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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
ⓒ 김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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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인 유권자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운동가 김동석 소장을 인터뷰했다. 이번 미국대선 현장에서 가장 바쁜 한국인을 꼽으라면 김 소장일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뛰어 다니며 미국의 정치인들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있었다.

그 동안 그가 보여준 활약상은 이미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는데, 미 하원이 일본의 위안부 관련 인권범죄 행위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앞장 서 이를 주도한 것으로 가장 유명하다. 또 미국 투표용지에 한국어를 포함시키고, 한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추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위해 막대한 로비자금을 쓰는 것도 아니다. 또 10년 전 대학동창 관계를 들먹이는 식의 한국에서나 그럴싸해 보이는 어설픈 방식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전략을 짜고 발품을 팔아 한인유권자 운동을 펼치고 또 목표를 달성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행동하는 전략가이다. 그와 한인유권자센터가 어떻게 정부가 해내기도 어려운 일을 기획하고 주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친분과 감성에 호소하는 로비, 낡은 방식

- 한인유권자센터 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미국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한 것은 약 15년 전인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 폭동 이후부터이다. 4·29폭동은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LA와 시카고, 뉴욕 세 곳에서 유권자운동이 시작됐는데 지금도 활동하는 곳은 뉴욕뿐이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이제 이민역사에 걸맞은 지위를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정치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만을 바라보고 살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미국 사회 특히 주류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권리와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 한인유권자 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특히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정부나 한국 국민들은 해외동포를 아예 별개의 사람들로 보거나, 아니면 통제의 대상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라를 떠나 미국에서 정착한 이들이 한국을 도망쳐 나온 사람쯤으로 보고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국 정치에 이들을 끌어들이려고도 하는데 매우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미국 내 영향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미국 최대 압력단체를 만든 유태인들의 방식이고, 대만이나 중국, 쿠바 등도 그런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정부와 정부 간 외교에 있어 친분을 동원하는 식의 비공식적 관계로 일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대미 외교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유권자운동에 주목하는 것이다. 유권자 운동을 통해 접근하면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를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사실 한국 대사관이 현지 한국인들을 골치 아픈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단 미국만에서만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교민 관리 차원의 시각을 벗어나 당당한 유권자로서의 한인의 역할에 주목해 이들과 연계해 국익 차원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호 협력한다면 훨씬 발전적 관계가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이 미국 내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일본계 미국인이 중심이 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는 정치인 움직이는 지렛대, 비자면제프로그램 등 성과

- 유권자 운동을 통한 위안부 결의안 과정을 잠깐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먼저 법안을 추진할 의원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의원이 일본계인 마이크 혼다 의원 등이다. 그리고서는 공동발의할 의원들을 미국의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설득했다. 그것은 지역 유권자 운동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70명 가량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한 것은 유권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움직일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우리는 지역별로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이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반대로 이 당시 이를 저지하는 총대를 멘 것이 바로 하와이의 이노우에 의원이다. 이노우에 의원은 일본 정부와 잘 연결되어 있을 뿐더러 그에게 이러저러한 형태로 도움을 받지 않은 미국 정치인은 별로 없다. 그는 평상시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 상하원 지도부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공개적으로 자신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리자 법안 발의를 포기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같은 의원들은 이미 각종 언론의 지지를 받는 위안부 결의안이 이런 일본 측의 영향력 행사 때문에 중단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발의는 물론 통과에 성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래로부터의 유권자 운동을 통해 미국의 정치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위안부 결의안은 인권이슈이기도 하며 한국의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다."

- 그렇다면 비자면제 프로그램 추진은 어떤 형태로 진행됐는가?
"미국의 법상 비자면제국가가 되려면 원래 3%의 거부율 이하의 국가만 가능했다. 한국은 대략 10% 정도의 거절률을 가지고 있어 비자면제 국가가 되기 어려웠다. 우리는 그렇다면 그 법을 10%를 기준으로 바꾸는 것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우리는 결국 성공했다. 이제 미국의 비자면제 국가 기준이 10%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국 역시 비자면제국가로 지정될 자격이 생긴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내 유권자단체 등과 협력해 공동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하는 식으로 따로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사정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그 사람들이 왜 해줘야 하나. 반면 유권자는 이곳 정치인들이 움직일 이유가 되는 중요한 힘의 지렛대이다."

한국 외교관이 미국 공무원을 상대로 우리 얘기를 들어 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들어줄 만한 이유가 없다. 상대방이 친한파이길 기대하거나, 한국식의 동문이니까 도와달라는 것은 궁색할 뿐더러 의미가 없다. 유권자를 조직하고 현실 정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효과적 방식도 많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권자 센터 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종종 소개하기로 하고 이제 오바마로 주제를 옮겼다.

