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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자전거를 타는 기분을 아시나요?


맑은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철 따라 다른 풍경을 보면서 맘껏 즐기며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내 마음을 알 거예요. 그것도 여러 사람이 함께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탄다면?

 

지난 9일(일), 문경새재MTB(http://cafe.daum.net/mksejemtb)에서 이끄는 산악자전거 행사에 다녀왔어요.

 

대구와 경북 북부 지역에 사는 이들이 한데 모여 문경 불정자연휴양림 둘레에서 자전거를 타는 연합 라이딩이에요. 이렇게 모이는 건 처음이었는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문경새재MTB’, ‘새재MTB’, ‘김천MTB’, ‘상주MTB’, ‘상주삼백MTB’, 구미 ‘금오바이크’, 대구 ‘관광 라이딩’, 이렇게 일곱 개 동호회에서 모두 나왔는데 저마다 오랫동안 산 자전거를 타면서 솜씨도 매우 뛰어난 이들이지요.

 

우리 부부가 활동하는 ‘금오바이크(www.kumohbike.com)' 식구들도 열두 사람이나 갔지요. 여기 함께 모인 이들을 모두 세어보니 거의 백 명쯤 되었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데 어울려 문경 불정자연휴양림 둘레를 오르내리면서 자전거를 타는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두가 한 식구처럼 정겹고 재미나게 한때를 보내고 왔답니다. 날씨는 자전거 타기에 딱 좋고, 겨울철에 추워서 움츠렸다가 모처럼 타는 사람도 많아서 무척 즐거워하더군요.

 

문경시 영강을 따라 그야말로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타는 우리를 보고 시민들도 크게 손뼉을 치면서 ‘파이팅!’을 외쳤답니다. 문경 시내를 자전거 물결로 울긋불긋 수놓은 듯했어요.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

 

신나고 설레는 맘으로 출발 신호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는데, 어라! 가다 보니 차츰 속도가 꽤 붙어 있어요. 나도 모르게 발판을 빨리 밟고 가는데, 여기저기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
“이거 손님 초대해놓고 너무 하는 거 아냐?”
“그러게 말야, 선두! 속도 좀 줄이라고 해!”

 

불정 자연휴양림까지 가는 길은 영강을 끼고 가는 찻길을 한참 달려야 했어요. 그런데 앞에서 이끄는 이들이 너무 빨리 간 탓인지, 시속 38~40km 씩이나 나오는데 너무 힘들다는 얘기도 들렸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앞에 간 사람들은 거의 40~50km 빠르기로 달렸다고 하니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어요.

 

너무 빠르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저마다 매우 신나는 눈치예요. 하기야 이런 찻길에서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빨리 달려보겠어요? (찻길에서 적은 무리가 자전거를 타고 갈 때에는 이렇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요. 자동차들이 조금도 양보해주지 않거든요.)

 

 

이윽고 ‘불정 자연휴양림’에 닿았는데, 저마다 볼일도 보고, 물도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경북 북부지역에 방송되는 <영남방송>에서 함께 나와 이 행사를 취재한다고 하네요.

 

쉴새없이 인터뷰를 하더니, 느닷없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어이쿠!’ 날마다 다른 사람을 인터뷰하던 내가 오늘은 취재원이 되었어요.


여자 회원이신데 힘들지는 않냐? 이제 산을 넘어야 한다고 하는데 겁나지는 않냐? MTB의 좋은 점이 뭐냐? ……. 이것저것 묻는 말에 답은 해줬는데, 글쎄 혹시 편집되지는 않을까? 하하하.

 

자, 이제 드디어 산으로 가자!

 

산길에 올라갈 때에는 매우 힘이 들어요. 거의 오르막이 많은 데다가 지구력과 끈기가 있어야만 아무 탈 없이 올라갈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말할 것도 없이 자전거 타는 기술도 있어야 하지요.

 

구미에서도 산길을 자주 타봤으니 그다지 걱정할 건 없지만, 천천히 가면서 풍경도 즐기며 가기로 했어요(어쩌면 잔차 타는 실력이 모자라는 내 변명인지도 몰라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천천히 굴리면서 갑니다. 산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번갈아 있기도 하지만, 찻길처럼 길이 매끄럽지가 않기 때문에 힘이 몇 배나 들어간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애를 쓰며 올라가서 우리가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내가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지요.

