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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천호동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박모씨는 출산 후 천호동공원을 자주 찾았다. 집 근처 산책 코스로 이만한 데가 없기에 일주일에 3~4번은 꼭 공원을 찾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씨는 천호동공원 가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술을 마시거나 내기 고스톱을 치는 어르신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3월 14일 오후 4시경 강동구 천호동공원.

 

“어매 고도리했네~ 오늘 왜 그랴.”

“어여 패나 돌려, 뭔 말이 그리 많아.”

 

천호동공원 중앙광장 무대에서 할머니들이 내기 고스톱을 치느라 여념이 없다. 뜨거운 봄 햇살에 모자를 쓰고 수건까지 두르고 중무장했다. 공원 정자에서도 할머니들의 고스톱판이 한창이다. 공원 잔디 안에는 50~60대로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둘러앉아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한 아저씨는 취기가 올라와 얼굴이 새빨갛다.

 

그뿐이 아니었다. 공원 뒤쪽 주택가 앞에서는 대여섯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내기 윷놀이판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공원 곳곳에서 바둑·장기를 두는 아저씨들로 벤치는 만원이었다. 여기저기 내기 놀이를 즐기는 어르신들로 공원은 북적거렸다.

 

엄마 따라 손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수업 후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같은 어르신들의 공원 내 음주 및 사행성 도박은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심각해져 천호동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 김모씨는 “천호·암사 지역은 놀이문화공간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그나마 천호동공원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데 최근 들어 취객이나 내기 고스톱을 치는 어르신들로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교육상 나쁜 환경을 방조하는 것으로 잡상인 단속부터 음주 및 도박 등은 철저하게 단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동공원의 경우 현재 공원 내 해공도서관 공사가 한창이라 준공 후 청소년들의 공원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원 내 사행성 도박 및 음주행태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천호동공원은 공원 내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단속을 수시로 하고 있지만 변변한 놀이문화나 장소가 없는 천호·암사지역 특성상 계도 수준에 머물 뿐, 매몰차게 단속하거나 쫓아내는 단속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숨바꼭질 단속 보다는 천호동공원내 어르신들을 위해 체육 및 여가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라도 운영해서 사행성 내기도박 등을 근절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천호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나이 드신 노인분들이 봄철 들어 내기 장기나 고스톱을 치는 경우에 대해 단속을 실시하지만 솔직히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주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 및 치안, 순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08년 3월 19일(669호) 서울동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호동공원, #강동구, #어르신 , #사행성 , #노인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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