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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돼지창자, 미국산 양 창자 케이싱(소지지 껍질)로 햄과 소시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국산 돼지창자, 미국산 양 창자 케이싱(소지지 껍질)로 햄과 소시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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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햄과 소시지를 생산하는 대다수 업체가 수입이 금지된 중국산 돼지창자나 미국산 양창자로 만든 케이싱(소시지 껍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먹을거리 문제가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이어지더니, 해를 못 넘기고 또 다시 식품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3년 동안 수입금지 재료 먹은 소비자 

부산 해경에 적발된 수입업자는 구제역으로 수입이 금지된 중국산 돼지 창자로 만든 케이싱(소시지 껍질)을 미국 축산물 가공업체로부터 수입해 국내 햄, 소시지 제조업체에 납품하거나 중간 도매업체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돼지창자 케이싱은 중국에서 발병한 구제역 때문에, 그리고 미국산 양 창자 케이싱은 광우병 위험 때문에 수입금지가 되어 있었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2006년부터 국내에 수입된 800여 톤(2800여억 원)이 구제역 위험이 있는 중국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에서 수입되었고 현재까지 대형 햄, 소시지 제조업체를 포함한 8개 업체가 이들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불법으로 수입된 중국산 돼지 창자와 미국산 양 창자 케이싱으로 만든 800 톤 중 완제품 생산에 사용된 재료들이 모두 소비자들에게 판매 소비된 것이다. 우리나라 한 해 햄 소시지 시장 규모는 87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정부는 중국산 멜라민 분유와 같은 현존하는 위험이 없기 때문인지 제품 수거를 비롯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들도 수입업자에게 속았기 때문에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거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햄과 소시지 중에 케이싱을 사용하는 제품은 소량에 불과하다며 발뺌 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산 멜라민분유 파동 때에 비하여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소시지 껍질만 위험할까?

그렇다면, 돼지 구제역과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중국산, 미국산 소시지 껍질만 위험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미국에서는 100년 전에 비위생적인 육가공 공장에서 생산되는 육류제품의 위험이 큰 충격을 주었던 적이 있다.

바로 작가이자 언론인인 업튼 싱클레어가 뉴욕 도살장을 취재하며 육가공 공장의 현실을 목격하고 쓴 <정글> 때문이다. 그가 쓴 이 책은 미국에서 식품위생관련 법률을 새로 만들만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글>에는 믿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넘쳐났다.

"병든 소도 마구 도살한다, 썩은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약품을 쓴다, 쇠고기 통조림에 라벨을 멋대로 붙인다, 도살대 위에다 용변을 본다, 소똥 범벅인 통로로 질질 끌려간 소는 똥  투성이다."

"먼지와 톱밥이 가득한 바닥에 고기를 팽개친다, 고기를 짓밟고 침을 뱉는다, 고깃덩어리가 쌓인 창고에서는 핏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쥐떼가 득시글거리며 쥐약과 쥐똥이 널려 있다, 쥐도 쥐약도 쥐똥도 고깃덩어리에 쓸려 가공기계로 빨려 들어간다."

심지어 육류가공탱크에 떨어진 일꾼들이 고기와 함께 갈려서 팔려나갔다는 대목도 있는데, 루즈벨트 대통령이 파견한 조사관은 사람이 섞여 들어갔다는 주장만 빼고 모두 사실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피, 기름, 배설물, 고름이 뒤범벅된 도살장

대부분 사람들은 100년 전이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미국 도축장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작업자들이 일반 가정집 부엌보다 더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육가공품을 생산한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걸어 다닐 때 마다 30㎝짜리 돼지 회충이 발목에 엉겨 붙어 질질 끌려 다니는 곳에서 일하고 있단 말이에요."

"매일 몸통이 바닥에 떨어지는데 회사에서 그 몸통을 다시 작업 라인에 걸기 전에 다듬거나 씻지도 않고 그대로 걸어놓는다. 바닥은 피, 기름, 배설물, 농양에서 나온 고름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상태이다. 이 중 많은 오염물질이 고압 분사기 덕분에 고기로 들어가게 된다."

"벌레들이 살판난 거죠. 쥐새끼들이 들끓고 2인치나 되는 바퀴벌레들이 날뜁니다. 창자를 손질하는 테이블에 오줌이 흥건히 배어 있는데 종종 고기에 이 오줌이 묻어요. 회사는 구더기 방지 물약을 바닥에 뿌리지만, 하수구가 자주 차서 몸통이 레일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더러운 물이 몸통에 튀어요."