 

산길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도 드문드문 보였어요. 또 얼어 있어서 미끄럽거나 땅이 녹아서 질퍽거리는 곳도 있어요. 조심조심 타면서도 모두가 즐거워해요. 어떤 이들은 진흙이 얼굴까지 튀어서 서로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답니다.

 

예순 하나? 나이는 숫자일 뿐이에요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낯익은 분들도 여럿 있었지만 처음 보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 가운데 나이 드신 어르신이 한 분 눈에 띄었는데, ‘새재MTB’ 회장을 맡은 김종태(61)씨였어요. 문경에서 45년 동안 이발소를 꾸린다고 하는데 자전거 타는 일처럼 신나고 즐거운 일이 없다고 하셨어요.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산악자전거 매력에 흠뻑 빠진 분이었답니다.

 

어르신은 지금도 날마다 서너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탄다고 했어요. 출퇴근 때에도 그렇고, 일부러 시간을 따로 내어서 타기도 한다고 했지요.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그렇지 잔차 타는 거 하나는 젊은 사람 못지않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이야기도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가파른 오르막 올라갈 때에도 힘든 줄도 모르고 갔답니다. 문경에서는 ‘괴짜 할배’로 이름나 있기도 했어요. 또 ‘흰 운동화 평페달’ 하면 누구를 말하는지 다 안다고 하는데,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이젠 아니에요. 내가 하도 맨 운동화를 신고 타니까 우리 회원이 클릿 신발을 하나 선물해줘서 작년부터는 바꿨어요.”

 

어르신은 이처럼 말하면서 클립리스 신발과 페달을 보여줬답니다(흔히 산악자전거를 탈 때에는 자전거 전용 신발과 페달을 따로 쓴답니다).

 

 

또 하나 들은 얘기로는 지금 문경에는 산악자전거 동호회가 두 군데가 있어요. 하나는 이번에 이 행사를 이끌었던 ‘문경새재MTB’ 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이 어르신이 이끄는 ‘새재 MTB’ 동호회인데, 바로 이 모임이 형님뻘 되는 동호회라고 하네요.

 

오래 앞서부터 모임을 이끌어왔는데, 지난해(2007년)에 다시 동생뻘 되는 ‘문경새재MTB’ 동호회가 새로 생겼어요. 동호회 이름 때문에 조금은 껄끄럽기도 했는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형님, 아우 하면서 두 동호회가 더욱더 정겹게 지낼 거라고 합니다.

 

산길을 달리면서 인터뷰도 하고, 어르신의 남다른 세상 이야기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다 되었어요.

 

밥집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하루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쌓았던 정을 나누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동호회 임원들끼리 따로 모여서 회의를 했지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두 달에 한 번씩 이렇게 모두 모여서 ‘연합라이딩’ 행사를 치르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두 번째로 내가 활동하는 구미 ‘금오바이크’에서 주최하는 ‘대구 경북 2회 연합 라이딩’ 을 하기로 했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한데 어울려서 자전거도 타고, 속 깊은 정도 쌓이는 이런 행사에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지 않을래요?

 

▲ 대구, 경북 산악자전거 연합라이딩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길에 올라갈 때에는 남다른 기술과 힘이 쓰인답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솜씨이지만, 늘 조심해야 하고요.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발판을 밟다 보면 어느새 산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지요. 뒤돌아서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기분이 정말 좋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고요. 땀흘리며 오르면서 낯모르는 이들과도 끈끈한 정이 쌓이지요. 자연을 벗 삼아 땀흘리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 해보면 알 거예요. 또, 여럿이 함께 자전거를 탈 때에는 서로 격려도 해주고, 앞서간 사람들이 뒤처진 이들을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모두가 즐거웁게 자전거를 타지요. 오늘은 자전거를 타면서 인터뷰를 하기도 한 날이랍니다. 모두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왔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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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뒷 이야기와 더욱 많은 사진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http://www.eyepoem.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문경새재, #산악자전거, #문경연합라이딩, #금오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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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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