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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을 부통령으로 선택함으로써 미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던 매케인이 24일 오후(아래 미 현지시각), 또 다시 정치적 초강수를 두었다. 매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5일 오전부터 대통령 선거 유세를 중단할 것이며, 금요일 대통령 후보 토론회도 연기할 것을 오바마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서를 통해 매케인은 25일에 있을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글로벌 이니시에이티브 세션에서 연설을 한 이후부터 선거 유세를 중단할 것이며, 금요일에는 워싱턴 디씨로 돌아와 현 미국의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 모색에 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유세 중단 및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으며, 대통령이 오바마와 자신을 포함한 양당의 정치 지도자들을 모두 소집해 현재의 위기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MSNBC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 다나 페리노는 매케인의 뜻에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매케인은 행정부의 구제안에 의회와 행정부가 해결점을 찾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은 채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자신이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할 때가 아니라 워싱턴으로 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쓸 때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번에 하나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자리"

 

한편,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플로리다에서 선거 유세 및 금요일의 합동 토론을 준비중이던 오바마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매케인과 자신 간에 오고갔던 전화 내용과 매케인의 선거 운동 중단 및 토론회 연기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오바마는 수요일 아침 8시 30분, 전화를 먼저 건 것은 자신이며, 이유는 재무부 구제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매케인의 의견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 공동 성명서를 낼 것을 매케인에게 먼저 제안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두 후보가 공동 성명서를 냄으로써 월가 뿐 아니라 메인스트리트 국민들 역시 도울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또 다시 자신의 4가지 원칙을 역설했는데, ▲첫째, 월가에 대한 초당적이고도 독립적 감시 기구를 설립한다 ▲둘째, 경제가 회생하고 구제 금융을 썼던 회사들이 이윤을 내기 시작하면, 그 혜택을 반드시 국민들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돈을 되갚아주어야 한다 ▲셋째, 월가에 대한 구제 내용 뿐 아니라 채무 불이행으로 집을 잃게 될 국민들을 위한 구제 내용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넷째, 구제 금융을 받게 되는 회사의 CEO들의 보수에 상한선을 둠은 물론, 기타 물질적 혜택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CEO들을 위한 '자선 기금'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등 4가지이다.

 

이 4가지 원칙 중, 매케인과는 감시 기구 설치와 CEO에 대한 보수 상한선 마련 등이 오바마와 공통적이다.

 

 

오바마는 워싱턴으로 가서 구제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매케인의 제안에 대해 자신이 필요할 때라면 언제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나 의회와 행정부가 노력하는 과정 속에 '대선 정치'가 개입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와의 질의 시간에 오바마는 지난 3월부터 민주당 지도부가 밀어붙였던 내용들을 이번 행정부 구제안에 다 포함시킬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러나 자신의 4가지 원칙들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에게 모기지 계약서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구제해주고자 노력했었으나, 모기지 업계와 공화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재무부 구제안의 의회 통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왔다.   

 

매케인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 연기 문제와 관련해서 오바마는 지금이야 말로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과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직이라는 것은 한 번에 하나 이상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매케인이 금요일의 토론을 뒤로 미룰 뜻을 내비추었지만 자신은 그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요일 합동 토론회를 주최하는 미시시피 주립대학 측은 토론회 변경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차질없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7000억달러 구제안, 의회와 국민 반대 부딪혀

 

7000억 달러(약 815조 원) 경제 구제안을 둘러싼 현재의 미국 상황은 녹록치 않다.

 

23, 24일 이틀 동안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벤 버낸키 연방준비위원장이 7천억 달러 월가 구제 금융을 두고 상하원들과 씨름을 벌였지만, 좀처럼 의원들과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오늘(24일)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와의 자리에서 CEO에 대한 보수 상한선을 두자는 부분에 대해 폴슨 재무부 장관이 동의를 보내고 있는 정도이다.

 

폴슨 장관과 버낸키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7천억 달러 구제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의원들마저도 액수와 결정 시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폴슨과 버낸키의 구제안이 7000억 달러 세금의 거의 모든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국민들('월스트리트'와 대비되는 일반 미국 국민들)에 대한 가시적인 배려는 없는 채 월스트리트에 대한 구제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7000억 달러는 어린 아이까지 다 포함한 미국 국민 모두가 한 명당 2300달러(약 270만 원)를 짊어지는 양이다. 높은 자동차 기름값과 식료품비로 생활고를 불평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11월 4일이면, 정·부통령의 결정 뿐 아니라 많은 상·하원의 재선 여부 역시 결정되는데, 재선거를 코 앞에 둔 민주·공화 양당의 많은 의원들이 재무부 구제안대로 사인을 해주고 지역구로 돌아가 유권자를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7000억 달러 구제안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는데, 찬성이 31%, 반대가 33%, 의견 없음이 28%로 나왔다.

 

정부의 구제안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28%에 달하는 현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경제 위기 발발 10여일이 지난 오늘 저녁에야 처음으로 프라임 타임 담화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미국 국민들한테 행정부의 구제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일을 잘 한다고 보는 미국 국민들은 9월 현재 19% 정도 뿐이다.  

 

경제 위기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ABC와 <워싱턴포스트>는 9월 19일~22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오바마가 매케인을 9%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있고, 24일 나온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여론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매케인을 48% 대 46%로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전지로 분류되는 백중주(Swing State)에서는 물론 친공화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도 오바마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뉴욕타임즈>는 23일 기사를 통해 매케인의 핵심 선거 참모 중 하나인 릭 데이비스가 9월 초 긴급 구제 금융을 받았던 프레디 맥으로부터 2005년 말부터 지난 달까지 한 달에 1만 5천달러씩 받아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월요일 미국 경제 위기 발발 이후, 오바마가 페니 매, 프레디 맥의 CEO와 밀접한 관계라며, 오바마를 경제 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지목해 왔었던 매케인이었다.

 

금요일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매케인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토론회 연기를 선언한 매케인의 의도가 의심을 받기에 여러모로 충분한 상황이다.


태그:#미국 대선, #매케인, #미 금융위기, #오바마,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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