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휴가 마지막 날인 7월31일. 우리 가족은 울릉도 정상 성인봉에 오르기로 하였다. 성인봉은 해발 984m의 울릉도 정상에 위치한 봉우리로 정상에 서면 나리분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성인봉은 '예로부터 성인이 난다'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대부분의 가이드들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 성인봉이 꼭 오르라고 권하였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도동리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4.3㎞ 구간과 천부리에서 성인봉까지 이르는 7.1㎞ 구간이 있다. 우리 가족은 도동리에서 성인봉 정상에 올라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음료수와 간단한 스넥을 팔고 있다.
▲ 성인봉 초입에서 음료수를 파는 할머니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음료수와 간단한 스넥을 팔고 있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8시 산행을 시작했다. 능선 초입까지 올라가면 마을 끝자락에 커피와 음료를 팔고 계신 할머니가 있었다. 그곳에서 2000원짜리 냉커피 한 잔을 들이키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984m라 아주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산세가 험하고 돌이 많아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화산분지로 이루어진 이곳에선 계곡을 찾기가 힘들어 미리 준비해 간 물과 음료수가 큰 도움이 되었다. 산 능선에서 성인봉 정상까지는 화장실도 계곡도 약수도 없으니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성인봉 300미터 아래의 이정표
▲ 성인봉과 나리분지의 갈림길 성인봉 300미터 아래의 이정표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성인봉 정상에 섰을 때는 오전 10시경이었다. 중간에 쉬지는 않았지만 매우 느린 걸음으로 올랐기에 예정시간인 1시간 30분 보단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성인봉 정상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리분지를 내려다 본다. 굽이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넓은 분지와 푸르디 푸른 신록이 우리를 반긴다.

봉우리를 보고 모두 한 컷!
▲ 성인봉 정상 봉우리를 보고 모두 한 컷!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 성인봉 정상 성인봉 정상에 서서 나리분지를 중심으로 울릉도 전체를 담아보았다.
ⓒ 송춘희

관련영상보기


강원도만큼이나 울릉도에는 옥수수가 흔하다.
▲ 산속의 옥수수밭 강원도만큼이나 울릉도에는 옥수수가 흔하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원시림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원시림이란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오랜 세월동안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았던 숲을 말하며 이곳엔 너도 밤나무, 왕 고로쇠, 섬 단풍 등의 군락이 자연 그대로 보존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원시림은 과거 울릉도의 삼림을 대변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원시림이 잘 보존된 성인봉 산길
▲ 성인봉 원시림 원시림이 잘 보존된 성인봉 산길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곳곳에 펼쳐진 야생화들의 모습
▲ 성인봉 원시림의 야생꽃 곳곳에 펼쳐진 야생화들의 모습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원시림이라 줄기를 타고 나뭇가지가 오르는 신기한 나무와 신기한 꽃, 야생식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900여개라고 예상되는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나리분지로 향하는 평지가 1㎞ 정도 펼쳐진다. 분지로 가는 길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숲길 같기도 하고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길 같이 매끄럽고 평탄했다. 이는 산세가 힘든 돌산 정상을 오른 우리에게 하늘이 주는 상 같기도 하였다.

5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드디어 나리분지에 들어왔다. 나리분지에는 과거 울릉도 개척당시의 투막집과 너와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원형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 나리분지의 투막집 원형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너와 지붕으로 투막집과 같은 일자형 구조이다.
▲ 나리분지의 너와집 너와 지붕으로 투막집과 같은 일자형 구조이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일자형 구조로 나란히 방이 배치되어 있다.
▲ 투막집 내부의 모습 일자형 구조로 나란히 방이 배치되어 있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투막집'은 1940년에 세워진 것이지만 울릉도 개척당시(1882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1987년 울릉군에서 토지와 가옥을 매입하여 보수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부 4칸으로 되어 있으며 한 일자형으로 큰방, 중간방, 갓방 모두 귀틀구조로 되어 있다. 집 안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모든 방들이 앞으로 나란히 하듯 나열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투막집과 너와집을 둘러보고 마을 어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을 버스를 탔다.

나리분지에서 천부마을로 나와 천부리를 거쳐 현포항, 태하 남양리를 거쳐 첫날 육로관광 때 거쳤던 길을 다시 되돌아왔다. 나리분지와 천부마을이 종점인 이곳 울릉도의 우산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나리분지와 천부리에서 이미 많은 승객을 태운 터라 남양리 이후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앉아 가기 힘들었지만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울릉도 인구는 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주민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듯했다. 지역 주민들은 기사에게 인사하고 운전기사는 지역 어르신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좋았다. 육지와 떨어져 이곳 울릉도에서 태풍과 파도와 거친 땅을 개척하며 살았던 그들의 순박하고 욕심 없는 생활이 느껴졌다.

오후 5시반, 우리는 사흘간의 짧지만 힘든 울릉도 기행을 마치고 묵호로 돌아가는 페리호에 올랐다. 울렁거리는 파도에 몸을 가누며 오징어를 잡고 거센 파도를 이겨내며 울릉도를 지킨 지역 주민 덕에 우리는 이렇게 알찬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동해의 수온이 올라가 예전보다 어획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도동항 입구에서 팔고 있는 오징어 
덜말려진 오징어라 부드러웠다.
▲ 오징어 도동항 입구에서 팔고 있는 오징어 덜말려진 오징어라 부드러웠다.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예로부터 울릉도가 '3無5多' 카지마는예, 3高(고)도 있슴니더, 물가하고 산하고 파도가 높아서 그렇다 카네예~ 우리는 섬이라도 생선이 엄청 비쌉니더. 비싸도 묵고 살아야 됩니더."

도동항 입구에서 오징어를 굽던 한 상인의 가슴아픈 말을 마음 속에 받아든 채 페리호에 올랐다. 파도소리와 함께 갈매기 울음소리도 밤바다로 점점 멀어져갔다.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울릉도 도동항
▲ 울릉도 도동항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울릉도 도동항
ⓒ 송춘희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나리분지, #울릉도, #성인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