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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재첩 잡이 지난 주말(20일) 섬진강 재첩 잡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첩 잡이 지금부터 구경하시죠.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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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섬진강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작은 빗방울을 점점 굵어지더니 이내 폭우처럼 쏟아지다 다시 작은 빗방울로 변하였다. 장마철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지리산 노고단 가던 길을 포기하고 뒤돌아 도로가 등나무 아래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빽빽한 얽힌 등나무 바로 아래쪽으로 합판과 비닐을 이용하여 비가 새지 않게 하여 놓았다.

등나무 쉼터는 누군가 장사를 하는 곳인 것 같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오늘은 일찍 장사를 거두고 쉬는 모양이다. 덕분에 비를 피하면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구경할 수 있었다.

급류가 아닌 완만한 곳이라 물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빗방울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자맥질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동심원을 그려놓는다. 강물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물가 바위에서 앉아있는 왜가리와 눈이 마주쳤다. 저도 나도 깜짝 놀라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응시하였다.

서로 무심히 흐르는 강물의 빗방울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색한 관계도 잠시 녀석은 우아한 날갯짓으로 강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나는 화개장터 부근 남도대교를 건너 광양 다압면 쪽으로 들어섰다. 

물이 빠지는 날이면 재첩 잡이가 시작됩니다.
▲ 섬진강 물이 빠지는 날이면 재첩 잡이가 시작됩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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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한적한 강변도로 달려 면사무소를 조금 지나자 매실로 유명해진 다사마을에 다다랐다. 마을 사람들은 모래로 덮인 강에서 재첩 잡이로 바쁘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줄을 달아 허리에 차고 거랭이로 모래를 끄는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그래, 비 때문에 노고단은 가지 못했지만 재첩 잡는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차를 도로가에 주차하였다.

어렸을 적에는 장날이 돌아오는 날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재첩이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많은 재첩을 사오곤 하였다. 그런데 껍질과 알맹이를 분리하고 나면 알맹이는 한주먹 될까 말까 한데 껍질만 수두룩 쌓였다. 부추 가는 잎과 호박 송송 잘라 넣어 끓인 재첩의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 맛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 속에 살아있다. 

"오늘 재첩 잡는 날인가요?"
"날마다 잡지. 철이 없어. 왜냐 하면 시골은 바쁘니까."

다사마을에서 태어나 같은 마을로 시집 간 다사댁(63). 평생을 섬진강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살아온 셈이다. 그는 바쁜 농사철에는 재첩을 잡을 시간이 없단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는 재첩이 모래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단다. 겨울 제외하고는 재첩을 잡을 수가 있는데 봄과 가을에 잡는 재첩이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재첩 잡는데는 거렁이가 최고입니다.
▲ 거렁이 재첩 잡는데는 거렁이가 최고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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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 잡는데는 '거랭이'가 최고

"(재첩) 잡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끌기만 하면 재첩이 나오나요?"
"끄는 것도 여러 가지라."
"끌 때 어떻게 해야 해요?"
"너무 깊이 해도 안 되고 너무 얇게 해도 안 되고 어느 정도 (거랭이가)들어가야 재첩이 나와."

재첩을 잡으려면 맨손으로 하얀 모래를 뒤집어 잡을 수도 있지만 많이 잡을 수가 없다. 재첩을 많이 잡으려면 '거랭이'가 있어야 한다. 모양은 삼태기 모양인데 쇠 구조물에 철사로 엮인 망구조로 되어 있고 길게 손잡이가 달려 있다. 깊은 물속에 사는 재첩까지도 잡을 수가 있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줄을 달아 허리에 차고 거랭이로 모래를 끄는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 재첩 잡이 커다란 고무 대야에 줄을 달아 허리에 차고 거랭이로 모래를 끄는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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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아올린 섬진강 재첩입니다.
▲ 재첩 갓 잡아올린 섬진강 재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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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 잡는 광경에 신기해 하는 나를 보자 다사댁은 "한번 잡아볼래요"라며 재첩 잡는 기회를 준다. 성큼 건너 받은 '거랭이'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허리쯤까지 찬 물속으로 무거운 거랭이를 담그고 끌었다. 무겁게 느껴진 거랭이는 이상하게 물속에서 가볍게 붕붕 뜬다. 모래 속에 숨어있는 재첩을 잡기 위해서는 거랭이 앞쪽 날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야만 가는 모래가 망에서 빠져나가고 재첩이 걸러져 남게 된다.

몇 번 모래밭을 끌어보았지만 재첩 한 마리 거랭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거랭이질도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듯하다. 단순히 끌고만 가서도 안 된다고 한다. '거랭이' 손잡이 끝을 잡고 무개중심이 거랭이 끝으로 가게 하여야 한다.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거랭이' 앞부분을 45도 정도로 끌어다가 놓았다 다시 끌었다를 반복하여야 물고기가 아가미로 산소를 거르듯 거랭이가 모래를 걸러 재첩을 잡아낸다.

섬진강과 더불어 살아온 다사 댁의 코치를 받아 어설픈 자세를 교정하면서 '끌어다 놓았다'를 몇 번 하니 재첩이 한 두 마리씩 망으로 걸려든다. 재첩 잡는 기쁨이 쏠쏠하다. 후덥지근한 더위도 싹 사라진다. 거랭이 안으로 재첩이 제법 한주먹씩 잡힐 때쯤이 되자 허리 어깨 그리고 양팔이 뻐근함이 느껴진다.

건강 지킴이 재첩

"재첩이 우리 몸에 좋나요?"
"몸에 좋지요. 간 안 좋은데는 최고고."

은어가 뛰노는 깨끗한 섬진강에서 잡힌 재첩이 우리 몸에 좋으냐는 질문은 하나마나다. 이 곳에서는 재첩을 '갱조개'로 더 많이 부른다. 강에 사는 강 조개라는 뜻의 이곳 방언이다. 섬진강 가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지킴이 일등 공신이라고 한다. 재첩에는 간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 기능 개선과 황달 치유에 좋으며 위장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재첩은)어떻게 해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나요?"
"호박 채 썰어 되치고 오이나 조금 썰어 넣고 다마냉이(양파) 썰어 넣고 그래 같고 무쳐 노면 맛있어."

시원한 국물로 더 기억이 나는 재첩은 채 썬 호박에 오이 양파 그리고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먹으면 최고란다.

섬진강 깨끗한 모래 속에 살고 있는 재첩입니다.
▲ 재첩 섬진강 깨끗한 모래 속에 살고 있는 재첩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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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섬진강, #재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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