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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이야말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습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됐습니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34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이 생기고, GDP(국내총생산)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6월 19일자 대통령 담화문에서)

 

대통령담화를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과 함께 한 편으로 ‘섬뜩한’ 느낌마저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은 한미FTA를 들어 ‘미친소 협상’을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명은 숨겨진 또 다른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담화’를 진실로 받아들일 때 가슴은 더더욱 답답해진다. 대통령은 FTA에 대해 두 가지를 전제하고 있다. 첫째, 국민들 대다수는 FTA를 지지하고 있다. 둘째, FTA는 우리 경제에 거의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다.

 

마차는 남으로, 바퀴는 북으로

 

전국시대 위나라 왕이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계량이라는 신하가 급히 여행길에서 돌아와 왕에게 고하였다.

 

"폐하! 신이 여행길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남방의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도 마차는 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도 이상하여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댁은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으로 달리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는 대답하였습니다.

'이 말은 아주 잘 달립니다.'

그래서 거듭 물었습니다.

'말이 잘 달려도 이 길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는 다시 엉뚱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나는 돈이 충분하고, 마부 또한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원북철의 고사다. 계량은 조나라 정벌이 결국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커다란 실책이 될 것임을 간언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낳은 반기업 정서, 캠프 데이비드가 만든 반미 감정

 

이명박 정권은 경제정책, 지방화정책, 대북정책, 교육정책 등등에서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거의 180도 전환하고 있다. 친기업과 친미 역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국민들에게 재벌 기업들에 대한 반감을 높이고 있으며, 캠프 데이비드 협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반미 감정을 고조한 사건이 되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정책과 친미정책에 대하여 국민들은 시시콜콜 '딴지'를 걸어야 할 판이다. 그러니 과연 MB는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반대편으로 가고 있는가.

 

민심을 버리고 미국을 선택한 대통령

 

결국 대통령은 쇠고기 재협상을 거부하고 추가협상을 선택하였다. 민심을 얻는 대신 미국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의 신뢰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은 크게 실추되었다. 이제 쇠고기는 수입될 것이다. 국민들의 저항은 아랑곳없이 말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FTA도 비준될 것이다. 물론 미친 소에 배신당한 국민들은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고, 정부여당은 다시 힘으로 밀어붙이리라.

 

FTA보다 중요한 것이 민심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다스는 훌륭한 프리기아의 왕이다. 어느 날 농부들이 술에 취한 노인을 데려왔다. 그는 다름 아닌 디오니소스의 스승 살레노스였으며, 놀랍게도 미다스는 그의 신분을 한 눈에 알아차리고는 열흘 동안이나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주었다.

 

덕분에 디오니소스로부터 미다스는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미다스의 손'을 얻게 되었다. 미다스의 손이 참나무 가지를 건드리면 나뭇가지는 금세 황금으로 변하였고, 돌멩이도, 의자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기쁜 미다스가 큰 잔치를 열고 포도주를 마시려 하는 순간 술잔도, 잔에 담긴 술도 모두 황금으로 변해버렸다. 하나뿐인 소중한 딸마저 자신의 손으로 황금으로 변하게 하였을 때, 왕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았음을 깨닫게 된다.

 

‘고백’이 진실이라면, 대통령은 FTA를 맹신하는 FTA만능주의자로 보인다. 미다스 왕과 닮은꼴이 이보다 더할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수출과 성장은 중요한 변수이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목표는 남원북철의 우를 범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경제는 소득이기 이전에, 그리고 재산이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삶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경제에 집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를 망가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미친 소의 실패에서 FTA를 담론하라

 

미친 소의 나쁜 점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공부하게 되었다. 사람의 몸에 미칠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과학적으로는 모르지만 소는 원래 채식동물이라는 점에서 그 천부적인 이치를 거스르고 육식으로 키운다면 하느님의 재앙이 있으리라는 점은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대통령이 고백하였듯이 우리는 어떤 일이든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환경과 웰빙 그리고 민주주의와 소통, 이런 점들에 대하여 중요한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FTA를 재고하여야 한다. 다수의 국민들은 FTA를 흔쾌히 생각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추세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며, 이 점에서 정치지도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므로 추세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굳이 서둘러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미친소에서 배웠듯이, 서둘러야 할 것은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니라 대비하는 일이다. 우리는 하나도 준비된 것이 없지 아니한가.

 

농업과 같이 경쟁력이 약한 부문에 대하여 '보상'하는 것은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도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숨김없이 사회의 논의를 개진하여야 할 것이다. FTA에 관하여 찬성이냐 반대냐의 2분법은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고 국민의 공감대 속에 맞이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우리를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태그:#촛불문화제, #추가협상, #미친소,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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