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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1년에 대해 "현 정부는 대북관계에서 너무 이기려고만 하고 상대방의 버릇을 고치려는데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기독교 안에서 리더십을 가진 분인데 예수의 '상생승리' 정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저자와의 인터뷰'에 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완상 박사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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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적 예수의 삶 제대로 몰라"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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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를 펴낸 한 전 총재는 지난 19일 <오마이TV>(오마이뉴스 인터넷방송) '저자와의 대화'에서 "우리나라에서 대북한 강경 대응 주장이 대개 기독교에서 나온다"면서 "그 승리주의는 역사적 예수의 삶을 제대로 몰라서 빠지는 상살(相殺) 행위"라고 말했다.

한 전 총재는 "그럼 상생승리(相生勝利)는 없는가"라면서 "그건 딱 한 가지인데 그것이 바로 우아하게 질 수 있는 여유"라며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당하기까지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재는 "세상에서 제일 큰 힘은 질 수 있는 힘"이라면서 그것이 있으면 "부부 관계, 집단과 집단 사이, 남북관계도 잘 된다"고 말했다.

한 전 총재는 또 인터넷공간에서 기독교, 교회 비판이 건전하고 생산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누리꾼들이 품위 있는 표현을 쓰고 본질을 보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총재는 "네티즌 여러분이 이 세상과 역사의 주인인 만큼 기독교 비판을 할 때도 주인답게 품위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떤 교회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바라봐야지 그 손가락 밑에 있는 때를 보고 시비를 걸면 안 된다"면서 "교회가 비록 때같이 보일지라도 그것이 가리키는 달을 보는 성숙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전 총재는 "니체가 말하길 괴물과 싸울 때 조심해야 할 것은 괴물과 닮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마이TV  '저자와의 대화: <예수없는 예수교회>, 한완상 박사를 만나다'(진행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를 요약·정리한 것.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오마이TV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자와의 대화>, 오늘은 한완상 박사를 모셨습니다. 한완상 박사는 최근에 <예수없는 예수교회>를 출판하셨습니다. 김영사에서 나온 것인데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심도 깊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한완상 박사는 1936년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1970-1993), 통일부총리(1993), 교육부총리(2001), 상지대총장(1999), 한성대총장(2002), 적십자사총재(2004-2007)를 지냈습니다.

한 박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출판하셨는데요. 대표적인 책이 80년대 초부터 대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읽었던 <민중과 지식인>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예수없는 예수교회>는 <민중과 지식인> 이후에 나온 한완상 박사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데요, 그럼 지금부터 한완상 박사와 함께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독교인 한완상이 낯설다? "어려서부터 철저히 신앙 키워"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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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에 대한 정면 비판을 작심하고 쓰신 셈인데요, 언제부터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계기가 있었다면.
"한국교회 비판과 관련해 30여 년 전에는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분노로 썼는데 이 책 <예수없는 예수교회>를 쓸 때는 나 자신을 참회하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된 것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리고 작년에 중동 단기선교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가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한번 써야겠다고 생각했지요."

- 책을 읽어보면 문체가 참 독특합니다. 어떤 부분은 기도하는 한완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설교하는 한완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시 기도·설교를 녹음한 후에 책을 집필하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집필하셨습니까.
"그동안 내가 다니는 교회(새길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증언, 증거하고 공부한 '역사적 예수'를 바탕으로 책을 썼지요.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을 조금씩 모으고 다시 쓰고 했으니까 언제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느냐고 하면 꽤 된 셈이지요. 예수님 그분의 열정, 헌신, 감동, 몸부림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 한완상 하면 진보적 지식인, 통일부총리, 적십자사총재, 대학총장…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종교인 한완상, 기독교인 한완상은 좀 낯설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왜 기독교인이 되셨는지요?
"내가 1936년에 태어났는데요. 어머니 뱃속에서 7개월 정도 됐을 때 어머니가 큰 화상을 입어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됐어요. 그때 한 전도사가 어머니께 '예수를 믿어라'라고 말했대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 예수 믿지요' 했는데 정말 사셨어요.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철저한 기독교 신앙을 불어넣어주었지요.

