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는 농기계수리박사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있기에 들녘에서 농기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오늘도 농기계를 수리하는 이남영씨 그는 농기계수리박사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있기에 들녘에서 농기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농기계수리박사 이남영(49)씨를 만났다.

전남 장흥군 관산읍 삼산리에서 우산리쪽으로 가는 길목에 언제나 변함없이 고장 난 농기계를 수리하며 14년을 지켜온 사람이 있다. 이남영(49)씨는 태어나 군에 다녀온 것 말고 고향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 남의 집에서 농기계수리를 배워 자신이 직접 작은 가게를 얻어 시작한 게 지금도 생생한 93년 7월 14일이다. 그날의 기억이 그에게 너무나 생생함은 아마도 자신의 사업체가 들어서기까지 그의 힘겹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 때문일 것이다.

"남의 집에서 일하다가 처음 문을 열고 본께 장비가 있어야지라, 돈은 없고 장비는 마련되지 않응께 남의 집에서 장비를 빌려오기도 하며 농기계를 어렵게 수리하곤 했지라, 그 땐 날을 새며 꼬박 잠 한숨 못자고 일을 했지라, 그란디 인자 생각 해보믄 그때가 참 좋았지라, 돈도 싸디싸게 받곤 했는디, 워낙에 손님이 많응께 돈도 떼이기도 많이 했는디, 돈을 잘 벌었쓴께 그냥 좋았는 것 같아라."

이제는 그런 시절이 다시 올 수 없을 거라며 자신의 수리공 시절 이야기를 한다.

농촌에서 경운기는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소중한 농기계였지만 이제 경운기보다 트랙터가 많아졌다.
▲ 경운기와 씨름하는 이남영씨 농촌에서 경운기는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소중한 농기계였지만 이제 경운기보다 트랙터가 많아졌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그는 평생 농기계와 살았다. 하지만 그도 어려워진 농촌과 함께 또 다른 농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 평생 농기계만을 수리하는 이남영씨 그는 평생 농기계와 살았다. 하지만 그도 어려워진 농촌과 함께 또 다른 농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그 잘 나가던 수리집이 갑자기 꽉 쪼그라 든 시절이 있었당께요, 아니 그럴수가 있는지 정말 어안이 벙벙하고 그땐 손님이 뚝 끊어져분께 참말로 죽것드마, 사람들이 어저께까지 고장난 경운기를 고쳐달라고 몰려오드마, 다 땡개불고 찾으로도 안오고 고치러 온 사람들도 없어 부렀제, 고것이 순전히 김영삼 대통령 땜시 일어난 일이여, 뭣이나 하믄 농기계를 반 가격으로 무조건 줘 부럿제, 그랑께 누가 헌 기계를 고쳐 쓸라고 그랄 것이여, 다 헌 기계는 땡개불고 새 기계만 찾아불제."

그는 그 시절 정말 대통령이 미웠지만 그래도 촌사람들이 맨날 고장 난 기계 쓰면서 고생하다가 새 기계를 사갔고 들어오는 것을 보니 장사가 안 되었지만 그의 기분도 좋았다고 회고 했다.

"새 기계가 나오면 농기계를 고치기가 솔찬히 심들지라, 그란디 고것이 내 손에서 딱 고쳐져불믄 기분이 무지하게 좋지라, 남들은 내가 심들거라고 한디 농기계 고치는 것은 참말로 재미가 있지라, 어쩔 때는 밥도 안 묵고 밤을 꼬박 새면서 농기계를 고쳤지라, 그란디 인자 요것도 끝나 부럿지라, 농사를 지서갔고 촌사람들이 못 묵고 산께, 나도 마찬 가지여라, 인자 그랑께 기계가 고장나믄 기계를 버려불고 고칠라고도 안하지라, 그래서 나도 인자 농사도 지서보고, 소도 키워서 애기들 학교도 보내고 그래라, 옛날에는 감히 생각 못 할 일이어라" 하며 농기계 수리점도 이제 얼마 못 할 것 같다며, 소 값이 떨어져서 송아지를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않고 즐겁게 일을 한다.
▲ 활짝 웃는 이남영씨 힘들고 어렵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않고 즐겁게 일을 한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아저씨는  이남영씨와 평생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가 지켜본 이남영씨는 성실하고 약속잘 지키는 만능농기계박사라고 한다.
▲ 삼산리 이규대(62)씨 아저씨는 이남영씨와 평생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가 지켜본 이남영씨는 성실하고 약속잘 지키는 만능농기계박사라고 한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여그 이사람 우리동네에서 없어서는 안된 인물이지라, 농기계 박사 아니여, 이사람 없으믄 우리 어찌께 농사지스고 살았것쇼, 기술이 참 좋지라, 경운기, 트랙타, 애치기등 농기계라고 생긴 것은 못 고치는 것이 없지라, 만능 박사여라. 그라고 제일 좋은 것은 약속을 잘 지키지라, 은제까지 고쳐 논다고 하믄 틀림 없지라, 참 좋은 사람인디, 인자 옛날보다 장사가 안된께, 농사지슨다고 논으로도 가고 소 키운다고 소막으로 간께, 만나기가 쬐끔은 더 심들어졌지라."

삼산리 마을에 살고 있는 이규대(62)씨는 이씨를 칭찬했다.

안집은 농기계 수리센타와 붙여있다. 농부들이 일을 하다가 농기계가 고장나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그의 농기계수리는 끝이없게되는 이유다.
▲ 이남영씨 안집 안집은 농기계 수리센타와 붙여있다. 농부들이 일을 하다가 농기계가 고장나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그의 농기계수리는 끝이없게되는 이유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여종이라는 이름은 아들 하나 낳고 딸만 다섯을 낳아 여종이라고 지었는데 다시 딸을 낳았다는 이름 설명을 해주었다. 남편을 만나 젊었을 땐 어렵고 힘들었지만 이제 살림도 펴지고 즐겁게 산다고 한다. 2남 1녀를 낳았고 대학생관 아들이 최점방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 그의 아내 김여종(48)씨 여종이라는 이름은 아들 하나 낳고 딸만 다섯을 낳아 여종이라고 지었는데 다시 딸을 낳았다는 이름 설명을 해주었다. 남편을 만나 젊었을 땐 어렵고 힘들었지만 이제 살림도 펴지고 즐겁게 산다고 한다. 2남 1녀를 낳았고 대학생관 아들이 최점방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 마동욱

관련사진보기


농촌은 위기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기름 값은 폭등하고 농기계에 의존한 우리 농업은 더더욱 위기가 앞 당겨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장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남영, #김여종, #농기계박사, #이규대, #장흥군 관산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향인 장흥군 마을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