠나?

"마을에서 과부 6명을 만났다. 하나 같이 어렸을 때 교육을 못 받았다. 15살 때 결혼해 아이가 4, 5명이 된다. 그런데 남편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다 죽고, 여자들이 파출부 일을 하면서 하루에 조금씩 돈 모아 겨우 먹고 산다. 6명이 다 그렇게 산다. 암담하다. 그러면 정부에선 뭐하나? 정부에서 지원할 상황인데, 정부 어떤 역할을 할까? 실은 과부 연금제란 게 있어서 매달 일정 금액 돈이 나오게 돼 있다. 문제는 이 돈이 과부들한테 지불이 안 되고, 중간에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 과부들은 돈을 못 받는다."

- 제도는 있지만 아무 쓸모가 없단 거 아닌가?
"NGO 단체 사람을 인터뷰한 게 있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한다. 인도 여성들의 좋은 점은 여자들을 위한 법들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나쁜 점은 그런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단 거다. 조혼금지법, 지참금 금지법, 과부 연금제도가 있긴 있는데 시행이 안 된다.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조혼하고, 모든 결혼식은 신부 지참금을 다 받는다. 과부도 연금 못 받는다. 어쩔 수 없이 산다. 제가 만난 과부도 몸이 아픈 상황인데 고민하는 게, 약을 사먹을 거냐, 빨리 죽어서 돈이라도 아껴 딸 지참금을 마련할 거냐다. 현실적인 고민이다."

- 그 정도면 결국 지참금이 없어 결혼 못한 여자들도 있겠다. 그런 여자들은 어떻게 되나?
"심한 경우 팔려가기도 하고 낮은 카스트 남자들이 데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가서 어떻게 살겠나? 모든 시댁 식구들이 지참금을 바라는데, 지참금 없이 온 며느리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겠나? 15살 때 아버지가 포주한테 팔았는데 여자가 거기서 딸을 낳았다. 그 딸도 매춘부가 된 일도 있다."

아버지가 돼지 치면, 아들도... 카스트는 살아 있다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PD.
 6부작 EBS 다큐 <인도의 얼굴>을 연출한 채수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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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계급제도인 '카스트'도 촬영했다고 들었다. 인도에 아직도 카스트가 있나?
"3일 방송하는 5편 내용이 '카스트'다. 공식적으론 없다고 말하는데 거기 사람들은 남아 있다고 말한다. 관습적으로. 우리가 알기론 카스트가 브라만, 수드라 등 4계급인데, 임의로 4개로 나눠놨을 뿐 수천 가지 카스트가 존재한다.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 만나서 이야기하면, 풀 네임을 물어본다. 성을 물어본다는 건 카스트가 뭐냐 물어본단 거다. 이 성이 어떤 직업인지 의미하고 그 직업이 귀천이 있는 거다. 그 뒤에 '아, 너 참 좋은 카스트구나'라고 바로 나오거나, 완전 무시하거나 상대방 태도가 극단적으로 바뀐다. 아직까지 다른 카스트끼리 앉아서 밥을 같이 먹거나 결혼하지 않는다."

- 인도는 여전히 철저한 계급사회 아닌가?
"돼지 치는 집안에 태어난 집은 아들도 손자도 돼지 친다. 빨래하는 사람은 그 자식도 빨래한다. 저희가 만난 대부분이 그랬다."

- 카스트 다루면서 만난 이 가운데, 불가촉천민인데 교수가 된 이도 있다면서? 그런 게 이젠 가능한 거 아닌가?
"인도 정부에서 할당제를 한다. 대학에서 30%는 천민으로 채워야 한다. 불가촉천민은 카스트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 우대 해택 받아 대학 강사가 됐는데, 카스트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학생들이 그걸 다 안다. 우대정책 따라 교수가 됐단 걸 학생들이 아니까, 학생들이 이 사람의 실력을 인정 안 해준다. 이 사람 수업은 안 듣는다. 교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교수 사회 안에서 배척될 뿐 아니라, 학생들도 아예 강의 신청을 안 한다. 이 사람들은 다른 쪽 가서 밥 먹고 그런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한다."


- 인도야말로 세계에서 꼽히는 부자와 걸인들이 공존하는 나라 아닌가?

"굉장히 부자인 사람들은 높은 카스트에 대대로 잘 살았던 상인이나 왕족이다. 인도 사람 11억 명 중에 3억이 한 달 수입이 1달러가 안 된다. 빈부격차가 되게 심하다."

부자는 사립, 서민은 공립학교... 교육의 질부터 달라


- 뭐가 가장 문제 같은가?

"카스트에서 교육이 가장 큰 문제다. 인도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있다. 공립학교는 돈 한 푼 안 낸다. 사립은 매달 얼마씩 낸다. 이게 어떤 문제냐면 돈 있는 사람은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돈 없는 집은 공립학교에 보낸다. 공립과 사립학교 격차가 엄청 크다. 공립학교 선생은 '내가 이 애들을 가르쳐봐야 아버지 직업 일을 할 건데 가르쳐서 뭐하냐'는 인식을 갖고 가르친다.

사립은 다 교복 입고 영어로 수업하고 정말 대우 받고, 좋은 교육을 받는다. 못 사는 집 애들은 공립에서 교육 못 받고 못 살게 되고, 있는 집은 사립에서 좋은 교육 받고 더 잘 살게 된다. 인도에서 독립 이래 해결 못한 게 학교 교육제도다. 공립학교 가보면 가관이다."

- 가봤나? 공립학교가 어떤데 그런가?
"가봤다. 학교 수업을 10시에 시작한다. 선생이 6명 있는데, 학생들은 다 와 있는데 선생은 1명밖에 안 와 있더라. 왜 안 오냐? 집안 일하다 오느라 늦는다고 그런다. 사립은 어쨌든 돈 받고 일하니 확실히 가르치는 게 다르다."

- 인도를 통해 우리가 반면교사 삼아 배울 게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인데, 조기교육 문제라든지 그런 거다. 요즘 특목고 많이 생기잖아.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게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게 옳은 방향일까? 서로 다른 교육의 질을 학생들에게 줘서 빈부격차 더 늘리고 그러는 게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걱정된다."


태그:#인도의 얼굴, #채수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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