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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면 맞을 용의가 있으신가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혐오 식품까지도 구해보려는 요즘, 예방 접종 주사를 통해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여성의 5대 암 중의 하나인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암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흡연, 이른 나이에 갖는 첫 성관계, 다산, 많은 성교 파트너 등 여러가지를 들었으나 지금은 자궁경부암을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에 의한 감염성 질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자궁경부암은 엄밀히 말해 성 접촉성 전염병인 것입니다.

 

지난 2006년 미국 질병관리본부 자문위원회는 자궁경부암 및 성기 사마귀와 연관된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자궁암백신을 11~12세의 여자 어린이 모두, 13~26세의 여성 가운데 아직 예방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접종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자궁암백신은 최초의 암 예방 백신이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여성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박철민 제주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첫 성경험 이전이나 성경험 초기에 예방 백신을 맞아야만 온전한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비록 나이 든 여성들에게도 백신의 예방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비용대비 효과 측면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줄고 있는 자궁경부암, 자궁세포진검사가 일등 공신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들이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국민 건강 검진 프로그램에서 필수 검진항목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궁세포진검사(Pap smear)를 통해서도 거의 완벽하게 자궁경부암을 초기에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 검진 프로그램 덕분일까요?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매년 4%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과 신해림 박사팀은 1993~2002년까지 통계청 사망자료와 중앙암등록본부 국가암발생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993년에 여성 10만 명당 5.2명에서 2002년에 3.9명으로 감소하였으며, 자궁경부암 사망률은 매년 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 연령군별 자궁경부암 사망률은 30~69세 여성에서는 감소하고 있지만, 70세 이상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해림 박사는 "30~69세에서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조기검진"이라면서 "하지만 70세 이상에서는 아직도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으므로(매년 3.62% 증가), 70세 이상의 여성들이라도 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하여 조기발견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소이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과 과장도 "이미 효과가 입증돼 시판 중인 자궁경부암 백신을 통해 장기적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정기 검진, 자궁경부암 예방의 최전선

 

국내의 자궁암백신 접종의 최적 나이는?

 

작년에 시행된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 학회의 연구 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첫 성 경험 연령이 평균 21세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보통 평균 성경험을 시작한 나이에서 5년을 뺀 나이를 접종권장 시기로 보고 있는데, 이는 각 국가마다 성생활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 학회에서 제안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의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연령은 15∼17세.

 

미국과 독일 등 서구권 국가에 비해서 3~5세 정도 늦은 나이입니다.

자궁경부암이 주로 호발하는 연령대는 35~39세와 60~64세 2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30대가 넘어서야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자궁세포진 검사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박철민 교수는 "첫 자궁세포진 검사는 여성들이 첫 성교를 한 3년 후나 이들이 21세가 된 이후에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비록 자궁경부암의 진행이 빠르지 않지만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의 특정 타입(16번, 18번 등)이 나온다면 적어도 1년에 1번 자궁세포진 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진행이 느린 암입니다. 왜냐하면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여도 암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세포 변화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기 검진을 통해서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 자궁암백신 접종에 해당사항이 없는 여성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최선의 방법입니다.

 

만약 딸들이 자궁암백신을 맞을 수 있는 연령대에 있다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한번쯤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세대에는 자궁경부암이 희귀 질병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 도움 말씀 주신 분들 : 박철민 제주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과 신해림 박사, 국립암센터 암등록통계과 박소이 과장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자궁경부암, #암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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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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