지금은 새길교회에 다닙니다. 새길교회는 200여 명의 평신도가 중심이 된 열린교회입니다. 평신도들이 말씀을 증거하고 여성들도 교회운영의 중심에 서지요. 우리는 스스로를 '예수믿음이'가 아니라 '예수따르미'라고 합니다. 교회 건물도 일부러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하거나 높은 수준의 교회는 아니고 아직도 상당히 부족하지요."

"평신도 모임 새길교회 통해 '역사적 예수' 탐험"

- 목사님이 되셨어도 잘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학도 공부하셨는데 혹시 목사님 되실 생각 안 해보셨는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을 선택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신학을 하기를 바랐고 아버지는 의학을 하기를 원했지요. 그때 나는 사람 몸 하나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고치는 사람, 그러니까 사회 의사는 없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서울대 사회학과 가라고 했지요. 어머니는 성직자 되기를 원하셨지만…."

- 한국교회에 대한 전면비판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교회 근본주의자'들로부터 반발이 예상됩니다. 처음 책을 집필하려고 작정할 때 이 대목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요.
"사실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부담스러울수록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앙 근본부의나 냉전 근본주의나 모두 역사를 어둡게 한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일까요?
"대부분 한국교회에는 '갈릴리의 예수'가 안 계신다 이거죠. 교조의 그리스도는 확실히 계시는데. 갈릴리 예수가 안 계시면 예수교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빌라도에 붙잡혀 죽기까지 갈릴리에서의 역사적 예수를 복원해야 하지요. 밥상공동체와 무료의료를 실천하셨던 그분의 참모습을…. 그래서 내가 사도신경을 새로 써야 한다고까지 말한 것이죠."

-'교회다니는 사람들은 속이 좁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아마도 '오직 예수'라는 유일신앙때문일텐데요. 책에서 한 박사는 '팔이 밖으로 굽으시는 하나님'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유일한 구원자는 예수'라는 기독교의 근본 자체에서 배타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배타성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배타적 모습은 크게 두 가지에서 나타나죠. 우선 기독교 안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이고요, 더 무서운 것은 타종교에 대한 배척과 증오인데요.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온 것이 11세기의 십자군 전쟁입니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도 마찬가지지요.

예수의 사랑은 큰 바다와도 같이 넓은데 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배타적이어야 합니까? 선교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교리화된 예수의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사랑실천을 땅끝까지 하는 것이지요."

- 한 박사는 어릴 때 이런 질문을 품었다고 하셨죠. '기독교 복음이 전파되지 못한 곳에서 살았던 성현들은 지옥에 갔을까?' 그런데 여전히 기독교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답을 하신다면.
"딱 잘라 말씀드리면 성현들은 언제 어디에 사셨든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런 분들이 단순히 교리화된 하나님을 모르셨다는 것만으로 지옥에 간다는 것은 끔찍한 것이지요."

- 책을 읽어보면 예수의 이미지가 역동적으로 부활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화자로서의 예수를 조명한 것도 그 하나의 경우일텐데요. 그런데 지금은 쌍방향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교회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없고 일방향 커뮤니케이션만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교회 안에서 '예수적 대화'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 안에서 특히 설교는 거의 일방향이죠. 설교자가 수천 명 앞에서 말을 강조하면 아멘하고 응답하는…. 역사적 예수를 보면 아주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의 모범이었어요. 예수님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질문을 바리새인 등에게 받았을 때도 피하지 않았지요. 까다롭고 자기를 해칠 만한 질문자와도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소통했어요. 그런데 현재 대부분 한국교회에서는 열린 소통자로서의 예수님이 없어요, 왜 이리됐느냐? 예수님 방식으로 하면 마케팅이 안 된다.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한 측면도 있지요."

