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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발표에 의하면 해마다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금액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뿐 아니라 각 지방단체에서도 '문화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올 한해 전주에서도 많은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대부분 관이나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이었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한 단체가 있다.

기업이나 관 주도가 아닌 순수한 민간인들의 모임으로 문화사업을 후원하는 모임이다. 전주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주의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기위해 만든 '천년전주사랑모임(이하 천년전주)'이 그것이다.

천년전주의 총회가 진행된 지난 19일, 이 모임의 이사장을 맡고있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천년전주'의 올 한해 이야기와 문화사업 후원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민간후원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기자 말

#1. 전주에 '천년전주'가 필요한 이유

'천년전주사랑모임' 김명곤 이사장
 '천년전주사랑모임' 김명곤 이사장
ⓒ 천년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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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민(이하 안) : "평소 전주는 자주 오시나요?"

김명곤(이하 김) : "자주 오지는 못해도 근처 지날 일이 있을 때는 가능하면 꼭 들르려고 하죠. 오늘같이 행사가 있을 때는 참석하려고 합니다. 이런 기회로 고향에 한번씩 더 오게 되니 저로서도 반가운 일이지요."

: "현재 천년전주사랑모임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요, 이 모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해주신다면?"
: "2005년에 결성된 단체로 전주와 전주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순수 민간후원모임입니다. 어느 단체나 기관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민간인들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택시기사를 최일선 민간외교단이라고 비유하잖아요.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이 낯선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천년전주'도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고 그런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주알리미의 최일선에 서있다는 마음으로 전주문화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천년전주'의 회원들은 주로 어떻게 구성되어있나요?"
: "평소 전주의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이루어졌습니다. 한승헌 변호사, 배우 김갑수씨, 안숙선 명창, 개그맨 전유성, 임옥상 화백 등이 중심이 되었고 그 뒤로 전주의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뜻을 함께하는 일반 시민들이나 타지역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옥마을의 상인이나 주부 등 아주 평범한 시민들에서부터 전주에 관광차 놀러왔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한 다른 지역 시민들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천년전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 "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는 전주의 특장점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 "전주에는 무궁무진한 전통문화유산이 있습니다. 판소리, 공예, 음식, 서예, 건축, 미술, 다도, 음악… 여기에다 친절하고 느긋한 전주시민들의 성품, 전주를 감싸고있는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 한마디로 전주는 부자입니다.

문제는 이 자산을 어떻게 살리느냐입니다. 나비축제로 성공사례를 거둔 함평이나 명실 상부한 국제영화제로 정착한 부산, 음악제로 유명한 통영처럼 그 도시만의 확실한 색깔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주는 유리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박력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 힘과 에너지를 모으는 것은 단순히 지자체나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여러사람의 지혜와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전통문화를 보다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데 여러사람의 후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2. '민간후원시스템', 21세기 문화를 이끌어갈 원동력

'노둣돌. 말을 타고 내릴 때 디디는 돌'. 노둣돌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씌여있다. '전주를 지켜가는 노둣돌'. 천년전주는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천년전주는 전통문화를 알리고 일으키는 데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이자 디딤돌임을 자처한다. 이 노둣돌은 관이나 행정, 기업의 후원이 아닌 여러 사람의 손과 어깨가 서로 맞대어진 것이기에 더욱 튼튼하고 듬직할 수밖에 없다. 민간후원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회원의 날' 전주사랑이야기 콘서트
 '회원의 날' 전주사랑이야기 콘서트
ⓒ 천년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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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익산용남초등학교 학생전원을 대상으로 한 한옥마을홈스테이. 익산 용남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서예활동을 하고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별히 서예지도와 서예전을 감상했다.
 지난 11월 28일 익산용남초등학교 학생전원을 대상으로 한 한옥마을홈스테이. 익산 용남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서예활동을 하고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별히 서예지도와 서예전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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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경우에 '후원'하면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당, 또는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한 영리단체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직 후원회 문화가 발달되어있지 않아서일까요. 그런데 특히 한 지역의 문화후원회를 꾸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 "처음에는 많은 우려속에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전통문화보존 필요성에 공감을 해준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후원을 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후원회 문화도 이제 우리문화속에 정착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죠."

: "후원회 운영은 어떤 편인가요?"
: "경제적인 면으로 보았을때 그렇게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죠. 그래도 민간인의 후원금으로만 운영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신의 손으로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한다는 주인의식을 심어줄 수가 있기 때문이죠. 문화란 특정한 누군가 누구에게 베푸는 수혜관계를 떠나 우리가 우리손으로 직접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문화시민으로서의 주체의식을 갖게됩니다. 그것은 돈이나 경제적인 개념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또 있습니다. 민간후원이 경제적으로 불안한 면은 있지만 기업이나 단체 등으로 완전히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에 행사를 계획할 때 간섭을 받지않고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 후원을 해주면 경제적으로 든든하긴 하겠지만 단체장이 바뀌거나 경영자가 바뀌게 되는 경우, 또는 경기가 좋지않는 등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겠죠.

그런 면에서 민간후원이야말로 앞으로 문화사업 후원의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로서 이상적이지않을까 싶어요. 기업의 후원도 필요하지만 한 사람 한사람이 문화의 주춧돌, 징검다리를 놓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그 성과는 더욱 크지않을까요." 