많은 한국계 미국인, 오바마 지지... 백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덴버 전당대회 파견팀. 가운데에 김동석 소장, 오른 쪽이 기록과 찰영을 맡아 발로 뛰어 다니는 김창종씨, 왼편이 오바마 캠프에서 15개월 동안 일해 온 라이언 김씨.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덴버 전당대회 파견팀. 가운데에 김동석 소장, 오른 쪽이 기록과 찰영을 맡아 발로 뛰어 다니는 김창종씨, 왼편이 오바마 캠프에서 15개월 동안 일해 온 라이언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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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계속 활동했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언론기사를 보니 일찍부터 오바마의 승리를 예상하기도 하셨던데.
"우리는 금년 초 첫 경선이 시작되는 아이오와 때부터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진영의 캠프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반면 오바마 캠프는 한산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두 캠프의 차이가 있다면 오바마 측은 모두 열정적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힐러리 측은 고용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캠프가 채워졌다는 점이다. 오바마 측은 자신들의 불리함을 그야말로 발로 뛰어서 보충했다. 발로 뛰는 선거, 그리고 풀뿌리(grass root) 조직의 승리이다."

김동석 소장은 나중에 우리가 방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팅(API Caucus, Asia & Pacific Island Caucus)에서 한국인들을 포함 아시아인들의 숫자가 부쩍 많아진 것에 대해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만큼 미국 정치에 한국인들도 제도적으로 진입해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오바마를 지지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별로 없지 않은가?
"맞는 부분도 있지만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사실 미국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아시안계는 대체로 그야말로 백인들과 '이유 없이' 가깝다. 소수계의 이해관계를 보자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냥 막연히 백인이 주류라는 인식 하나 때문에 '경선과정에서 흑인은 결코 안 되며 힐러리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수준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한인들 이외에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실제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한인들을 CNN에 소개했으며 아시아계는 무조건 힐러리를 지지한다는 식의 보도흐름을 바꿨다."

같은 소수계이면서도 흑인을 무시하고 백인 옆에 들러붙어 있는 한인들에 대한 다른 소수계의 불편한 감정을 간혹 들은 적이 있다. 또 우리가 백인이 이길 것이라는 식의 사고의 밑바닥에는 항상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사실을 사실대로 못 볼 수 있으며 어떤 변화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언론학자 존 피스크는 미디어에 의해 끊임없이 전달되는 상식적 차원에서 이념이 형성되는 것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동양인이나 흑인은 백인을 돕는 착한 조연이라는 것을 스토리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선입견처럼 알아차리는 것 등을 말한다. 오바마가 상식을 깨고 있듯이 우리도 스스로 자각이 필요할 수 있다.

- 현재 오바마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책이다. 한인에 대한 정책을 보고 정치를 봐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리한 정책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 유권자로서 조직화 되어야 하고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거물급 정치인들하고 만난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오히려 로컬 담당자들과 자주 접촉해 필요할 때 유권자로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되는 통로를 만들어 놓으려 한다. 앞서 얘기한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위한 모이니비치(인디애나 상원의원) 법안을 추진할 때도 그런 식의 지역 유권자 운동의 접근 방식을 썼다."

미국에서 김 소장이 추진하는 유권자 중심의 접근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은 현실 정치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금전적으로 후원해 주는 사람을 배려하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이 이를 법안과 연결시키기에는 항상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대가성이 있다는 눈총마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구민들 차원에서 올라오는 민원은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사실상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의원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에서 그들과 갈등을 빚을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움직일 때 조직화된 유권자 운동이 가지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불리? 미국 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오바마를 다룬 책들, 그리고 현지 신문들. 미국에서도 오바마 열풍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오바마를 다룬 책들, 그리고 현지 신문들. 미국에서도 오바마 열풍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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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오바마는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있다. 그 동안 로비스트와 돈을 중심으로 이뤄진 미국 정치가 이제 아래로부터의 민의가 더 큰 의미를 갖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발적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오바마는 그 부분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특히 기업들이 내놓는 정치헌금을 상당 폭 제한하는 '소프트머니 금지법안'이 통과되면서 이제는 정말 유권자 조직을 누가 더 탄탄하게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실제 공화당의 맥케인 후보는 자신이 소프트머니 금지법을 추진한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자가 되고 있다. 공화당은 풀뿌리 유권자 조직이 튼튼하지 않아 이미 대선자금 모금에 고전하고 있다. 오바마는 그런 점에서 미국식 정치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는 지금 미국 내 소수그룹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도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존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에 대해 언론들이 이렇게 까지 호의적으로 해주는 것은 그들 역시 미국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확연히 구분되는 그 사회의 비주류가 정권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한국 사회의 주류를 중심으로 호남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감정적 저항은 상당했다.

빨갱이 논란이야 웃어 버린다 치더라도 약 25%의 인구지분을 가진 호남세력이 집권할 때도 만만치 않은 저항감이 느껴졌는데 과연 12% 짜리 비주류(미국 내 흑인의 비율)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느낌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만 특정 사회의 소수에게 필요한 것은 좁은 틀로 보면 개인적 이익이 극대화 되는 것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확보하는 것, 즉 '희망'과 '자존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것은 그들의 삶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은 것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실제 오바마가 한미FTA 재검토를 얘기하지 않았나?
"미국 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이번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민주당은 곧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고 의회이다. 맞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적어도 자동차 조항 등에서만큼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 태세이다. 오바마가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는 다르며, 그러한 흐름을 움직이는 것은 낸시 펠로시 같은 민주당의 거물들이 처리한다. 만일 한국이 한미FTA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면 의회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고민을 해야 한다."


태그:#미국 대선, #오바마, #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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