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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여행은 배 안에서의 생활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고 어떤 활동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틀려진다고 하니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 포터들이 방 앞에 가져다 준 짐을 풀고 우린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크루즈의 장점이라면 다른 여행과 달리 한번 짐을 풀면 나가는 날까지 다시 가방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옷장 옷걸이에 옷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배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양식을 먹을 것인지 중식을 먹을 것인지 뷔페를 먹을 것인지 의논한 끝에 12층 뒤쪽에 있는 인터내셔널 뷔페식당으로 갔다. 배가 커서 안내를 받을 때 배 앞쪽은 카펫 바닥이 빨간색, 중간은 파란색 뒤쪽은 녹색이니 잘 기억해 두라고 알려줬다. 카펫이 초록으로 깔려있는 뒤쪽을 찾아 가긴 했는데 기다리는 긴 줄에 그만 저녁 생각이 달아났다.

출입국심사 때만큼이나 벌써 많은 이들이 줄을 서있다. 기다리며 가만히 살펴보니 나라마다 이야기하는 모습이 다 달라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사람들이 각자의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시끄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예쁘게 장식된 음식 앞에서 체중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앞섰다.
▲ 양식당의 예쁜 샐러드 예쁘게 장식된 음식 앞에서 체중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앞섰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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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부터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도 어렵지만, 음식 이름은 더 낯설다.
▲ 좌석배정표와 스프 주문부터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도 어렵지만, 음식 이름은 더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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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양식체질인가보다. 짜지 않은 소시지와 빵, 평소에는 비싸서 잘 못 먹는 딤섬, 열대과일인 메론 파파야 등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그곳에서도 가져간 고추장과 김을 꺼내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밥과 함께 먹는 일행도 있긴 했다. 집 떠나면 음식 때문에 고생이라고 하는데 난 오히려 더 잘 먹는다.

여행은 아무리 즐거워도 피곤하기 마련이다. 전문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워보는 시간도, 뮤직엔터테인먼트도 빙고게임도 싱크로나이즈 공연도 쇼 밴드도 뒤로 미루고 우리 모두는 잠자리에 들었다.

바다위에 누워있다는 느낌은 발코니에 나가 보고서야 실감이 났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뱃전의 파도만 아니라면 누가 바다에 나왔다고 하겠는가? 전혀 움직임이 없다. 그저 육지에서 걸어 다니는 것 같다. 참 잘 잤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피곤한 탓인지 푹 잤다.

평소 아침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 새벽 5시인데 배에서도 그 시간에 어김없이 깼다. 눈을 뜨니 새벽4시. 시차 때문에 그 시각에 깼으니 생체리듬은 변함없나보다. 난 4시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그렇고 6시10분까지 일출을 기다렸다. 동해의 해 뜨는 장면과 서해의 일몰을 카메라에 담긴 했었지만 인도양의 일출은 뭔가 색다를 것 같아 기다렸다. 누가 보면 어쩌냐는 내 걱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은 속옷 바람으로 발코니에 나와 마음껏 바닷바람을 쐰다. 방 안은 냉방이 지나치게 잘 되어 있어 밤새 "춥다"고 했는데, 오히려 발코니 쪽 문을 여니 바깥공기가 선선하니 상쾌하게 느껴졌다.

보일 듯 보일 듯 하며 나오지 않던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금방 쏘옥 올라온다.
▲ 인도양의 일출 보일 듯 보일 듯 하며 나오지 않던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금방 쏘옥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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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디오카메라에 해 뜨는 모습을 담았다. 보일 듯 보일 듯하며 나오지 않던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금방 쏘옥 올라왔다. 오래 기다린 보람으로 여기서도 어김없이 일출을 찍을 수 있다니 큰 수확이다. 일출을 보느라 아침산책도 못하고 헬스장에서 하는 요가프로그램 참여도 못했으니 아쉽지만 크루즈 스탭들과 함께하는 차차차라인 댄스프로그램만 참여했다.

"차차차"

1스텝에서 4스텝까지 차근차근 설명하며 동작을 알려 주고 스탭들이 "뮤직"하고 우리가 "예"하면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에 맞춰 배운 스텝을 따라 한다. 30분쯤 했을 뿐인데 땀이 송송 났다.

우리일행은 우습게도 똑같은 스프, 똑같은 메인요리에 디저트까지 같은 것으로 여섯 명이 먹게 되었다.
▲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추천해주세요" 우리일행은 우습게도 똑같은 스프, 똑같은 메인요리에 디저트까지 같은 것으로 여섯 명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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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쉬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벨라비스타라는 양식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을 때만해도 우리가 그렇게 점심 한 끼 먹기가 어려우리라는 상상도 못했다. 주문부터가 쉽지 않았다. 에피타이저, 스프,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한참 고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던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알려줬다.

우리일행은 우습게도 똑같은 스프, 똑같은 메인요리에 디저트까지 같은 것으로 여섯 명이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의 말을 듣길 잘했다. 우리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배에서의 생활이 하루밖에 안되었는데도 워낙 배 안의 요리가 훌륭해서인지 체중이 늘어날까봐 걱정들을 했다. 운동은 필수! 우린 점심 먹은 잠시 후에 옥외 수영장과 스파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세계 여러 나라의 남녀와 함께 수영을 즐겼다.

▲ 크루즈호 선상에서 벌어지는 바베큐파티 아름다운 수영장과 음악, 그리고 맛난 음식들로 가득찬 환상적인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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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수영을 하다 수영복을 입은 채로 스파도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온천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특히 스파를 즐기는 것으로 보였다. 물이 뜨겁지 않은가 손을 넣어보는 내게 미소를 띠며 자기나라 말로 뭐라고 한다. 일본어는 전혀 모르지만 눈치로 물이 뜨겁지 않으니 함께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아 둥근모양의 욕조에서 함께 스파를 즐겼다.

어린이 풀장은 다른 층에 어린아이들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은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른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큰 맘 먹고 떠난 크루즈여행을 다른 나라사람들은 가족단위 휴가로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온걸 보니 무척 부러웠다.

크루즈의 장점이 짐을 쌌다 풀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단점은 언어소통이 돼야 한다는 것.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나이 들어 편안하게 크루즈여행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렇지 않다. 영어회화를 더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여기 와서야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태그:#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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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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