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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할머니는 작은 마당에 쑥을 캐워 널어 놓았다.
▲ 박선례(86)할머니 농촌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할머니는 작은 마당에 쑥을 캐워 널어 놓았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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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장평면 진산리 신덕마을은 장평면과 보성군 노동면의 경계지역에 있다. 군 경계 표지판이 있는 지방도로에서 깊은 골짜기를 따라 6km쯤 오르면 만나게 되는 마을이다. 20년 전만 해도 40호가 살았지만 이제 단지 12호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마을은 빈집이 많아졌다.

빈집들 사이로 금세 쓰러질 것 같은 양철지붕은 인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다. 카메라 앵글을 통해 들어오는 농촌의 허름한 주택들은 나의 사진 속 한 장면이기에 나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작은 바람결에도 떨어지고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빛바랜 양철지붕, 천장에서는 흙먼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나의 어린 시절에서 오롯이 떠오르는 가난하고 지친 동심의 세상, 그러나 그 땐 동무들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또한 가난함에도 가난을 느끼지 못했다.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자매들의 따뜻한 온정이 언제나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농촌은 동무가 없다. 형제자매가 없다.

집 귀퉁이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할머니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박선례(86)할머니 집 귀퉁이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할머니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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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장에 내다 팔기위해 쑥을 캐왔다고 한다.
▲ 박선례할머니 마당에는 장에 내다 팔기위해 쑥을 캐왔다고 한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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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남매의 자식들이 있지만 살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시골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은 대부분 자식들 자랑을 한다. 하지만 자식들의 이야기를 피하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은 가난하고 누구하나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만 한다.
▲ 박선례할머니 할머니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남매의 자식들이 있지만 살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시골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은 대부분 자식들 자랑을 한다. 하지만 자식들의 이야기를 피하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은 가난하고 누구하나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만 한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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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 마을을 내 집 드나들듯 기웃거린다. 하지만 마주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대상과 종종 불편한 만남을 하게 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변명하며 나의 사진에 담겨질 피사체의 이야기를 때로는 피하려 한다. 단지 나의 피사체로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나는 늘 말한다. 내가 기록하고자 하는 피사체와의 대화를 위해 많은 관찰과 귀 기울임을 갖는다고,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난 피사체의 작은 속삭임을 피하고 있다. 단지 내가 듣고 있기에 피사체의 속삭임은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가까이 접근하자 역겹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나와 마주한 피사체에서는 힘들고 거친 그의 삶이 여과 없이 토해진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다.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던가,
▲ 박선례할머니 할머니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다.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던가,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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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어 약간의 돈을 받고 잇다고 한다. 금액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머니 뒷편은 부엌이다. 장평면 사회단체에서 부엌쪽이 다 쓰러져 시멘트로 수리를 해주었고, 보일러도 놓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값이 없어 겨우 방하나에 보일러가 들어오지만 보일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나무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 박선례할머니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어 약간의 돈을 받고 잇다고 한다. 금액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머니 뒷편은 부엌이다. 장평면 사회단체에서 부엌쪽이 다 쓰러져 시멘트로 수리를 해주었고, 보일러도 놓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값이 없어 겨우 방하나에 보일러가 들어오지만 보일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나무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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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쥐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한다. 마을에 빈 집이 늘어가면서 쥐가 많아졌다고 한다.
▲ 박선례할머니 밤마다 쥐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한다. 마을에 빈 집이 늘어가면서 쥐가 많아졌다고 한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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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면 신덕리에서 17살에 시집을 와 평생을 살았다는 박선례(86) 할머니와 마주했다. "할아버지는 58살 때 저그 동네 나가 얻어맞고 죽어부럿지라, 아그들은 사남매를 두었는디, 다 객지에서 살지라, 정부에서 쬐끔 준 돈은 전화세, 전기세, 병원비하고 나믄 쓸 돈이 어디 있것쇼, 개데기(고양이)가 있는디도, 쥐가 극성을 부려서 못살겠다고, 밤마다 쥐가 나빠닥(얼굴)을 뜯어분께 요 보시오, 이라고 엉망이 되부럿제, 쥐 없는 시상에서 하룻밤이라도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것쇼."

할머니의 다 쓰러지는 오막살이집과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나의 사진속에서 농촌의 현실을 대변하는 피사체로 내 사진속에 자리 하겠지만 정작 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었다.

오늘의 농촌, 마을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할 이야기가 많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버겁기만 하다. 진정 우리 농촌의 대안은 없는가,  마을을 방문하여 암울한 현실을 직면하고 돌아오는 길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온 것 같아 같다.

마루아래에는 할머니가 틈틈이 모은 나무가 가득했다.
▲ 박선례할머니 마루아래에는 할머니가 틈틈이 모은 나무가 가득했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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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쥐가 살면서 밤마다 쥐 시상이 되어분당께,
▲ 박선례(86)할머니 천장에서 쥐가 살면서 밤마다 쥐 시상이 되어분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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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헐어지고 할머니는 이런 집에서 얼마나 살게될지 할머니가 단 하룻밤이라도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박선레할머니 집은 헐어지고 할머니는 이런 집에서 얼마나 살게될지 할머니가 단 하룻밤이라도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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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선례, #장흥군, #장평면, #신덕리, #진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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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장흥군 마을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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