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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전면화한 지 100일 남짓,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검토한다고 밝히기 시작하였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6월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민노총 경남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전후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기름값 인상 등 '5대 민생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총파업이나 총력투쟁을 벌이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는 6월 9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90.8%의 압도적 지지로 6월 1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파업에는 예전과 달리 비조합원까지 상당수 동참할 것으로 보여 각종 사업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노총 왜 파업하나?

 

화물연대를 필두로 민주노총의 각 사업장이 차례로 파업결의를 하거나 파업에 준하는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는 흐름은 각종 원자재 상승과 유가상승 등 경제 악재로 인해 노동자, 민중들의 가계경제가 너무나 경색되고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살기 어렵다고 총파업을 하면 서민 고통 더 커진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마치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것인 양 포장하기 바쁘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의 논리에는 선행해서 제시되어야 할 전제가 빠졌다. 그것은 파업을 결의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 자체가 보수언론이 강조하는 “서민”이란 점이다. 보수언론은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조하는 비조합원들을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하는 “불법세력”쯤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그들도 부모님을 모시며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이 가로막혔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단지 "촛불집회로 정부가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벌이는 이익집단의 이기적 활동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생존권적 저항의 성격이 더 강하다.

 

차를 세울 수밖에 없는 화물연대

 

일례로 화물연대 파업을 살펴보면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정도로 현재의 기름값 상승은 치명적이다. 화물차량의 연료인 경유가격의 상승세는 기록적이다. 현재 경유는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여 휘발유를 제치고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노동자들은 화물차를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를 피할 수 없다. 지금의 경유시세로는 20톤 트럭이 1달동안 쉬지않고 일할 경우 기름값을 600만원까지 지급해야 하므로 급여 대부분을 기름값에 고스란히 바쳐야 할 상황이 된다.

 

대형 운송차량의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므로 차량 구매 대출상환금까지 포함하면 마이너스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차라리 차를 세워두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화물운수업 계통의 임금 결정 과정도 매우 불공평하다. 대다수 화물운송은 몇 단계의 하청을 반복하는 '다단계주선'과 개인 차량을 특정운수 회사에 등록한 후 회사에서 일감을 받는 '지입제'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서 일감을 알선해주는 주선업체가 전체 운송대금의 30% 가량을 가져가며 여러 위탁단계를 거치면서 화물차 운전자가 받는 운송료는 화주가 낸 운송료의 60%에 불과하다. 운송 대금도 현금보다는 장기어음으로 결제되어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화물연대의 파업에 비조합원들까지 가세하는 것이며 운수화물업 종사자들은 정부의 구제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경유의 가격상승 대란이 장기화되는데에도 정부쪽의 태도 변화가 요지부동이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운하사업” 명분을 만들기 위해 경유 유류세를 방치하여 인위적으로 높은 물류 비용을 조장한다는 주장까지도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공기업 민영화에 맞설 수밖에 없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뿐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투쟁 움직임도 꿈틀대고 있다. 6월 10일, 공공운수연맹은 조합원 1만명이 결집하여 총궐기대회를 개최하였고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민주노총 5차 투쟁본부 결정사항에 따라 10일(화) ~ 14일(토)까지 산하 조직별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한반도 대운하 반대,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유가 폭등 대책 촉구'를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 가운데서 주목할 점은 민주노총이 내걸고 있는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주장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촛불의 저항으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일부 보류한 상태지만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명박 정부가 언젠가는 추진할 사안이란 점은 명백하다. 특히 도로, 수도, 전기, 방송 등의 단위사업장이 결속되어 있는 공공운수연맹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직접적인 희생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기업운영이 방만하거나 효율적이지 않은 부분은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공성"이라는 가치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구조개혁을 민영화와 같은 개념으로 차용하고 있으며 근로자와의 대화에 앞서 민영화를 통한 구조개혁을 정책기조로 사실상 확정짓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사업여건이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공기업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은 명백하며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구조개혁 명목으로 사업장 규모가 축소되어 일자리를 잃는 사례 역시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예의 "불도저"식 추진력을 자랑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으니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움직임은 정부시책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촛불의 행진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100일 만에 총파산하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노동자는 나라 경제의 주인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이 취임 100일 만에 실패로 귀결된 가장 큰 이유는 나라경제의 주인은 노동자, 국민이라는 너무나 명백한 명제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마치 나라경제가 몇몇 대기업 총수와 외국독점자본을 축으로만 굴러가는 줄 알고 있는데 나라 경제는 2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예산으로 지탱되는 것이며 국가예산의 중요 축은 대기업과 더불어 각종 직-간접세를 지불하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들 다시 말해 4천만 국민들로 구성된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은 그 나라의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나 미주의 캐나다 같은 나라가 경제 부국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도 그 나라에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실질가계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매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의 경제부국이라는 목표는 나라의 가계경제가 활성화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명박 정부가 먼저 국민의 뜻과 요구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외국자본과 대기업의 성장을 이끌면 그들의 "오블리스 노블리제"에 의해 가계소득은 자동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를 유포하고 있는데 정부가 국민의 뜻과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는 판국에 외국자본과 대기업이 솔선수범하여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실현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경제를 살리는 거대한 과제는 외국자본과 대기업의 치맛자락에 휩싸여서 '대한민국 747'이라는 환상을 불어넣어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민생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때 비로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저돌적인 밀어붙이기로 파산한 노동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총파업, #민영화, #화물연대, #이명박,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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