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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애당초 교육 관련 글을 쓰려고 <오마이뉴스>와 연을 맺었다. 고등학교에서 선생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8일 교육 관련 첫 기사에 118개 댓글이 달리고, 좋은 기사 원고료 14건이 붙었으며 약간의 논쟁도 가미됐다.(<교사는 무엇을 만드는가>)

 

같은 사안을 놓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덕택에 건강한 두 날개의 가치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살면서 이쪽 저쪽을 보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하나. 제자들과 소통, 시민기자들과 만남

 

오마이뉴스는 선생 노릇하는 내게 졸업한 제자와의 소통을 가능케 했다. 특히 유기견 관련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하자 글쓴이를 확인하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수천 개의 긍정적 댓글이 딸린 기사를 쓴 사람이 고교 시절 함께 했던 그네들의 은사라는 사실을 알고 뿌듯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만난 졸업생도 많다. 미국에서, 제주에서 내 기사를 보고 소식을 알렸다.

 

오마이뉴스는 각종 글쓰기 연수나 세미나를 열어 시민기자들끼리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기사로만 보다가 글쓴이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일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전문기자 연수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편집위원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은 두고두고 정다운 분들이다. 물론 여기서 경계해야 할 점은 주례사 댓글을 쓰지 말자는 것!

 

둘. 다양한 방송 출연 - 학습의 기회로!

 

이 지점은 시민기자들의 공통 분모다. 특별히 대한민국 특산품이라고 명명된 '사는이야기'는 공중파와 지상파에 참신한 소재가 되고 주인공이 된다. 글쓴이나 글을 통해 소개된 사람들의 희로애락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 5월이었다. 한창 교육 관련 글을 쓸 때 KBS에서 연락이 왔다. 약 2분 가량 단독 출연하여 우리 교육 현안을 짚어보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었다. (http://www.kbs.co.kr/1tv/sisa/edu/vod/1321576_10375.html) EBS수능 방송이 공교육 현장에 가져다 줄 파장을 지적하는 것으로 반향이 매우 좋았다.

 

텔레비전 출연은 내 삶의 기폭제가 됐다. 얼굴을 드러내며 자기 주장을 펴려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믿었다. 누구나 걸어가지만 누군가 걷는 길이 아름다운 길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도 고민하게 됐다.

 

이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6개월간 고정 교육 칼럼을 내보냈다. 이 칼럼 방송을 계기로 많은 학습을 했다. 결국 오마이뉴스는 내게 직간접으로 학습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오마이뉴스에 교육 관련 글을 쓰고 있을 때 대전 MBC에서 출연 섭외가 왔다. 2004년 12월 19일, 대전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에 패널로 출연했다. 후보 9명에게 패널은 극비였다. 질문의 내용이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교육감 후보 9명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약 1시간 가량 두 명의 패널이 9명 후보를 상대로 NG 없이 토론을 잘 마쳤다.

 

이후 당황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며 내 행동 반경에 주의했다. 오마이뉴스는 내게 처세까지 작용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후 대전시교육감 선거 때마다 취재를 맡았다. 대전충남 상근기자들은 현직교사인 내게 취재를 요청했고 약간의 전문성을 토대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상근 기자와 현직 교사가 함께 취재하는 것은 오마이뉴스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나는 5, 6, 7대 대전시교육감 선거전을 취재하며 교육 현안 관련 안목을 키워갔다. 지난 7대 교육감 선거 때 한 후보는 "다른 매체 인터뷰에 비해 오마이뉴스 인터뷰는 차별화가 있어 진땀을 뺐다"며 악수를 청했다.

 

오마이뉴스는 나를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에 옮겨놓았다. 'KBS 세상의 아침'(2007년 7월 방송)은 교복을 입고 다니는 교장 선생님과 명찰을 달고 다니는 나를 조명하여 제법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덕분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의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셋. 깨달음의 계기,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사안을 깊이 있게 깨닫게 되었다. 유기견 관련 기사를 연재(2005년 9월 6일 기사, 2005년 9월 9일 기사, 2005년 9월 29일 기사)하면서 우리나라 유기견 관리 실태가 얼마나 부실한지 깨달았다. 버려진 개를 입양하여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 자식을 교육하는 데 적절한 학습 자료가 되기도 했다.

 

하루는 한 학급(고교 1학년)에 수업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한 학생이 자신의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곤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학생의 잠자는 모습을 사진 촬영하여 재미있게 기사화했는데, 한 교사는 그 기사를 읽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결국 그 잠자는 학생은 집단적으로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옳은 지적이었다. 나는 인권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이 상황은 두고두고 훈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내가 찍은 사진을 공중파 방송이 허락없이 사용했을 경우 저작권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경험도 이어졌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시청한 학생이 내가 오마이뉴스에 썼던 사진(2005년 12월 19일, [사진] '몰래' 문자메시지용 구멍 뚫린 책상)이 방송에 나왔다고 말했다. 하도 희한해서 다시보기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내 사진을 그대로 영상화하고 있었다.

 

 

나는 오마이뉴스와 협의를 하고 해당 방송사에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방송사에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 방송사는 내가 찍은 사진을 넉 장 활용했다. 사진의 경우 최소 저작권료는 한 장당 8만원이고 몇 백만원까지 저작권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최소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그 방송사는 저작권료를 송금했고, 담당 피디는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기도 했다.

 

나의 저작권료 청구 관련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수업 자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오마이뉴스는 내게 인권이나 저작권 등 굵직한 사안들을 학습케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넷. 가상 기사와 특종을 만들기까지

 

한편 2006년 4월 1일 만우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주례로 내세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결혼한다는 가상 기사를 만든 적이 있다. 이 기사에는 다양한 댓글이 붙었다. 특히 전혀 상상하지 못한 페미니즘 논쟁까지 이어져 누리꾼들의 독특한 반응에 놀라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했던 신용화씨는 여러 공중파 방송에 전격 출연했다. 오마이뉴스는 우리네 삶 속에 녹아 있는 개성과 다양성을 발산하는 운동장임에 틀림 없다.

 

특종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마이뉴스는 내게 특종상까지 주었다. 작년 7월 30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를 받던 교사들이 뉴라이트 계열 서울대 교수의 강의를 거부했는데, 긴급하게 현장을 찾아 취재한 기사가 특종으로 자리매김됐다.

 

오마이뉴스가 내게 특종상을 받게 되었다고 전해주었을 때, 나는 "아이구, 그렇게까지 좋은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전화를 주었던 모 기자는 "다시 또 하나 터트리셔야죠?"라며 웃어주었다. 쉬운 일은 아니리라.

 

돌아보면 2월 22일상, 이달의 뉴스게릴라상, 특종상, 시민기자 편집위원 등 오마이뉴스와 인연도 깊다. 자기 자랑도 유분수지, 써 놓고 보니 가관인 듯싶다. 읽는 이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나는 오마이뉴스를 내 인생의 운동장이라고 표현한다. 나를 아는 분들이 오마이뉴스에 내 이름 석 자를 검색했을 때, 그것이 곧 나의 삶이었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나는 나를 찾는 제자들에게 오마이뉴스 명함 한 장 건네는 일로 끝인사를 한다.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좋은 작가는 좋은 작품으로 말한다. 좋은 시민 기자는 좋은 기사로 말해야 하리라. 그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갖는 의미는 측량할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 갈 길이 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태그:#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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