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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동통신사가 "쇼를 하라, 쇼!"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진짜 마법에 걸렸습니다. 모두들 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언론사에 대한 독자들의 불매운동, 광고중단촉구 운동은 그야말로 쇼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비자들이 자기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는 환상적인 버라이어티 쇼입니다.

 

신문 소비자들, 권리주장 쇼 

  

소비자들은 대검찰청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자수합니다, 저는 '<조중동> 같은 쓰레기 신문 죽을 때까지 안 볼테야'라고 욕했습니다" "'계속해서 <조중동>에 광고질하면 다른 통신사로 옮길거다'라고 전화하려고 하는데 불법인지 좀 알려주세요, 검사영감님" 등의 게시물이 수 천개가 올라왔답니다.

 

소비자들은 이 글들을 보고 환호를 합니다. 검찰 관계자들도 게시물들을 보고 실없이 웃기만 한답니다. 이 보다 더 멋진 쇼 본 적 있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고 주장하던 신문들이 정부가 바뀌자마자 ’미국 쇠고기 안전하다"라고 돌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서 안전하다는 걸 보여라"고 사설에 썼습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이 UCC에 '우리 신문사는 호주산 쇠고기만 사용하고 미국산은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조선일보사 구내식당 안내판을 올려놓았습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독자들은 신문사들이 그 동안 해온 행태를 그냥 그대로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편파적이고, 부도덕한 보도태도를 바꾸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독자들의 불매운동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기업도 눈치 안 보고 자신이 정말 광고하고 싶은 신문사에만 광고할 수 있는 건강한 광고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검찰, 고발자도 없는데 닭짓 수사쇼

 

이것도 쇼입니다. 검찰도 '쇼를 하라'는 광고의 마력에 푹 빠졌나 봅니다. 그런데 이 쇼는 '닭짓'이란 점에서 독자들의 쇼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소비자들은 "저도 모르게 <조중동> 광고주에게 전화하여 <조중동>을 욕했어요, 광고 실으면 불매하겠다고, 아무리 애써도 반성이 안 되니 선처도 안 되겠죠? 저 좀 잡아가 주세요"라고 글을 올리고, 실명은 물론 연락처까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체증사진을 찍으니까 얼짱 각도 요구하며 손가락 V자 만듭니다.

 

검찰은 엄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닭짓'으로 본다는 겁니다. 마침 검사와 얘기할 일이 있어서 이 불매운동을 어떻게 처벌할 거냐고 물어보았지요. 그 검사도 피식 웃기만 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웃어야지.

 

대통령이 6·10 이후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거대한 촛불물결을 보고 반성했다"고 하자 그날밤 한나라당은 "인터넷 통제 방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곧바로 법무장관은 '네티즌 엄정처벌 방침'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반성을 그 수하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든지, 아니면 짜고치는 어설픈 고스톱입니다.

 

검찰은 산하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을 동원하여 인터넷 범죄단속을 특별히 강화하겠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 신뢰를 가장 철저하게 '저해한 자'들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겁니다. 제발 신뢰저해사범들 좀 소탕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소비자기본법] "권익증대 위해 단체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있다" 

 

헌법 제124조 '소비자 보호'에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소비자 기본법'은 제4조에서 "소비자는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활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53조에서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소비자로부터 제기되는 의견이나 불만 등을 기업경영에 반영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구의 설치·운영에 적극 노력하여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은 우리 헌법 124조, 소비자 기본법에 명문으로 정하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소비자 운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한 적법할 뿐 아니라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운동인 것입니다.

 

반면 문제 신문사들은 소비자의 의견, 불만을 경영에 반영하기는커녕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헌법과 법률위반행위입니다.

 

[업무방해] 조중동, 소비자 업무를 고소해 공포심 유발

 

형법은 '정당한 업무'만 보호합니다. 소비자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고 하던 <조중동>이 정권 바뀌었다고 다 안전하다고 보도하고, 삼양라면이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나니 곧바로 삼양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써서 공격했다"고 항의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신문사의 업무를 정당한 업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방해할 '정당한 업무'가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위와 같은 불매운동이 허위사실 유포 등의 위계이거나 위력에 해당할 수도 없습니다. 불매운동의 정도가 극히 폭력적이거나 상식을 벗어나서 실제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만큼 시행가능성이 높아야만 업무방해의 위력이 될 수 있는데, 지금 네티즌들의 행위는 상대방을 허탈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공포심을 유발시킬 수는 없습니다. 

 

반면, 광고거부운동에 대해 고소·고발하겠다는 문제 신문사들과 경제5단체의 엄포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소비자 보호운동'이라는 정당한 업무를 검찰에 고소하여 실제 공포심을 유발시키므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명예훼손죄] 소비자들의 항의내용은 진실

 

명예훼손죄 역시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 있고,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상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공익적이고, 문제 신문사들에 대한 항의내용은 진실이거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그 책임을 추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 신문사 등이 고소하겠다며 주장하는 내용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사이버 테러' '마피아 같은 조직범죄' 등으로 매도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들에 대해 모욕죄이나 경우에 따라선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업무방해 선동죄'라는 것도 있나

 

검찰이 최소한의 법적 지식을 갖고 있다면, 직접 전화 등으로 광고불매 요구를 하는 행위와 게시판에 불매운동을 하자고 글을 남기는 행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설사 직접 불매운동하는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 선동죄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없는 이상 아무리 심각한 내용으로 글을 올려도 그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게시판에 아무리 심각하게 업무방해하자고 글을 올려도 그 자체가 신문사에게는 위계나 위력이 될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게시판 글을 가지고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하는 검찰의 발표를 보고 모두들 비웃는 겁니다. 법 공부 좀 다시 하라고.

 

'탄압'이라고 하면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진 자가 억누르는 것이라야 합니다. <조중동> 3개 신문사가 차지하는 구독자 수, 광고수익률은 전체의 70%가 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보다 더 강력한 거대한 언론권력입니다. 그런 권력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은 실명, 연락처를 다 공개하는 주부들, 학생들 같은 힘없는 독자들입니다. 탄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쑥스럽지도 않은가 봅니다.   

 

내가 산 물건값엔 조중동 광고비도 있디

 

대통령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말했습니다.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라고. 그래서 국민들은 문제 신문들이 싫어서 그 신문들을 안보겠다고 하고, 그 신문들에 광고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신뢰를 잃는 언론기관은 힘이 약해지고, 독자의 신뢰를 얻는 언론기관이 힘을 얻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 아니겠습니까.

 

광고를 하는 모든 상품의 가격에는 광고비가 포함된 것입니다. 그 광고비는 당연히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고요. 소비자들이 그 광고비를 내면서는 그 상품을 사지 않겠다는 주장은 너무나 정당한 것입니다. 그 제품 자체에 하자가 없더라도 문제 신문사에 광고한 비용이 상품가격에 포함됨으로써 그 상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쇼를 하라'는 선전·선동에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 쇼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 찌든 일상 중에 사람들을 환하게 웃게 할 수 있다면 누가 탓하겠습니다. '닭짓'도 쇼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덧붙이는 글 | 송호창 기자는 민변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태그:#조중동, #광고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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