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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숲속에서 만난 친구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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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가끔씩 가지를 휘저으면서 숲의 정적을 깰 뿐 이파리 떨어져 나간 마른가지는 침묵의 숨을 고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겨울의 빈숲을 의존하면 살아가는 새들과 동물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푸석푸석한 마른 길에서 녀석의 만남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요즈음 숲속에서 제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녀석은 직박구리 새입니다. 무리지어 “삐, 삐”고함치며 이가지 저 가지를 옮겨 다니며 겨울을 나는 녀석들의 소리에 숲은 활력을 찾습니다.

오목눈이새 식사시간은 사람들의 식사시간이 같은지 아침이나 점심때 그리고 해질녘에 자주 만나게 됩니다. 무리를 지어 가면서 마른 덤불과 낙엽을 뒤지면서 먹이를 찾는 녀석들의 모습은 분주하게 보입니다.

직박구리와 다르게 목소리가 작은 녀석들은 마치 봄 소풍가면서 재잘대는 유치원아이들의 소리와 흡사 닮았습니다. 녀석들의 모습을 보려면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덤불을 살펴보아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몸체도 작을뿐더러 깃털이 덤불 색과 비슷하여 쉽게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연히 발견을 해도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보는 것도 잠시입니다.

옥수수를 먹는 것처럼 솔방울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 청솔모 옥수수를 먹는 것처럼 솔방울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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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돌아내려 오다가 동백쉼터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나무위아래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청솔모를 만났습니다. 녀석은 겨울잠도 없는 모양입니다. 녀석은 도토리를 찾는지 덤불을 뒤지다 소나무위로 올라가 솔방울을 맛있게 먹습니다. 두발로 솔방울 양쪽을 오두고 먹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의 옥수수를 먹는 것처럼 귀엽게 보입니다. 겨울에도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대식가입니다.

청솔모
 청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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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모
 청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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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땅을 밟고 다니는 모습이 제법 덩치가 크게 보입니다.
▲ 청솔모 조심스럽게 땅을 밟고 다니는 모습이 제법 덩치가 크게 보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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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짙은 회색의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털은 따스하게 보입니다. 바람 부는 차가운 날씨에 귀부인들이 입고 다니는 털 코트 같은 따스한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람쥐 과의 포유류에 속한 녀석은 나무타기에는 명수입니다. 30여 미터가 넘은 삼나무를 자랑이라도 하듯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를락 내릴락 합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나무사이를 쉽게 점핑을 하며 뛰는 모습은 공중을 나는 듯 가볍게 보입니다.

녀석은 조심스럽게 나무 아래로 내려옵니다. 높은 나뭇가지사이를 오갈 때는 작은 생쥐처럼 조그마하게 보였는데 조심스럽게 땅을 밟고 다니는 모습이 제법 덩치가 크게 보입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긴 꼬리, 잘 발달된 하체근육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에서는 비범함이 느껴집니다. 한때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농민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었죠.   

지난 가을에 익은 빨간 청미래 덩굴 열매입니다.
▲ 청미래덩굴 열매 지난 가을에 익은 빨간 청미래 덩굴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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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서는 국화향이 솔솔 납니다.
 꽃잎에서는 국화향이 솔솔 납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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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에 익은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가 곱게 보입니다. 쑥부쟁이일까요. 바람을 막아주는 따스한 양달쪽에 자리 잡고 있는 녀석은 아직도 고운 자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꽃잎 가까이 코를 끙끙거려보았습니다. 꽃잎에서는 국화향이 솔솔 납니다. 가을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눈 부위 둥근 원모양의 하얀 깃털은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동박새 눈 부위 둥근 원모양의 하얀 깃털은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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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숲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동박새를 만났습니다. 녀석은 겨울에 동백꽃의 꿀을 먹으면서 꽃의 수정을 도와준다고 하여 동박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산에는 동백쉼터 부근에 동백나무군락이 조금 있습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입구 쪽에 애기동백나무 조금 있을 뿐 많은 동백나무가 없는데 녀석이 이곳을 찾아오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등 부위 연둣빛 깃털 가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눈 부위 둥근 원모양의 하얀 깃털은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녀석은 낭창낭창 작은 나뭇가지를 발로 움켜잡아 떨어지지도 않고 가볍게 360도를 돌아 먹이를 찾는 묘기를 보여줍니다. 곤충의 활동이 뜸한 겨울에 피는 붉은 동백꽃은 이 녀석은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붉은 꽃잎과 꿀이 가득한 노랑꽃가루로 녀석을 유인합니다. 동백꽃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녀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야산 일몰
 가야산 일몰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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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겨울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부채 살 같은 햇살은 스크린에 비추는 영사기 빛처럼 앙상한 가지사이를 비추고 있습니다. 숲속 주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조용히 이 곳을 빠져나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청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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