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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젠틀맨!"

 

기항지관광을 가지 않고 선내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가 배로 돌아와 보니 크루즈 맨 위층 야외 수영장 부근에서 바비큐 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냥 잠자리에 들긴 아쉬워 바비큐 몇 조각과 과일을 후식처럼 먹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모인 것이다.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것만 같고 그냥 잠자리에 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배 안에는 도서관도 있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었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과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 너무 늦지 않겠냐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빙고게임을 하는 곳이 눈에 띄었다.

 

사회자의 익살스런 멘트에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웃고 즐기고 있었지만 우린 게임방법을 잘 몰라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빙고게임이 끝난 다음은 어른들을 위한 시간으로 함께 춤도 추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다.

 

우리 일행은 춤추는 동작을 따라 하기조차 쑥스러워 서로 등을 밀며 나가서 해 보라고 했다. 나도 질세라 남편에게 나가 보라고 재촉을 했지만 영 내키지 않는 듯 억지로 떼밀려 나갔다. 나가기 싫은 사람처럼 하더니 막상 게임을 할 때 보니 얼마나 코믹하게 활동을 하는지 그 자리서 별명이 붙었다.

 

남편의 별명은 '안녕하세요. 젠틀맨!'.

 

사회자는 말끝마다 "안녕하세요"를 외치고 남편은 탁구공을 옮기는 게임 중간에도 다른 나라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몸짓을 하니 당연히 인기가 좋을 수밖에. 그래서 게임을 마친 후 가장 잘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금메달과 상금 50달러가 남편에게 주어졌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남편은 메달을 걸고 다니며 자랑을 했다. 게임을 마친 후 바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며 집 안 이야기며 직장 이야기 또 여행이야기를 밤늦도록 했다. 배는 여전히 또 다른 기항지를 향해 부지런히 나가고 있었지만 우린 평소처럼 모여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봐 조바심하지 않아도 되니 크루즈여행이 편안하긴 하다.

 

다시 날이 밝았다. 오늘은 크루즈 여행 중 가장 기다리던 날이다. 갈라디너를 위해 정장 한 벌씩을 가져 오라고 해서 구두까지 가져 오느라 다른 여행 때보다 여행가방 부피가 더 컸다. 바로 오늘저녁 갈라디너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지인은 벌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깅을 하고 왔단다. 음식을 잘 먹다 보니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오늘도  빠짐없이 스포츠댄스에 참여해서 운동이 꽤 됐다.

 

아침은 중화요리로 먹자는 의견이 모아져 6층에 자리한 파빌리온으로 갔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여섯 명의 좌석배정표를 받고 승선카드로 결재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닭고기를 잘게 썰어 요리한 음식과 만두 우리의 흰죽처럼 생긴 음식이 나왔다. 보기보다 입맛에 잘 맞아 흰 죽을 잘 들 먹었다. 난 여러 가지 만두를 먹었다.

 

요리가 더 나오지 않을까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그게 끝이란다. 다른 곳을 슬쩍 보니 그것으로 점심은 끝이다. 배가 부르긴 한데 이곳에서 그새 많은 가짓수의 음식에 익숙해졌나 보다.

 

영화에서보다 더 신비로운 하롱베이 

 

▲ 하롱베이의 전경 하롱베이의 전경은 영화에서도 익히 보아왔던 곳이니 크게 달라보일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봐서 그런지 더 신비롭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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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의 관광을 위해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붙이고 한 줄로 서서다른 출구로 나갔다. 우리는 흰색의 둥근 스티커를 가슴에 붙였다. 오늘 우리의 기항지는 베트남의 하롱베이이다. 그곳으로 가려면 50여 명이 타는 작은 배로 옮겨 타서 가야 한다. 승무원들이 나와 손을 잡아주며 안전하게 옮겨 타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롱베이 선착장에서 버스로 잠깐 가니 목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배를 타고 와서 그런지 목선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하롱베이의 전경은 영화에서도 익히 보아왔던 곳이니 크게 달라보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봐서 그런지 더 신비롭다. 떠 있는 바위섬 같다고나 할까.

 

천궁동굴로 현지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했다. 가이드의 세세한 설명과 재미있는 표현에 큰 웃음소리가 났다. 동굴로 들어서는 입구에 원숭이가 바위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이 동굴이 원숭이를 쫓다가 발견한 동굴이라는 설명이다.

 

▲ 다금바리회를 먹기 위한 흥정 무게를 다는 모습을 보니 옛날 옛적에 우리가 쓰던 손저울이다. 과연 저 무게가 맞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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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나와 우리나라에서는 꽤 비싸다는 다금바리회를 먹었다. 우리가 먹을 횟감을 골라 흥정을 하고 무게를 다는 모습을 보니 옛날 옛적에 우리가 쓰던 손저울이다. 과연 저 무게가 맞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회를 뜨는 동안 여기서 사진은 꼭 찍어야 한다며 둘이 꼭 붙어 있는 형상의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었다. 특히 신혼여행을 왔다는 젊은 부부의 다정한 포즈가 전염되어 우리까지 같은 포즈로 한 장 찍었다.

 

우리가 탄 배보다 더 작은 배가 스르르 가까이 다가오더니 어린 아이 두 명이 바나나와 망고를 들고 와 사라고 한다. 일행 중의 한 분이 한화로 오천 원을 주니 천원을 더 달라고 한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가이드에게 물으려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망고는 먹지도 못할 풋것을 따왔다며 배탈 날 수 있으니 버리라고 한다. 바나나도 싱싱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먹을 만했다. 아이들이 '얍삽'해 보이긴 했지만 살려고 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다금바리회를 먹는 중에 점심까지 나왔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한국인 식당에서 특별히 사왔다는 잘 익은 김치와 베트남 쌀로 만든 튀김 종류, 게와 새우, 어묵이 초고추장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이곳은 한국 사람이 많이 오나 보다. 한국산 초고추장까지 준비한 걸 보면 말이다.

 

이제 다시 배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다. 선착장에서 버고호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큰 보따리들을 들고 있다. 아마도 그들이 좋아하는 해산물인가보다. 꼭 우리의 홍어나 가오리 말린 것처럼 생긴 것을 너나 할 것 없이 한 보따리씩 들고 좋아한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싸게 잘 샀다' 뭐 그런 표정이다.


태그:#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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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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