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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진달래 광양 가야산에도 진달래 활짝 피었습니다. 꽃잎 지기 전 진달래 구경하세요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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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들의 축제인가 봅니다. 참고 참았던 설렘을 유감이 표현하는 생동하는 계절임에 틀림없습니다. 개화와 낙화. 설렘과 이별의 아쉬움이 교차 되는 길 목. 순백의 하얀 목련이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벚꽃 잎이 바람에 날려 도로 구석진 곳에 수북이 쌓이는데 뒷산에는 또 다른 봄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연분홍 진달래가 비탈진 산야를 가득 메웠습니다. 분홍빛 고운 꽃잎은 또 다른 봄의 설렘으로 가슴 가득 다가왔습니다.

 

연분홍 진달래가 산기슭을 돌아 오솔길 곳곳에 피어났습니다. 분홍빛 꽃송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줍니다. 쉬는 날이면 늘 가야산(광양 497m)을 찾습니다. 다도해를 품에 끌어않은 지리산의 끝자락 작은 산. 지척에 있는 작은 산이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가는 산입니다. 멀리 남해바다 건너 영취산이 보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산. 남녘의 따스한 바람 때문에 여느 지역보다 일찍 봄꽃을 볼 수가 있어 좋습니다. 이른 봄 노란 히어리 꽃, 생강 꽃이 봄을 알리더니 이제는 온 산 가득 진달래꽃이 만발하였습니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산이 옆에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형체는 한 모양으로 버티고 있지만 찾을 때마다 사계절 새롭게 변모하여 다가오는 모습은 늘 새롭고 오래된 좋은 친구입니다.

 

바위 틈새가 삶의 터인 진달래에 눈길이 모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무슨 연유로 척박한 곳을 선택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진달래는 흙이 부족한 척박한 바위 틈새를 보금자리 삼아 찬바람 혹독한 시련을 이기고 분홍빛 속내를 활짝 드러내고 있습니다. 진달래가 오솔길 따라 활짝 핀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진달래 꽃 그늘 아래를 지나가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려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거리는 분홍빛 꽃잎은 마치는 하늘을 나는 작은 새가 되어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듯합니다.

 

먼 산이 보이는 널따란 바위에 진달래가 무리지어 일제히 피었습니다. 진달래 꽃 앞에 이르자 한아름 꽃송이를 선물이라도 받은 듯 가슴은 풍족하여 집니다. 멀리 남해바다 건너 아스라이 보이는 영취산에 진달래 꽃 잔치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더 예쁜 봄꽃을 찾아 떠나는지 오늘따라 산행 길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만개한 진달래. 혼자 보기는 너무 아까워 한참 그 자리에 서 있다 갔습니다.

 

산마루 다다르자 돌덩이 모여 척박한 비탈진 땅에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 같지는 않는 듯 보입니다. 아마도 개복숭아꽃인 듯합니다. 열매의 색깔은 빨갛게 익어가지만 벌레가 많고 열매가 잘아 먹을 게 별루 없어 어렸을 적 ‘개복숭아’라고 불렀습니다. 산 아래 복숭아나무에는 꽃이 활짝 핀 지 오래인데 고지대라 그런지 이제 막 꽃봉오리가 부풀어 몇 송이 피어습니다.

 

채영(7)이네 가족은 진달래 꽃 구경을 나왔습니다. 대영이도 유모차를 타고 산 아래 길 따라 활짝 핀 진달래꽃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돌이 지나려면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 돌이 지나기도 전에 엄마 아빠와 누나와 함께하는 첫 꽃구경 봄나들이입니다.

 

채영이는 아빠가 꺾어준 진달래꽃을 머리에 꽂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채영이의 살짝 코미디에 재미있는 듯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사실은 엄마아빠의 꼬임에 꽂은 꽃입니다. 카메라 렌즈에 잡힌 꽃 꽂은 예쁜 채영이의 모습에 엄마는 평소의 딸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에 “예쁘다”며 감동을 받습니다.

 

엄마 아빠의 진달래 꽃 구경에는 또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진달래술’을 담는다고 합니다. 진달래 분홍빛 담근 주(酒) 생각에 진달래꽃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진달래 부침개도 생각이 납니다.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 붙인다오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이 되어 웃어 본다오.

- 봄이 오면, 김동진

 

어렸을 적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진달래가 피었던 것 같습니다.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인 진달래는 어린 동심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십리가 넘는 하교 길. 지금은 승용차로 4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포장도로에 차가 귀한 시절이기 때문에 차를 타는 경우는 비바람이 부는 날, 눈보라가 치는 험상 굳은 날씨에 가끔은 버스를 타곤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날은 종종걸음으로 걷다 보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등하교 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지만 잃은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 하면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피는 산이 있습니다. 곡식을 끌어 모을 때 쓰는 '당그레'모양 같다 하여 '당그레' 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비탈진 산자락에는 온통 분홍빛으로 물이 듭니다. 책가방을 한쪽에 놓아두고 진달래 꽃 숲속으로 빠져 고운 잎만 골라 한 움큼 따서 먹곤 하였습니다. 허기진 배속을 달래기에는 부족하였지만 진달래꽃은 맛이 좋았습니다. 시큼한 맛이 나면서 조금 단맛이 우러납니다. 많이 먹다 보면 혀 바닥이 온통 분홍빛에서 보라색으로 변한 악동들은 서로 보면서 놀리곤 하였습니다.

 

진달래 꽃 실컷 따먹고 흐드러지게 많이 핀 가지만 골라 두 손 가득 꺾어 사이다 병에 꽂아 두면 침침한 방안이 환하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진달래,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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