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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국제결혼은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 차이의 라이프사이클 위험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국제결혼은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 차이의 라이프사이클 위험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 편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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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인천에 사는 50대의 A씨는 얼마 전 외국인 여성과 재혼을 했다. 신부의 나이가 20대 후반이어서 가족들을 포함한 지인들이 반대했지만, 늦은 나이에 한국 여성과 재혼해서 또다시 잘못되면 처음보다 상처를 더 받을 것 같아 차라리 외국인 여성을 선택한 것이다.

2년 전에 이혼을 한 A씨는 부인이 맡아온 살림을 정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부인이 그동안 저축을 거의 안 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본인은 6년 전에 시작한 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어 부인이 어느 정도 돈을 모아 놨을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보험계약대출로 발생시킨 몇천만원의 부채만을 본인이 떠안게 되었다. 이런 환경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 A씨지만 혼자의 힘으로 관리가 잘 안 되자 신부가 입국하기 전에 상담을 받고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A씨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장이 그렇듯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회사 일을 해왔다. 열심히 일해서 급여를 집에 갖다줬지만, 그 돈이 어떻게 소비됐고 얼마큼 저축이 되었는지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열심히 일해 급여를 부인에게 갖다 주면 당연히 부인이 알아서 저축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회사일에만 신경을 써도 피곤한데 집안일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열심히 일한 A씨에게 아쉬운 점은 가족과 함께 인생설계를 같이 해보고 수립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저축을 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점이다.

A씨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월수입의 크기와 상관없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더라도 부인은 미래를 위해 저축은 했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결혼생활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인생설계를 해서 도출된 재무목표를 부인과 공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 신부를 위한 손쉬운 경제공부

신부에게 경제공부를 시키기 위해 주식은 어떻고, 펀드는 어떤지 재테크 기술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우선 저축보다 소비통제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외국인 여성은 국내 사정에 밝지 못해 잘못하면 과소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식비는 얼마, 외식비는 얼마, 의류비는 얼마 등 처음부터 돈을 어디에 얼마를 써야 하는지 소비예산을 잘 수립해줘야 한다.

그리고 소비관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도 분명히 설명해줘야 한다. 소비예산 수립은 무조건 안 쓰고 절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한 미래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축여력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신부도 소비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신부에게 필요한 두 번째의 경제공부는 가계부 쓰기 훈련이다.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계부를 써야 한다. 외국 신부에게 가계부 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남편이 많이 도움을 줘야 한다. 처음부터 살림을 맡기기보다 본인의 용돈관리 훈련부터 하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부인의 경우 본인 용돈을 따로 책정해서 사용하기보다는 생활비에 포함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외국인 신부에게는 의도적으로 용돈을 주는 것도 좋다. 교통비·간식비·모임회비·자녀들의 생일선물비 등 용돈 항목을 설정하고 적절한 금액을 산정해 주면 된다. 가계부와 더불어 본인의 용돈기입장을 쓰면서 소비관리 훈련을 하는 것이다.

어린 아내... 부인의 긴 노후생활도 준비해놓아야

부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재무설계에 있어서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와의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인 비율이 59.1%이고, 20살 이상의 나이 차이도 15.8%에 이른다. 이와 같은 결과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인 남편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남성의 연령대별 비율이 30대가 39.2%이고, 40대 이상은 54.4%로 나타났다.

사례의 A씨의 경우도 나이 차가 20여 년 이상이 나고 있다. 보통 부부 간의 나이 차이가 3년 내외인 경우에도 여자들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7년 정도가 길기 때문에 남편 사후에도 부인 혼자 10년 정도를 혼자 살아야 한다. A씨의 경우 나이 차이가 20년 이상 나기 때문에 남편 사후에 부인 혼자 30여 년을 혼자 살아야 하는 노후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제결혼의 경우 부인 혼자만의 긴 노후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결혼 직후 부인을 위한 연금준비를 바로 준비해 놔야 한다. 그래야지만 남편 사후에 부인 혼자 남더라도 안정적인 연금생활을 할 수가 있다.

남편의 늦은 자녀 출산에 대한 위험

자녀가 고등학생인 A씨의 경우 부인을 위해서라도 자녀 한 명은 낳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만약 A씨가 지금 자녀 출산을 한다면 그 자녀가 대학교를 들어가는 시점에 A씨는 70대가 되니 본인의 은퇴자금으로 목돈이 들어가는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으로 돈 쓸 일이 은퇴 후에도 발생하는 라이프 사이클의 위험보다, 50대의 A씨에게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국제결혼은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 차이의 라이프사이클 위험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 차이만큼 부인 혼자 사는 긴 여생과 늦둥이의 성공적인 양육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태그:#재무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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