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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
▲ 엄중처벌 성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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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가 성매매집결지를 철거했으나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서울의 속칭 미아리와 장안동 안마시술소가 된서리를 맞았고 부산의 속칭 완월동이라 불러지는 성매매집결지가 사실상 폐쇄됐다.

일부 여론은 성매매집결지는 없애서는 안 된다 또는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며 팽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는 상관없이 경찰은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이른 바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대전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유천동을 관할하는 대전 중부경찰서에서는 ‘성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 ‘성매매집결지는 사라져야 합니다’, ‘집결지 해체,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란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내걸고 성매매집결지 해체를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자는 3일 해질 무렵 대전시 중구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찾았다. 네온사인이 요란스럽게 비춰지던 이미지는 오간데 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 일명 ‘업소’라 일컬어지는 ‘성매매집결지’는 유천동에서만 70여 곳이 넘는 업소가 성업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업 혹은 폐업 중에 있어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사실상 폐쇄나 다름없는 상태로 있다.

한 업소의 출입문에는 ‘휴업’이란 문구가 써있다.
▲ 휴업 한 업소의 출입문에는 ‘휴업’이란 문구가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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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둘러본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일대는 네온사인 간판이 철거된 곳도 보였고 업종을 바꾼 곳도 눈에 띄었다. 또 일치감치(?) 자진 폐쇄한 업소도 있었다. 어떤 업소 출입문에는 우편물이 먼지와 쌓여있어 영업이 중단됐음을 암시했다. 성매매집결지 입구에는 경찰 순찰차가 사이렌 불빛을 점등한 채 버티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업소가 장사를 안 하니까 우리 가게에도 큰 타격이 왔다”며 “아르바이트생들 해고시키고  남편과 주야 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두 번도 아니고) 경찰이 가게 앞 사거리에서 음주 단속하는 바람에 상점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상인은 “어떤 업주는 간판 불을 켜놓고 안에서 혼자 술 마시다 단속 나온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며 “아가씨들은 업소에 나오지 않고 업주만 간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예전에는 감금, 납치, 폭행, 인신매매 등이 성행했는데 요즘에도 이런 게 있나요?
“(잘은 모르지만) 감금, 납치, 폭행 이런 이야기는 옛말이 된 것 같다. 아가씨들 스스로가 나와 휴대폰도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하고 집에 돈도 부쳐준다. 행동이 자유로운 걸로 봐 감금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상점 안에 있는 ATM기를 가리키며 “우리 기계는 (돈) 입금은 안 되지만 계좌이체는 가능한데 부모님께 돈 부쳐 주는 것을 자주 본다”, “감금하고 감시하면 아가씨들이 (업소에서) 나와 집에 돈을 어떻게 부쳐주고 거리는 또 어떻게 활보하겠나”며 감금, 폭행은 없다는 것으로 일축했다.

“(업소가 장사할 때는) 삼촌이란 사람들이 우리 상점에 자주 왔다. 어떤 삼촌은 아가씨들 통장을 자신이 관리한다면서 (은행에 다녀오면) 명세표를 들고 와 나에게도 보여주고 아가씨들한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상인이 말한 삼촌이란 (업소 장사할 때)아가씨들을 관리하던 일종의 감시자 역할을 한 건장한(?) 사람들이었다. 또 이 상인은 아가씨들이 적금 타면 상점으로 와 “이모, 나 이번에 2천만원짜리 적금 탔어요”라고 자랑 했다고 말했다. 업소의 아가씨들은 인근 여자 상인들을 이모라 불렀다고 말했다.

‘암흑’ 불 꺼져 있는 성매매집결지
▲ 암흑 ‘암흑’ 불 꺼져 있는 성매매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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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 얘기를 마친 후 불 꺼진 업소 주변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기자가 경찰 순찰차 가까이 접근하자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차에서 내렸다.

“어디서 오셨나요?”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입니다”
“오마이뉴스?”

경찰관은 오마이뉴스를 잘 몰랐다. ‘오마이뉴스를 잘 모르다니’ 의외였다.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임을 밝히고 한 상인과 인터뷰 한 내용을 들춰내자 경찰 관계자는 말문을 열었다.