이 장면은 불과 2년 전 미국 동물 보호단체 회원인 게일 A. 아이스니츠가 쓴 <도살장>이란 책에 실린 한 대목이다. 이 책은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던 지난 5월에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광우병 위험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치명적인 박테리아 변종인 O157:H7 대장균에 오염된 고기를 먹고 죽음에 내몰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업튼 싱클레어가 <정글>에서 상세히 묘사했던 육가공 공장의 상황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축 부산물에 의해 하수구 구멍이 막혀 발목까지 차오르는 핏물과 동물들의 다리와 코, 귀 그리고 병균과 벌레들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 오염물질에 노출된 고기가 만들어지고 때로는 그런 물질들이 의도적으로 식용 재료로 사용되는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함께 포장된 배설물로 인해 고기가 죽은 벌레와 구더기로 오염되고, 작업 도중 고기의 몸통을 식히는 냉장고와 작업장 곳곳에 용변을 보다 적발되기도 하며, 이렇게 오염된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식용 소시지통에 넣는 사례가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육가공 공장이 이 모양이라면 돼지 창자로 만든 케이싱을 가공한 중국 육가공 공장 위생 상태 역시 미국보다 조금도 더 낫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럼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수입된 중국산 돼지 창자, 미국산 양 창자로 만든 케이싱도 문제이지만, 대부분 햄과 소시지는 업튼 싱클레어가 쓴 <정글> 이후 지난 100년 동안에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육가공 공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돼지고기를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햄과 소시지는 첨가물 백화점

여러가지 화학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식품표시가 되어 있는 햄 포장지
 여러가지 화학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식품표시가 되어 있는 햄 포장지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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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 이후에 TV 프로그램 <스펀지 2.0>에서 '알아야 산다'는 코너를 만들어서 가짜 식품 문제와 화학첨가물 문제점을 실험을 통해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계란, 가짜 쇠고기 그리고 물과 식용유로 만드는 커피 크림, 양조간장, 표백제 문제 등을 매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방송분에서는 '첨가물의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햄과 소시지 문제를 집중 조명하였다. 햄과 소시지에는 인산염, 산화방지제, MSG, 모둠향신료, 아질산나트륨 등 십여 가지 이상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는데, 발암 물질을 생성시킨다는 아질산나트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스펀지 2.0>에서는 천연 햄과 첨가물 햄을 직접 만들어 색과 맛을 비교하는 실험을 보여주었다. 천연 햄은 하얀색, 첨가물 햄은 옅은 분홍색을 띠었다. 실험결과를 보면 천연 햄보다 첨가물 햄이 색감이 좋아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직접 먹어 본 스펀지 실험맨은 맛도 첨가물 햄이 더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왜 천연 햄보다 첨가물 햄이 더 맛이 좋을까? 다 아시다시피 바로 식품첨가물 때문이다. 십여 종이 넘는 화학첨가물이 포함된 햄과 소시지가 몸에 나쁜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생고기로 만든 햄과 소시지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는 것이다.

위험한 화학첨가물은 햄과 소시지를 제조과정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스니츠는 <도살장>에서 "고기의 썩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연기로 소독하고 끈적한 점액과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신료에 절이고 빵가루를 묻혀 유통하다 적발된 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또한 마약보다 끔찍한 '독', 암보다 치명적인 중국 식품을 고발하는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에는 대뇌의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노인성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젤라틴으로 만드는 가짜 계란, 돼지 살코기 비율을 높이는 대신에 심장 이상을 일으키는 '클렌부테롤' 돼지고기와 같은 끔찍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스펀지2.0>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햄과 소시지를 비롯한 육가공품은 절대 먹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에 '아질산나트륨'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햄과 소시지를 끓는 물에 담갔다가 먹어라"고 비겁한(?) 조언을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의 축산농가와 협동조합, 육가공업자, 수입업자 그리고 재벌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햄, 소시지 제조회사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은 아닐까?

죽은 동물의 시체를 가공하여 만드는 햄과 소시지는 중국산 돼지창자로 만든 케이싱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나쁜 대표적인 '정크푸드'다. 오염된 도살장에서 가공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재료로 십여 종이 넘는 화학첨가물을 섞어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밥상 만들려면...

스펀지 2.0에서 식품첨가물을 넣어 햄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스펀지 2.0에서 식품첨가물을 넣어 햄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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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 뿐인가? 가족 농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규모의 유기농 축산을 제외한 대부분 소, 돼지, 닭은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주사를 맞으며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익히 알려진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위험하다.

최근, 식품 위험을 고발하는 TV 프로그램은 <소비자 고발> 같은 시사 프로그램의 영역을 넘어서 개그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의 주요한 방송소재가 되고 있다. 이제는 몰라서 그냥 먹고 있다고 대답하기에 너무 많은 식품 위험정보와 식품안전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이것이 소비자의 선택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영국에서는 2004년부터 텔레비전 쇼로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브가 좋은 재료와 건강 식단, 요리법으로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닭고기 너깃이나 햄버거, 감자 튀김을 추방하고, 신선한 재료로 주방에서 정성껏 직접 만든 건강식을 제공하는 운동이다.

오늘 퇴근길에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들러 쇼핑카트에 가득 가공식품을 담아 계산대로 간다면 결코 '생명을 살리는 밥상'은 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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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햄, #소시지, #육식, #도살장,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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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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