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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너무 무덥다. 그래서 갈증이 일고 무조건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그러나 무작정 냉한 것을 들이키다 보면 몸은 몸대로 지치고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히 입맛도 없다. 뭘 하나 먹어도 입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렇게 지치고 무더운 여름날, 입맛을 상큼하게 돌아오게 하는 음식 하나 없을까? 있다. 바로 충청북도 청원군에 있는 상수허브랜드에서 꽃밥 한 그릇을 먹으면 분명 입맛이 돌아올 것이다. 꽃밥이라니? 꽃을 이용하여 밥을 만든 건가 아니면 쌀과 꽃을 함께 버무려 먹는 비빔밥인가? 감자밥이나 고구마밥, 밤밥은 들어봤어도 꽃밥은 난생 처음이다.

충청북도 청원IC를 통과해서 청주대전방면으로 진입하면 삼거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 삼거리를 150m정도 지나 우회전하면 '허브의 성'이란 특이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꽃밥은 바로 이 허브의 성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인 것이다.

 

이곳 허브의 성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식물병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원예 연구에 몰두하던 이상수 박사가 사재를 털어 만든 국내 최대의 허브 생산지이다. 또한 국내 허브 생산의 효시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허브'라는 명칭을 처음 도입한 사람도 이상수 박사라고 한다.

 

어른 3000원, 초·중·고 2000원의 관람료를 내고 일층 안내데스크를 지나 이층으로 가면 시원한 허브의 나라를 만날 수 있다. 소담하게 꾸며진 야외 가든의 정면에는 허브의 성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왼쪽에는 허브를 이용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꽃밥을 테마로 한 허브 레스토랑이 있다. 꽃밥은 바로 이 허브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허브 꽃밥은 우선 화려함이 특징이다. 메인 접시에 담겨진 각종 허브 꽃의 색감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그 접시에는 보랏빛 향기 가득한 바이올렛이 있으며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은 임파첸스가 있다. 또한 노란색과 붉은 색을 동시에 함유한 나스터츔이 있는가 하면, 클로버핑크의 생글거림이 산뜻하게 담겨 있다.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잎들. 저 꽃잎을 버무려 먹는다면 꽃잎이 망가질 텐데 하는 걱정도 잠시, 꽃밥을 먹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우선 꽃밥은 로즈마리밥과 허브고추장, 허브향이 첨가된 돼지고기, 허브와인, 허브간장, 허브동치미, 허브 꽃 접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이 꽃잎들을 허브동치미에 하나씩 담가야 한다. 메인 접시에서 허브 꽃을 다 골라내면 허브새싹만이 오롯이 남게 되는데, 이 새싹에 밥을 넣고 허브간장을 살짝 뿌린다. 그런 다음에 고추장을 적당히 풀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이용하여 살살 비벼준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이용해서 비벼야 새순이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밥을 비빈 후에 숟가락으로 비빈 밥을 한 술 뜬 다음, 거기에 꽃잎을 하나씩 얹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을 이용한 비빔밥이야 흔하지만 거기에 허브꽃을 얹어서 먹다니 너무 기발하면서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치 향기를 먹는 듯한 혹은 환상과 꿈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혀끝에 감도는 허브향의 진한 여운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이상수 박사가 이야기한대로 평생 잊지 못할 황홀한 맛이 바로 입안에 감도는 것이다. 이 꽃밥을 먹으면 무공해로 재배한 새순의 면역력을 함께 먹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웰빙 식품의 꽃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꽃밥은 여름의 폭염을 견뎌낼 건강 식품으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밥을 먹었으니 이제는 구경할 차례. 우선 식당 안에 있는 천년 된 은행나무를 한 번 쓰다듬은 후, 허브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허브전시장으로 가는 길도 재미있다. 허브 잎으로 하트를 세 개 만들어 손님들이 하트에 머리를 내밀고 사진을 찍게 하였다. 사진 찍을 때는 필히 '로즈마리'를 외쳐야 한다나 어쩐다나.

 

허브터널로 들어가면 온통 하트와 허브가 가득 차 있다. 레몬밥이며 스피아민트, 헬리오트로프, 파인애플세이지, 코튼 라벤더, 피버휴 등등 온통 생소한 허브들이 저마다의 향을 풍기며 곳곳에 숨어 있다. 그 향을 맡으면 온 몸에서 시원함이 절로 쏟아진다.

 

특히 스피아민트는 코끝을 톡 쏘면서 진한 향을 풍겨주어 정수리가 일견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원래 모든 더위는 사람의 몸에서 비롯되는 것. 몸 자체를 시원하게 만들면 그게 바로 여름휴가인 것이다. 실내 전시장을 다 둘러보면 이제는 야외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열치열이라. 실내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베여있다. 덩달아 러닝셔츠에도 땀방울이 맺혀 있다. 그러다 갑자기 야외전시장으로 나가게 되면 박하향을 듬뿍 담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일순 모든 더위가 사라진다. 천연에어컨이 주는 강력한 냉기는 한낮의 폭염을 무색하게 만든다.

 

야외전시장에는 의자바위와 고추공룡바위, 라벤더 정원, 작은 폭포, 허브생카펫트 등이 있으며 이 전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천년된 소나무 분재라고 할 수 있다. 일명 천년송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났다는 신비의 나무이다. 죽은 고사목에서 다시 가지가 피는 것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는 것이다.

 

직원 말에 의하면 일본의 전문가들이 와서 15억엔(우리 돈 150억)을 주고 사겠다는 걸 거절했다고 한다. 액수도 엄청나지만 이 나무가 지닌 품격과 고귀한 기운은 더 엄청나다는 걸 직접 보면 실감할 것이다.

 

또한 야외전시장의 백미 중 하나는 수직으로 낙하하는 미니 폭포이다. 참 신기한 것은 태양이 내리비치는 한낮인데도 이 폭포 주변에 가면 서늘함이 절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줄기가 쉴 새 없이 내리꽂히면서 자연스레 냉한 기운을 사방에 뿌려준 탓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심산유곡의 서늘함을 일순간이나마 느낄 수 있다. 또 이 폭포주변은 자연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어 도룡뇽 알과 개구리 알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 자연교육장으로도 그만이다. 

 

이제 야외전시장을 다 둘러보면 상수허브랜드에서 가장 시원한 미니 수족관으로 가보자.  10년 된 붕어와 잉어가 노닐고 있고 그 유명한 철갑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유리관을 통해 볼 수 있는 이 수족관은 지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주 시원한 곳이다.  수족관의 중앙에는 물줄기가 쉴 새 없이 내리고 있고, 고추공룡의 신기한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저런 재미를 느끼다보면 어느새 더위는 슬며시 물러가고 만다.   

 

허브의 향이 온통 휘감고 있는 허브의 성. 해마다 5월이면 허브대축제를 연다고 한다. 총 3만 평의 부지 위에 펼쳐져 있는 허브의 나라에서 맛본 허브 꽃밥. 올 여름의 건강식으로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이 상수허브랜드 근처에는 수영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삼색온천워터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꽃밥으로 몸에 면역력을 잔뜩 심은 후, 이 워터파크에서 온 가족과 더불어 즐거운 물놀이를 가진다면 이보다 더 멋진 여름휴가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글입니다. 


태그:#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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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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