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 현지 시각으로 9월 1일 아침, 레이버 데이(노동절)에 3급짜리 허리케인 구스타프는 드디어 뉴올리언스에 상륙했다. 다행히 기세는 한풀 꺽인 1급이다. 3년 전 3급 짜리 카트리나 때와는 달리 피해규모는 훨씬 적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진행 중에 있지만, 3년전 무너졌던 제방에 대한 손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일요일까지 강제 주민 대피령을 시행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 기자들은 대부분 민주당 전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미네소타주의 세인트폴로 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월요일부터 열릴 공화당 전당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주당 전당 대회 때부터 간간이 소식이 전해졌던 허리케인 구스타프가 4급짜리 등급으로 성장하고, 그 진행 방향이 뉴올리언스로 예측 되면서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구스타프가 공화당 전당 대회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망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청자들의 TV화면이 전당대회와 허리케인 화면으로 양분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3년전 카트리나의 망령과 공화당-부시 행정부의 무책임했던 팀플레이가 양분된 화면을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되기 충분한 일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부시 대통령은 9월 1일 구스타프에 의한 피해 보고 및 대책 마련 회의도 뉴올리언스로 직접 가지 못하고 대신 텍사스에서 열었다. '허리케인-뉴올리언스-부시 행정부'의 삼각 관계는 선거 기간 중에는 특히 공화당과 메케인이 상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다.  

공화당 전당 대회보다는 구스타프의 영향력이 더 컸던지, 미국의 3대 주요 방송사(ABC, CBS, NBC)의 저녁 뉴스 메인 앵커들은 모두 미네소타를 떠나 뉴올리언스로 몸을 옮겼다. 월요일 저녁 뉴스의 메인은 더 이상 공화당 전당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예정인 존 메케인은 허리케인 구스타프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작정하고, 일요일 오전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 전당 대회를 통해 이재민 구호 기금을 마련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케인은 본의 아니게 허리케인과는 남다는 '악연'이 있다.

악연 1. 카트리나 온 날, 메케인의 생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치던 3년 전 8월 29일은 메케인의 69번째 생일이었다(존 메케인은 1936년 8월 29일 생이다).  생일 날 생일축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하필 이 날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었고, 메케인은 같은 시각 아리조나의 루크 공군 기지의 활주로에서 부시 대통령과 69세 생일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자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2005년 8월 29일, 메케인의 69번째 생일날, 부시 대통령과 함께 아리조나의 한 공군 비행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5년 8월 29일, 메케인의 69번째 생일날, 부시 대통령과 함께 아리조나의 한 공군 비행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White House

관련사진보기


일찌감치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이 났었던 지난 4월 24일, AP는 메케인의 뉴올리언즈 방문 소식을 보도했었다. AP 보도에 따르면, 수마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던 한 지역에서 메케인은 3년 전 부시 대통령의 늦장 대응을 비난했다고 한다(당시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 참사 발생 후 4일이 지나서야 수해 현장을 방문했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대통령인데 그 같은 참사가 일어난다면, 즉시 가장 가까운 공군 기지에 에어포스원을 착륙시킬 것이라며, 수해 현장으로 곧장 달려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3년전 생일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하던 메케인과 부시 대통령의 사진은 그의 진의를 의심하게 했고, 반 메케인 진영으로부터도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메케인은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법안에 여러 번 반대표를 던진 바 있었고 부실 대응에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을 조사하려는 진상팀 구성에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민주당은 지적했다. 이날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메케인은 카트리나로 인해 재해가 발생된 것을 당시의 정부 기관들은 케이블 뉴스를 통해서야 알았다면서, 유사시 문제가 정부 기관으로 바로 보고될 수 있도록 교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었지만, 실제로 그는 이런 시스템 마련을 위한 지원금 마련 법안에는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악연 2. 존 헤기 목사와의 특별한 인연

오바마에게 제레마이어 라이트 목사가 있다면 메케인에게는 존 헤기 목사가 있다.

