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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구속 수감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
 구속 수감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
ⓒ 연합뉴스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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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대변해줄 (사선) 변호사가 선임되면 '진짜 얘기'를 하겠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언니게이트' 2차 공판(3일)에서 한 발언이다. 기자는 당시 김씨의 '진짜 얘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당시 김씨가 청와대 로비 의혹과 관련 폭탄발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기자가 기대하던 '진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김씨의 '진짜 모습'만 속속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어제(23일) 열린 4차 공판은 그 결정판이었다.

70대의 김옥희씨는 나름대로 치밀했던 것 같다. 김씨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 특별당비를 요구할 때 자신의 계좌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김씨는 "특별당비를 내라고 한 적도 없고 계좌번호가 적힌 메모지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김씨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자신이 무식해서 글씨를 잘 못 쓴다는 점을 들었다.

"동생아, 이 누님이 재주좋으라고 돈 세보라고 한 거야"

김옥희씨의 치밀함은 다른 증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때 자신과 '누님, 동생' 할 정도로 가까웠던 김태환씨(인테리어 업자)에게 액수가 맞는지 세어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종원 이사장을 김옥희씨에게 소개했던 김태환씨는 "(처음으로 10억원을 건넬 때) 김종원 이사장이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네면 김씨는 나에게도 세어 보라고 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 김태환씨가 1억원짜리 수표 10장을 센 뒤 김옥희씨에게 건넸다.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넨 김 이사장도 똑같은 내용을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김옥희씨가 김태환씨에게 돈을 세어보라고 한 이유가 가관이다. 다시 김태환씨의 증언이다.  

"김옥희씨가 '동생아, 이 누님이 너도 재수 좋으라고 돈 세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이 구경하기 힘든 1억원짜리 수표니까 한번 만져보게 하려고 돈을 세어보라고 했다는 얘기다. 돈에 관한 한 나름의 '포스(force)'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노은'이라는 가명도 사용... "사건 터지고서야 본명 알았다"

특히 '가명 사용'은 '치밀한 김옥희씨'의 하이라이트다. 김씨는 취직을 미끼로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옥희씨에게 아들의 취직을 청탁했던 성아무개씨는 "김옥희씨가 나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영부인 언니인데 아들을 좋은 데 취직시켜주겠다'며 5000만원을 요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김씨가 자신을 '김노은'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서야 본명이 김옥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김옥희씨는 김종원 이사장, 김태환씨, 성아무개씨 등의 증언을 모두 부인했다. 김 이사장과 김태환씨가 모든 혐의를 자기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기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당에 들어가 선거를 치른 적도, 학벌도 없는데 어떻게 당비를 알겠나? 나는 공부를 못했다. 공부만 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머리가 안 아플까 봐 집안에서 일찍 결혼시켰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도 머리가 아파 1년 만에 이혼했다."

김옥희씨의 돌출발언에 법정에는 희극도 비극도 아닌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내놓은 것치곤 김옥희씨가 분명히 '오버'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재판부가 김옥희씨의 이런 발언을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해진다.


태그:#김옥희,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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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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