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지는 저녁 가을하늘 너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 가을하늘 해지는 저녁 가을하늘 너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아직도 선풍기, 에어컨바람을 멀리 하기에는 좀 부족한 가을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해질녘 억새풀 사이로 보이는 공활한 하늘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줍니다. 늘 찾는 산, 가야산(497m)입니다. 벌써 10여년을 오르고 또 오른 산입니다.

정상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도 하였고 묵은해를 보내기도 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지겨워서 가고 싶지 않은 산이 될 때가 된 산입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두 번 가지 않으면 오히려 더 보고 싶고 오르는 산길은 더 감동을 줍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설레게 하죠.

우리나라에 가야산이 참 많더군요. 그 중에도 팔만대장경이 있는 경남합천해인사를 앉고 있는 가야산이 많은 사람들에 알려진 산이죠. 대부분 사람들은 가야산 하면 그 산을 생각하더군요. 그러나 필자는 가까이에 있는 광양 가야산이 제일 좋습니다.

언제나 오르고 싶으면 아침저녁으로 오를 수 있는 산. 항상 보는 산인데도 늘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산이라 더욱 좋습니다. 멀리 금강산 한라산이 부럽지 않습니다.  

모처럼 오른 산이라 그런지 무릎도 뻐근하고 숨이 찹니다. 산이 내게 주는 건강에 대한 경고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가던 그 길에 가을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이풀’이 바람에 흔들거립니다.

개미두마리가 ‘오이풀’향기에 취하여 해 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 오이풀 개미두마리가 ‘오이풀’향기에 취하여 해 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작은 잎줄기를 끊어 손바닥에 두들기면 아싹아싹한 오이를 한 입 베어물 때와 같은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씨앗은 벌써 먼 곳으로 시집을 보냈는지 씨앗이 빠져나간 자리에 개미 두 마리가 ‘오이풀’ 향기에 취하여 해 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때죽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쯤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헉헉거리는 숨을 참으며 한발 한발 산을 오르다 코끝에 와 닿는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 때죽나무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에서는 가을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아도 녹음으로 우거져 쉽게 그 정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길가 나뭇잎을 손으로 젖히자 그 속에는 작고 하얀 꽃들이 만발하여 있었습니다. 향이 진하여 나무 근처에서 쉽게 그 향을 맡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꽃과 향기에 어울리지 않는 ‘때죽나무’ 이름을 얻었습니다. 매끈한 나무줄기에 까만 때가 끼어있는 것처럼 까만 나무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옻나무잎’에는 빨간단풍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가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나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떡갈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는 하늘을 향해 쌓아 놓은 듯 위엄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적벽 바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산을 좋아해 산을 닮았고 산처럼 살다 영원한 산이 된 님을 그리며......(2000. 09. 03. 한올 산악회)

적벽 바위 한쪽 전망이 좋은 곳에 돌로 쌓은 탑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99캉첸중가(8586m) 원정등반에서 사고로 고인이 된 한도규(‘63.11.26~’99.9.14)님을 기리기 위해 쌓은 돌 탑니다. 등허리와 이마에는 땀이 흐릅니다. 멀리 ‘광양 컨테이너항’이 보입니다. 광양을 동북아의 허브 물류기지로 만든 일등 공신이죠.

기울어가는 햇살은 적벽 바위에 길게 햇살을 펼칩니다. 어디에서 상처 입었는지 날갯죽지가 조금 잘려나간  ‘범나비’가 햇살의 기운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바위에 앉아 가벼운 날갯짓을 해봅니다. 날개가 찢겨 나가는 아픔기억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범나비로서의 자태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적벽 바위를 조금 지나가자 소나무 곁가지에 우산이 걸려있습니다. 아마도 산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비가 내려도 산을 오를 계획이었던지 우산을 가져간 모양입니다. 필요할 때 가져간 우산인데 우산은 주인을 잃고 나뭇가지에 걸려있습니다. 산을 좋아 하는 사람이라 곧 우산을 찾아 가겠죠. 우산과 주인의 빠른 상봉하기를 기대하면서 정상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설익은 도토리는 두둑한 모자를 눌러쓴 것처럼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 도토리 설익은 도토리는 두둑한 모자를 눌러쓴 것처럼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조금 센 가을바람이 도토리나무를 한바탕 흔들고 갑니다. 넓적한 잎 부딪치는 소리에 귀와 눈길이 바람이 지나 가는 쪽으로 쏠립니다. 설익은 도토리는 두둑한 모자를 눌러쓴 것처럼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나무줄기에 달려있습니다.

“탁 탁 탁 탁…….”

가느다란 나뭇가지위에 잠자리는 가을 망중한에 빠져 있습니다.
▲ 잠자리 가느다란 나뭇가지위에 잠자리는 가을 망중한에 빠져 있습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잠자리 먹이 씹는 소리입니다. 나방처럼 보이는 작은 벌레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먹이는 씹는 소리는 경쾌하게 들립니다. 잠자리의 강한 턱의 힘이 느껴집니다. 곤충류 중에는 포식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숲속의 신사 베짱이
▲ 베짱이 숲속의 신사 베짱이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숲속의 신사 ‘베짱이’가 우아한 자태로 나뭇잎에 앉아있습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베짱이를 생각하니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러나 현대판 베짱이는 결코 불쌍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개미가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한 개미는 겨울이 되자 허리 아파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열심히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는 가수로 성공하여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베짱이 수명은 6개월이라고 합니다. 겨울을 넘길 수가 없죠. 베짱이가 맞이하는 마지막 가을을 보면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순백한 자태에 마음까지 맑아집니다.
▲ 참취 순백한 자태에 마음까지 맑아집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잠자리는 가을 망중한에 빠져 있습니다. 숲속 귀퉁이 ‘참취’가 피었습니다. 지나가는 산행 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정상을 돌아 내려가는 산길은 풀벌레소리에 묻혔습니다. 가을의 소리죠.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사회는 시끄럽습니다. 우리들의 마지막 휴식처이자 좋은 친구를 찾아 집근처 가까운 산을 찾아 다가오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어떨는지요.

▲ 가을 지난 주말 집에서 가까운 가야산을 찾았습니다. 고추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조용한 고즈넉한 가을정취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관련영상보기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가야산, #가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