존 헤기(John Charles Hagee)목사는 미국의 거대 복음 교회 네트워크의 CEO이다. 그의 설교는 160여개의 텔레비젼 방송과 50여개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매주 미주 전역으로 방송되며, 캐나다와 아프리카, 유럽 등지로도 방송되고 있다. 매주 그의 설교를 듣는 신도 숫자가 무려 99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종교적 우파이자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이며, 카톨릭에 대한 그의 일부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저서등을 통해 로만 카톨릭을 '신이 없는 증오의 신학(A Godless theology of hate)', '대단한 매춘부(Great Whore)'라고 불렀고, 히틀러가 유태인을 박해한 것은 그가 카톨릭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헤기 목사는 반 유대주의적인 발언을 한 적도 있는데, 홀로코스트가 유대인들을 벌주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가 일부 리버럴한 유대인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헤기 목사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들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매장하려 든다며 강한 반감을 나타냈었고, 카톨릭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후에 직접 사죄을 표명한 바가 있다.

헤기 목사는 카트리나 참사에 대해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었는데, 그것은 그가 설교를 통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뉴올리언즈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는 "카트리나가 강타했었던 바로 월요일에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가 준비되어있었었다" 라며,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뉴올리언즈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요지의 설교를 했다.

헤기 목사의 지지를 받아들였을 댱시, 메케인은 공화당 우파들, 특히 기독교 우파들의 지지가 절실했으므로 영향력있는 헤기 목사의 공식 지지를 반겼었지만, 동시에 그의 입장과 문제성 발언들 때문에 그 지지를 온전히 만끽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헤기 목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공식 지지 후 약 3개월 만에 멕케인은 그의 지지를 거절한다고 밝혔고, 헤기 목사역시 메케인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그러나 메케인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멈추지 않는 공화당 우파들,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 우파들 때문에 메케인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층은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런 난관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강구된 것이 세라 페일린이라는 카드라 할 수 있다. 

허리케인 구스타프로 페일린 딸 스캔들 묻혀

허리케인 구스타프 때문에 공화당 전당 대회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대회 자체의 내용도 대폭 축소,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주 목요일, 오바마의 후보 수락 연설을 시청한 시청자 숫자가 올림픽 개막식,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 심지어 아메리칸 아이돌 피날레 때보다도 더 많았다고 한 상황에서, 메케인은 언론의 조명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을 기회를 잃게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꼭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일단, 구스타프 때문에 월요일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연설 일정이 취소됐다. 메케인과 부시 대통령이 한 세트로 묶여서 비난받고, 그런 비난에 설득력이 실리는 현 상황에서, 전당 대회에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나타나는 것은 메케인에게 아무런 득이 될게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략가로 유명한 밥 슈럼은, 'Politico.com'과의 인터뷰에서 메케인 진영과 공화당원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허리케인이 해주었다며, 그것은 바로, 부시와 체니 두 사람을 전당 대회에 못 오게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효과는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에 대한 민주당과 언론의 검열을 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9월 1일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서 보도한 속보에 따르면 페일린의 17살 딸이 임신 5개월 째라는 사실이 허리케인 충격 때문에 많이 묻히는 효과를 얻게 됐다.

페일린 주지사는 구스타프 허리케인으로 온통 언론의 조명이 집중된 9월 1일 오후에 자신의 17살 딸인 브리스톨이 임신 5개월 째며, 아이의 아빠와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를 통해서 페일린 주지사와 그녀의 남편은 브리스톨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어른이 될 것 같다며, 그녀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질 것이고 자신들은 딸에게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리버럴 블로거들 사이에서 페일린 주지사의 5번째 아들이 그녀의 아들이 아니라 브리스톨의 아이라는 루머가 있었다며,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유산을 하지 않았었던 페일린에 대해 엄청난 호감을 보였었던 보수주의자들이 이 딸 아이의 임신 소식에는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케인 진영에서는 페일린을 러닝 메이트로 결정하기 전에 이미 브리스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만 간단하게 대답했을 뿐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오바마는 가정 문제는 가정 문제일 뿐이며, 특히 자식 문제에 대해 언론들이 파고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전당 대회에 모인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대부분 페일린 주지사를 두둔하며, 이미 멀티 테스커로서 그 능력을 입증한 페일린 주지사이기 때문에 이번 난관도 잘 헤쳐나갈 것이라며 입을 모아 지지했다.

그러나 허리케인으로 인해 전당대회 첫날부터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 부통령 러닝 메이트의 복잡한 가정사까지 불거진 것은 메케인에게 결코 호의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페일린 주지사를 러닝 메이트로 결정하는데 있어서 메케인이 과연 신중하고도 철저한 검증을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번 페일린 주지사의 가정 문제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태그:#미국 대선, #공화당 전당 대회, #메케인, #허리케인 카트리나, #허리케인 구스타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