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8일 오후 2시 20분]
 
 
[기사대체 : 8일 오전 11시 10분]
 
한승수 국무총리는 8일 오전 9시 정부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고 수입 쇠고기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 집회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담화문 발표에는 정운천 농림식품수산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건강"이라며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사실이 왜곡되어 국론을 분열시켰고 갈등이 조장되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며 "정부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불법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 뿐 아니라 세계 96개국 국민들이 함께 먹고, 미국에 사는 250만 우리 동포와 11만명의 우리 유학생들도 먹고 있다"며 "미국안에서는 사람에게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또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사용을 제한한 1997년 8월 이후 지난 10년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도 한건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대부분의 주장이 국제기준에 맞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앞뒤 안 맞는 담화내용
 
그러나 이날 한 총리의 담화문은 애매모호한 점도 있고, 논란의 소지도 많다.
 
우선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다고 한 뒤 바로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한 내용이다. 수입을 중단하면 들어오는 쇠고기가 없게 될 터인데 어떤 쇠고기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인지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산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산 등 '모든' 해외 수입 쇠고기를 조사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수입중단이 내려지기 직전 이미 국내에 수입되었는데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기 직전의 수입 쇠고기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대만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협상 과정을 지켜 본 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에 협정 개정을 요구하겠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건강"이라고 말해놓고 나서 다른 나라와 미국과의 협상 사례를 지켜보겠다는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는 대만이나 일본이 언제 쯤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하게 될 것인지 구체적인 시기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광우병 발생 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7일 방침을 밝힌 뒤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파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협정 적용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20조를 근거로 실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재성 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은 "WTO(세계무역기구)나 GATT 규정에 따라 수입중단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당사국간 협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허구에 불과하다"며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은 여론 무마용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농해수위·쇠고기협상투쟁위 연석회의를 열어 '15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 연기→국회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재협상'의 수순으로 이어지는 해법을 제안했다.
 
'허위사실' 기준은?
 
한 총리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불법 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도 광우병 쇠고기를 극히 의심하는 많은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광우병 자체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광우병은 없다'는 식의 정부 기준으로 다른 논리를 제멋대로 통제하려 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의 언론 탄압 방식과 무슨 차이가 있는 지 의문이다.
 
 
이 기사가 포털에 실리자마자 "정부는 괴담을 퍼뜨리는 FDA를 즉각 구속 수사하라"며 현정부를 비꼬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편 한승수 총리의 담화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연세 코리아타임스 기자는 "미국을 순방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보다 먼저) 한미 쇠고기 협상 소식을 전한 뒤 참석자들이 박수를 친 사실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비보도'를 요청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동관 대변인이 대통령 '쇠고기 발언' 비보도 요청"
 
김연세 기자는 "한국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발표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CEO들과의 간담회 때 그곳 참석자들한테 미리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고 웃으시면서 말했고, 박수치는 것들이 TV에 나왔었다"며 "처음에 박수를 유도한 것은 한국인 참석자였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어 "취재를 끝나고 나왔는데 청와대 관계자들이 한다는 얘기가 '이것은 한국에서 농식품부에서 발표할 것이니까 대통령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해 달라, 쇠고기 발언은 전부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또 "당시 호텔(프레스센터)에 있던 기자들이 반발을 하자, 이동관 대변인이 기자실을 찾아와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웃으시면서 박수치고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TV를 통해서 보면 기분이 좋겠느냐? 좀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프레스센터에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동관 대변인의 비보도 요청에도 불구하고 '호랑이굴'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달 17일(미 현지시각) 저녁 이 대통령은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의 만찬에 참석해 "FTA에 걸림돌이 되었던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합의됐다고 들었다"며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12시간 뒤 한국에서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발표할 내용을 대통령이 앞서 공개한 것.
 
이 대통령의 협상 타결 소식 발표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이 대통령도 흐뭇한 표정으로 "여러분들이 FTA가 반드시 체결돼야 한다는 그런 강한 집념을 보여주셨고, 또 지지를 보내주셨기 때문에 양국의 대표들이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어제 밤샘 협상을 했다고 들었다"고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기 계신 분들은 한미 협력에 가장 앞서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대통령 입장에서도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세 기자는 또 "며칠 전 이동관 대변인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민간업자의 몫'이라고 했다"며 "미국 시민단체들이 미 농무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해서 얻은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도축업자들이 가공회사들에게 쇠고기를 공급할 때 소의 월령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사실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은 민간업자의 몫"이라는 발언은 이동관 대변인의 요청으로 인해 모든 언론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 소개됐다.
 
김 기자는 한승수 총리의 담화발표에 배석한 유명환 외교장관과 정운천 농림식품부 장관, 그리고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등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지만, 관련 장관들은 끝내 답변을 하지 않았다.

태그:#쇠고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