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월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절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8대 총선에서 여야의 많은 후보들이 '뉴타운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이 되었는데, 정작 뉴타운 건설의 책임자인 서울시장은 "더 이상 뉴타운을 안 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결국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번지르르하게 내놓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의 상당수가 유권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됐다. 뿐만 아니라 선거 시기 한나라당의 적지 않은 후보들이 "오 시장에게서 약속을 받았다"며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헛공약을 남발했는데도 별 말없던 오 시장이 선거가 끝나자 "그런 약속 한 적 없다"고 뒤늦게 '발뺌'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뉴타운 공약을 남발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나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자들을 방조함으로써 사실상 '관권선거'를 한 오세훈 시장이나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의 엄중함에도 이를 제대로 다루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오 시장의 발언이 전해진 뒤 <MBC>와 <경향신문>의 보도가 돋보였다.

 

<MBC> "남은 건 뉴타운 기대감에 표 던진 시민들의 상실감"

 

특히 <MBC>는 14일 <뉴스데스크> 시작과 함께 연속 3건으로 뉴타운 공약 논란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3분40여초 동안 뉴타운 추가 지정과 관련한 오세훈 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따지는 인터뷰도 있었다. 

 

<MBC>는 첫 보도 '뉴타운 추가지정 없다'에서 "서울지역에서 총선 여당 압승을 이끌었던 뉴타운 공약은 선거 닷새 만에 거짓으로 확인됐다"며 "뉴타운 추가지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 보도에서 <MBC>는 오 시장이 "지난달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면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시장 안정'과 '1~3차 뉴타운 가시화 이후'를 조건으로 뉴타운 추가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오 시장 입장에 대해 "2차 뉴타운 지구 12곳 중 절반, 3차 뉴타운 지구 11곳 중에는 단 한 군데도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했다" "통상 재개발 계획 수립부터 사업시행 인가까지 2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세훈 시장 임기 내에 뉴타운 지구 추가지정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여당의 뉴타운 공약이 실현될 수 없음을 꼼꼼히 지적했다.

 

 

이어진 오 시장 인터뷰 보도 '나는 얘기한 적 없다'에서도 "이 문제가 원체 중요한 만큼 오세훈 시장의 명확한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과 얘기가 끝났다"고 말한 정몽준 의원과 "어떻게 접촉"을 했는지, 선거 기간 여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내 진위와 다르다는 얘기를 하시는 게 맞지 않았냐?" 등 오 시장의 책임을 따졌다.

 

세 번째 보도 '결국 없던 일로...'에서도 <MBC>는 오 시장의 말과 달리 선거 기간 후보들이 뉴타운을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을 '거짓말'이라며 "이럴 때는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보도에서 <MBC>는 "서울지역 후보들은, 흑석 장위 상계 행신 수색 신길 시흥 등 무려 29개의 뉴타운 공약을 쏟아냈다"며 "뉴타운 공약에 목을 맨 건 야당후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했지만,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원을 은근히 자랑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힘을 받는 건 당연했다"며 정치권의 '관권선거 논란'을 다루고 "결국 남은 건, 뉴타운 기대감에 표를 던진 서울시민들의 상실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서울시장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경향신문>의 보도도 눈에 띄었다. <경향신문> 15일 1면 '뉴타운 선거 끝나자 공약(空約)'에서 오 시장의 발언을 전하며 "이로써 4·9 총선 때 뉴타운 추가 지정 및 확대를 내세운 서울시내 26개 선거구 후보들은 헛공약을 한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이 지난 총선 기간 중 뉴타운 추가 지정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적절 처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오 시장이 3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공약(空約)이 된 뉴타운과 오 시장의 책임'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은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결정적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며 "그런데 뉴타운 추가 지정을 안 하는 게 서울시 방침이라면, 여당 후보의 말을 믿고 찍어준 유권자들은 두 번 속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에 대해 "선거 때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이제 와서 부인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위조 공약을 내건 정치인과 위조된 공약임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은 서울시장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칼럼 '총선타운으로 끝난 뉴타운'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뉴타운이 한나라당 총선 승리의 '미다스 손'으로 작용한 셈"이라며 "뉴타운 공약으로 이겼으니 그에 따른 부담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판은커녕 단신에 그친 중앙·조선

 

<MBC>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오 시장 발언과 관련된 '뉴타운 논란'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뉴타운 추가 지정 당분간 없다"는 오 시장의 발언을 단신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오 시장 "뉴타운 추가 지정 안해"/총선 후보들 공약 '空約'될 수도'에서 오 시장의 발언 내용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봇물처럼 쏟아졌던 여야 후보의 뉴타운 유치 공약(公約)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커졌다"는 간단한 지적에 머물렀다. 특히 이들은 선거 때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오 시장과 여기에 큰 도움을 받은 한나라당에 대해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오 시장 "뉴타운 안한다" 못 박아'에서 "오 시장은 지난 선거 운동 기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 한나라당이 오 시장의 묵인 아래 '뉴타운 사업'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오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겨레>의 경우 오 시장 발언 이후 보도는 한 건에 불과했지만, 선거 기간 중 '유력후보들 너도나도 '뉴타운 헛공약''(4월 7일)에서 서울 지역 출마 후보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 "지지율 1~2위 후보 가운데 23%가 새 뉴타운 지정이나 기존 뉴타운 확대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며 "이들의 뉴타운 공약은 뉴타운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헛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의 경우 14일 <SBS>는 '뉴타운 공약 결국 말잔치?'에서 "여당 후보들 너도 나도 내놓았던 뉴타운 공약이 결국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며 "확실한 대책도 없이 분홍빛 개발 공약만 남발한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의 불신과 외면을 키우게 될 것이란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오 시장이 보인 애매모호한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비판을 인용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KBS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오 시장의 발언 내용을 단신으로만 다뤘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대단히 소홀한 보도 태도였다.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유권자들을 또 한 번 좌절시킨다. 헛된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당선된 사람들과 오 시장은 유권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한편 선거 시기 공약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언론들도 책임이 있다. 언론들은 지금이라도 선거 시기 뉴타운을 유권자에게 약속한 당선자들과 이들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될 줄 알면서도 방조한 오 시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진형 기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민언련이 4월 15일 발표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발언과 헛공약 논란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을 기사화 한 것입니다. 논평의 전문은 민언련 홈페이지(http://www.ccdm.or.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태그:#뉴타운, #오세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