"예수의 참 매력: 우아하게 질 수 있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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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의 힘 가운데 하나가 '우아하게 지는 예수'라고  강조하셨는데요. 한반도 평화의 해법도 그 정신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1년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서 대북한 강경대응 주장이 대개 기독교에서 나오는데… 역사적 예수의 삶을 제대로 몰라서 빠지는 것이 승리주의입니다. 세상의 승리라

는 것은 남을 패배시키고 이기는 것이죠. 상살(相殺)이죠. 그럼 상생승리(相生勝利)는 없는가. 서로 살리는 승리는 없는가. 그건 딱 한 가지죠. 우아하게 질 수 있는 여유. 그 여유가 바로 이기는 힘입니다. 역사적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당하기까지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힘은 질 수 있는 힘입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그렇고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도 그렇고 남북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현 정부는 대북관계에서 너무 이기려고만 하고 상대방의 버릇을 고치려는데 너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요. 대통령이 기독교 안에서 리더십을 가진 분인데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

- 책에서 교회현실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셨는데요, 한국의 모든 교회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적지 않은 교회는 또 긍정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을 텐데요, 혹시 한완상 교수님께서 생각하기에 긍정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교회가 있다면?
"높은뜻숭의교회가 최근에 언론에 보도됐던데요, 이 교회는 한 교회를 네 쪽으로 나누어 독립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 사례를 접하면서 '아하, 건전한 방향으로 가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청파감리교회, 향린교회, 언덕교회, 하늘씨앗교회(순천), 이런 교회들도 좋아합니다."

- 교회가, 기독교인이 다시 일반인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비워서 채워주는 삶을 시작하자는 거지요. 나를 비워 남을 채워주면서 썩어가는 구조를 안 썩게 하는 소금역할을 해야지요. 지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을 하는 슈퍼자본주의 시대잖아요. 여기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지요. 그분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을 해야지요. 넓게 봐야지요. 왜 우리 교회 내 교회가 중요합니까. 남산 근처 지나가면서 보면 100미터 안에 십자가가 여러 개 있어요. 그럴 필요가 있나요? 그 십자가들을 보면 예수님이 그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참담한 생각이 들기도 하죠."

- 1936년생인데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 민주화시기 - 신자유주의시기를 다 거치셨는데요. 내가 기독교인이 되었기 때문에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았다, 위기에서 나를 구했다하는 대목이 있다면?
"기독교 신자기 때문에 남보다 모범적으로 살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고요. 이 책에서 고백한 대로 늙을수록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지요. 다만 예수따르미기 때문에 보람 있었던 것은 내가 외롭고 괴로울 때, 고통당할 때, 감옥에 있었을 때, 색깔공세로 괴로웠을 때 따뜻한 동거자로서 오시는 예수님의 힘이 있어서 내가 이 정도 견딜 수 있었구나 싶지요. 내 실력으로는 안 되는 게 있어요."

"네티즌 기독교 비판, 적대적 공생관계 끊어야"

- 한완상 박사는 인터넷활용도 많이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독교, 교회를 심하게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분명히 교회와 기독교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큼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덩달아 싸잡아서 모든 교회와 기독교인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교회비판, 크리스천 비판이 건전하고 생산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네티즌 여러분이 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네티즌은 내 표현으로는 줄씨알입니다. 줄(line) 안팎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촛불에서도 확인했습니다만 대한민국 줄씨알들은 세계적으로 앞서갑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의 표현이 품격을 잃을 때가 있어요.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한다든지 심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역사의 주인인데 주인답게 품위있게 표현을 했으면 해요.

특히 어떤 교회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바라봐야지 그 손가락 밑에 있는 때를 보고 시비를 걸면 안 되지요. 교회가 비록 때같이 보일지라도 그것이 가리키는 달을 보는 성숙함이 있었으면 해요. 니체가 말하길 괴물과 싸울 때 조심해야 할 것은 괴물과 닮는 것이라고 했어요.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 갈라디아서에 보면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치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그러나 열심히 일하고도, 열심히 민주화운동 하고도 희망을 잃고 낙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이럴 때일수록 '종말론적인 희망'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내가 말하는 종말론적인 희망은 예수재림의 신흥종말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다른 탐욕과 악의 구조는 반드시 끝장난다는 희망이죠. 사랑과 정의의 신질서를 만들어내는 천지개벽에 대한 믿음이죠.