: "천년전주은 순전히 후원금만으로 이루어지나요?"
: "네. 월 5천원 이상 CMS(자동이체)로 이루어집니다. 정해진 금액은 없고 각자 형편에 따라서 후원하고 있죠."

: "회원들의 관리도 퍽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시나요?"
 : "자발적으로 참여한 까닭에 아무래도 본인들의 의지와 애착에 저희가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데요. 정기적인 문화답사에 초청하거나 전주에서 열리는 다앙한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있습니다."

: "고향이라는 점외에도 천년전주에 특별히 애착을 갖고 계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 "우선 고향 일이니까 더욱 애착이 가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또하나. 제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목표와 천년전주가 펼치는 사업에 일맥상통하는 점이 아주 많습니다.

저는 특히 천년전주가 의미있는 까닭은 그것이 '전통'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전통이라고 하면 으레 구태의연하고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통문화야말로 낭비가 아니라 상상도 못할 투자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이 다소 늘어나긴했습니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 전체 지원액의 50% 이상이 오페라나 발레, 뮤지컬같은 서양예술에 편중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에서 우리는 민족예술, 전통예술, 창작예술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죠.

천년전주 회원은 이같은 전통문화의 보존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는 분들입니다. 늦게나마 전통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조명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MBA과정 재학생 전주기행
 미국 조지아주립대 MBA과정 재학생 전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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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도 직접 만들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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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주에서 실시한 한옥마을 홈스테이. 주인아저씨 아주머니와 함께
 천년전주에서 실시한 한옥마을 홈스테이. 주인아저씨 아주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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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이사장은 2005년 '천년전주'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이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2006년 3월부터 1년가량 이사장직을 떠나있었다. 그리고 1년후 다시 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문화부장관의 전과 후, 천년전주를 바라보는 눈은 어떻게 달라져있었을까. 그리고 요즘 그의 근황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3. 배우부터 장관까지... 다양한 직함이 좋다

: "장관직을 마친 뒤 다시 무대로 돌아오셨습니다. 장관직 맡기 전과 후,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문화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장관직을 맡기 전과 후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 "장관직을 맡기 전에는 단순히 연출자나 창작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았죠. 그런데 장관직을 거치면서 보다 행정적이고 전문가적인 시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각 나라들의 문화행정시스템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저로서도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관직이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제 삶의 본질면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어느 회사에 입사했다고해서 '가장'이라는 그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 "많은 사람들이 김명곤 이사장의 직함 뒤에 붙이는 이름이 여러 가지거든요. 연극인, 연출자, 소리꾼, 기획자, 극장장, 교수, 감독, 이사장, 전 장관…. 정확히 뭐라고 불러야좋을지. 또 어떤 직함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 "전 한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또 그래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전 배우이면서 동시에 연출자이기도하고 동시에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어느 기자분은 이런 저를 두고 '르네상스맨'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요즘은 한가지 분야만 잘 하는 것보다 여러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펼치는 사람들이 꼭 필요해요. 한 가지 직함에 머무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 "올 한해도 몇일 남지않았습니다. 올 일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 "드라마(KBS '대왕세종') 촬영으로 바빴습니다. 현재는 대학로 두레홀에서 <밀키웨이(MilkyWay)>라는 연극을 올리고 있습니다."

: "<밀키웨이>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신다면?"
: "원래 독일의 칼 비트링거라는 작가의 <은하수를 아시나요>라는 희곡인데 제가 대학시절 굉장히 감명깊게 읽은 작품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월남전 이후의 70년대 한국사회로 맞추어월남전에서 실종되었던 한 순수한 청년이 생존이라는 현실과 부딪혔을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 점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1월 14일까지 계속됩니다."

: "오랜만에 전주에 오셨는데 개인적으로 전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요?"
: "아무래도 한옥마을이죠. 한옥마을에 가면 마음이 아늑해집니다. 물론 전통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고있는 곳이어서 더 살갑고 정다운 것 같습니다. 민속촌과는 또 다른 정겨움과 살내음이 묻어있는 곳이죠."

'전주를 지켜가는 노둣돌이 되겠습니다'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천년전주'

천년전주사랑모임에서 발행한 안내책자들. 이중에서 '통통튀는 전통, 톡톡!'은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만들어져 쉽고 재미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일반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천년전주사랑모임에서 발행한 안내책자들. 이중에서 '통통튀는 전통, 톡톡!'은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만들어져 쉽고 재미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일반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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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튀는 전통, 톡톡!>의 첫장. 전동성당을 설명하는 부분. 삽화도 예쁘고 쉽게 설명되어있어 전주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통통튀는 전통, 톡톡!>의 첫장. 전동성당을 설명하는 부분. 삽화도 예쁘고 쉽게 설명되어있어 전주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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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년전주사랑모임은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천 년 전통을 간직하여 온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만들어가는 사업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 및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사)천년전주사랑모임은 지역을 초월한 전주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전주사랑실천계좌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활동으로는 민족의 전통문화유산을 지키는 다양한 문화운동을 펼치고있다. 

올해에는 '전통문화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인을 위한 전통문화학교와 전북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옥마을 홈스테이를 10여차례 실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전주를 알리는 각종 안내책자나 서적을 발행하기도 하고 회원들을 초청해 정기 팸투어를 개최하거나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함으로써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회원이 되면 전주로 떠나는 문화답사에 초청받거나 전주의 각종 문화정보를 제공받는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선샤인뉴스(www.sun4in.com)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천년전주사랑모임,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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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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