“요즘에도 감금이나 협박, 폭행 등 이런 신고는 들어오나요?”
“요즘에는 안 들어…”
“서울에서 직접 내려 오셨나요”
“아닙니다. 저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회원입니다”
“성매매집결지 해체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너무 낙후돼) 재개발, 새 건물, 아름다운 거리 조성 등 뭐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부동버스' 성매매집결지 입구에는 경찰버스가 서 있다.
▲ 부동버스 '부동버스' 성매매집결지 입구에는 경찰버스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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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과 얘기를 마치고 업소를 둘러보는 기자에게 또 한명의 시민이 다가왔다.
“기자슈우?”
“아네”
“어디 기자슈?”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입니다”
“여기만 단속한다고 성매매가 뿌리 뽑히나…”
“…”
“근데 그거 아슈?”
“뭘 말입니까?”
“(성매매집결지) 아가씨들이 이곳을 떠나 모텔촌(모텔밀집지역)으로 몰려든다는 소문이 있던데, 잘은 모르겠슈…”
“아네.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성함이라도…”
“명함있슈… 신문에 나는 거 별로유…”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은 명함이 없습니다”
명함이 없다는 기자의 말에 시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길을 재촉했다.
언뜻 보기에는 건성으로 말한 시민의 말투였지만 기자가 입수한 첩보와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자진철거(?)’ 한 업소가 철거를 두고 있다.
▲ 자진철거(?) ‘자진철거(?)’ 한 업소가 철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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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한 업소 앞 도로에 경찰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 기자가 자료수집 차 거리를 찾았을 때와는 정반대의 썰렁한 거리로 변해 있었다. 오가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고 도로나 거리는 한산했다.

3~4명이 1개조로 편성된 의경순찰대가 미리 정한 담당 구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기자는 의경순찰대와 거리를 두고 둘러보기로 했다. 얼마 걷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의경순찰대 중 한 의경이 “어디서 나오셨어요?”라고 물어왔다.

“아네. 오마이뉴습니다. 몇 시까지 순찰 돌죠?”
“1시까지는 할 거 같아요.”

성매매집결지를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 순찰대 성매매집결지를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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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넘게 업소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성을 매매 하는 사람이나 성을 구매 하는 사람 어느 쪽도 찾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거리는 암흑이나 다름없었다.

기자는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차와 먹을거리를 팔고 있는 한 노점상(여)을 찾았다. 노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자의 카메라를 보고 노점 상인은 기자임을 직감했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취재 나오셨어요?”
“아네.”
언론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듯 기자가 묻기도 전에 (속마음을) 솔솔 풀었다.
“성매매집결지가 사실상 폐쇄됐는데요, 장사에 지장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 외지(타지)에서도 오고 저런 곳(나이트클럽)에 놀다가 거기(?)도 가고 여기(노점)도 와서 (사) 먹고 그랬는데…” 이 상인은 한동안 말이 잇지 못하고 있다 이내 다시 말을 꺼냈다.
“상권이 (완전히) 죽었어요. 상권이…”
“이 시간대면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과 연관 있는 미용실이나 약국 세탁소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하지 않나요?”
“기자님이 보기에도 안보이잖아요. 그렇죠”
“네. 이 시간대면 (아가씨들이) 들락거릴 시간인거 같은 데요 ”
“가게들이 일찍 문 닫은 거지 뭐겠어요. 휴…”

상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한숨만 내쉬었다. 확인 결과 아가씨들이 자주 찾는 양품점, 세탁소, 미용실은 영업을 하지 않고 불이 꺼져 있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벌이와 연관 있는 업소가 사실상 폐쇄상태’에 놓여있자 인근 상인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성매매집결지 입구에 자리 잡은 ○○약국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셔터 문을 내렸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경찰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네온사인은 어디로‘ 사실상 폐쇄된 집결지.
▲ 네온사인은 어디로 ‘네온사인은 어디로‘ 사실상 폐쇄된 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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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관할하고 있는 유등지구대를 찾아 임병섭 팀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성매매집결지 단속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작년 4월부터 단속을 했다”

“단속한 시점부터 근래까지 성매매특별법 위반자는 몇 명이나 됐나요?”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가서 물어봐야 하는데… 여성청소년계에서 주로 많이 (단속)하고, 여성청소년계와 형사계가 합동으로 단속하고 (적발 시) 직접 데리고 가고… 우리 지구대에서는 예방순찰, 계도 등을 주로 한다”

“단속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수색작전이) 새벽 2시까진데, 오늘은 조금 일찍 철수했다”

“타 지역에서는 뇌물수뢰, 성상납 등 폭탄선언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없었나요?”
“우리는 업소와 접촉을 일체 안 하니까. (우리는) 그런 건 없다. 제가 다 총괄하고 있으니까.”

“장사 안 된다고 상인들의 불만이 많던데, 영업하는 업소는 줄어들었나요?”
“(업소가) 문 닫아서 어려운 사람들(상인)의 벌이가 없고 그러니까… (이제) 장사하는 집은 몇 집 안 되고 장사한다 해도 손님이 없으니까 못할거다”

“성매매집결지 단속하는데 애로사항이나 힘드신 것은 없나요?”
“(별다른 건 없는데) 추울 때 힘들었다. 요즘은 날이 많이 풀려 다행이다”

한편, 이른바 업소로 불러지는 성매매집결지 관계자를 찾아 인터뷰할 계획이었으나 6시간 넘게 업소 일대를 순환하며 찾았으나 (관계자를 찾을 수 없어) 끝내 인터뷰는 하지 못했다.


태그:#유천동집결지, #성매매집결지, #대전유천동, #집결지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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