경제위기가 오래 지속하면 희망이 오래 못 가는데 그래서 희망에는 반드시 인내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희망이 인내와 동반하지 못하면 금방 절망으로 가지요. 희망과 인내는 사촌 간입니다. 현 세계경제위기는 탐욕의 극대화가 가져온 측면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새 질서를 위한 종말론적 희망이 필요합니다. 인내와 희망으로 공포를 이겨내야지요."

-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십니까?
"나 자신을 좀더 비우면 더 건강할 텐데 그게 잘 안되네요. 옛날의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요. 어릴 때 할머니가 쇠죽 끓일 때 보면 아궁이에 솔가지 넣으면서 중얼중얼 하셔요. 솔가지가 불에 타는 것을 보면서 화를 비우면서 미소도 짓고 그러더라고. 아, 이렇게 맺힌 한을 비우고 푸시는구나… 그런데 나는 아직도 남을 미워하거든요… 비워 보려고 노력합니다."

"죽는 것도 유익하면 내 삶이 불행해질 수 없죠"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예수없는 예수교회>책을 펴낸 한완상 전 적십자사 총재가 19일 오마이TV가 주최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박제화된 예수만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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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성경구절이 여럿 있으실 텐데요, 그중에서도 <오마이뉴스> 독자와 나누고 싶은 구절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은 데살로니가전서에 나오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5장 16-18절)라는 구절을 좋아하셨지요. 그래서 부모님 비석에도 그 구절이 적혀 있어요.

그런데 나는 그대로 지키면서는 못살겠더라고요. 그런데 민주화운동하다 남산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성경 빌립보서를 읽었지요. 바울이 감옥에서 처형되기 전에 이렇게 말한 게 적혀 있었어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립보서 1장 21절).

요즘도 나를 붙들어주는 말씀은 바로 그것입니다. 죽는 것도 유익하다고 생각했을 때 이 역사에서의 내 삶이 불행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우리 부모님이 좋아했던 구절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 성가대원도 하시고, 성가대 지휘도 10년을 하셨는데 가장 좋아하는 성가(찬송가)가 있다면?
"짧지만 감동적인 찬송가가 있어요. '겸손히 주를 섬길 때 괴로운 일 많으나 구주여 내게 힘주셔서 잘 감당하게 하소서.'"

-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계십니까?
"내년 초반에 대화록을 하나 출간하고 싶어요. 그간 여러 분들과 대화한 것이 있는데 나와 부딪힌 사람들까지, 나를 색깔론으로 몰았던 사람까지 포함하여 대화한 것을 정리해보고 싶어요."

- 신학자, 의사, 사회학자 가운데 고심하시다가 소셜 닥터가 되셨는데 만약 다시 청년이 된다면 이번엔 어떤 선택을?
"만약 학자가 된다면 우주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그러나 무엇이 되든, 교수가 되든 의사가 되든 소셜닥터의 역할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와 역사가 병들었을 때 고치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지식인이 기본으로 할 일이죠."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오마이뉴스'라는 제호를 처음 접했을 때 이름이 참 좋구나 생각했어요. 오마이뉴스의 뜻이 '오 나의 기쁜 소식'이 아닙니까? 이것이 나의 기쁜 소식일 뿐 아니라 우리의 기쁜 소식이 될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에 우리 사회의 길을 밝히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합니다."

독자 여러분, 한완상 박사와 함께한 90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많이 팽창해왔습니다. 그러나 양적 팽창만큼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왔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한완상 박사와 한국교회의 개혁방안에 대해 말씀을 나눠봤는데요, 오늘의 말씀이 한국교회가 예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로 재탄생하는 데 소금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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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완상, #예수, #이명박, #예수없는예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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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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