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갈 사람 다 왔나? 그 언니들도 간다고 했는데 왜 안 오지?"

"혹시 4층(그림공부교실)에 기다리나 전화해 봐."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3명이나 있었다.그들이 내려오고 17일 11명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옥구공원으로 향했다. 모두들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떠서 좋아한다. 준비물은 달랑 카메라 하나. 자동차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떨며 그곳에 도착했다.

 

옥구공원에 도착하니 소풍 온 유치원 아이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어른신들로 북새통이었다. 옥구공원 입구에는 두 장승이 그곳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친구들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어느샌가 공원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하얀 벚꽃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곳은 아직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눈이 부시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 친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카메라 프레시를 터뜨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늘 소재가 문제이다. 새로 시작하면서 다음 작품은 무엇으로 할까?하는 걱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여 신문을 읽다가, 미용실에서 잡지를 읽다가, 마음에 들면 오려서 그림을 그리는 친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음식점에 걸린 예쁜 사진을 찍어 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림을 시작하고 5~6개월은 모사화를 그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그리고 싶어한다. 또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마음에 드는 풍경이 눈에 띄면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눌러대곤 한다. 친구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찍을 것이 너무나 많단다.

 

정자 위로 올라가서 찍는 친구, 바위에 올라가서 찍는 친구, 연못 가까이까지 근접해서 찍는 친구, 다리 위에서 사진 찍는 친구 등 각양각색이다. 한 친구는  망원렌즈까지 달린 일명 대포 카메라로 찍는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서작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나도 김작가라고 불러 줘"하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진 찍을 것이 많아 혼자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이 떠난지도 몰랐다. 일행을 찾아나섰지만 그곳은 갈림 길이 많고 자주 오던 곳이 아니라 30분 쯤 헤매이다 겨우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일행을 찾으면서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을 계속 찍기도 했다. 일행을 만나 잠깐 쉬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에서 두사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벚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러고 가버린 후 우리 일행 중에서 한사람이 벚나무로 간다. 그러더니 그도 벚나무를 마구 흔든다. 누군가 소리지른다. "하지마 나무가 아프겠다. 떨어질때 되면 어련히 떨어질까"했지만 그는 "미안하다 벚나무야. 한번만 흔들어 볼게"하며 흔들어본다. 하지만 그 벚나무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 한사람만 와서 같이 흔들어 보자"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가지 않았다. 그가 멋쩍은지 그대로 되돌아 온다.

 

 다시 사진을 찍으려고 일어섰다. 그때 바람이 불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벚꽃이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쏟아진다. "와, 흔들어도 안 떨어지더니 바람이 부니깐 원도 없이 쏟아지네"하며 모두 벚나무 근처로 모여들었다. 벤치 위도, 땅 위도, 사람 위도 온통 하얀 꽃눈으로 뒤덮였다.

 

먹지 않아도, 그리지 않아도 부자가 된 듯했다. 멋진 장면이었다. 누가 그런 멋진 그림을 아기자기한 동화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하고 의논한 끝에 봄나물이 잔뜩 나오는 보리밥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못 간 곳에 다시 가서 사진을 또 찍었다. 친구들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마음껏 찍었는지 무척  만족해 한다. 4시쯤 되자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자 누군가가 "조금 더 놀다 갔으면 좋겠다"하면서 아쉬워 한다.

 

다음 주가 되면 그림반은 그날 찍은 멋진 사진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다. 늘 그림 소재로 고민하던 친구들이 당분간은 소재 걱정은 없었졌다면서 좋아한다. 카메라에 찍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나도 벌써부터  다음 출사가 기다려진다.


태그:#옥구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