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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장터 섬진강이 흐르는 경남 화개면 화개장터에도 봄이 왔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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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피는 섬진강 건너 화개장터에도 봄 기운이 넘친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화합의 장소로 더 잘 알려진 화개장터. 지난 주말(2일) 광양 매화마을을 찾는 김에 한 걸음 더 보태 화개장터를 찾아갔다. 5일 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그 옛날 장꾼들은 하동, 광양, 구례에서 이 곳까지 등짐 보따리 짐을 이고 지고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서 오곤 하였다고 한다.


그 옛날 장꾼들은 광양에서 나는 소금, 해산물을 가지고 와서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약초, 나물들과 바꿔가기 위해서 힘든 발품을 마다하지 않고 어두운 새벽길 출발하였다고 한다.


‘장터’는 만남의 장소이다. 새로운 것을 얻고 서로 바꿔 나누어 갖는 장소이다. 그래서 늘 가슴 설레게 하는 장소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늘 5일 장을 기다렸다.


"있을 것 다 있고요, 없을 것 없답니다 화개장터"


화개장터에 들어서자 귀가 먼저 흥겹다.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떠난 이별고개~' 엿을 파는 자판에 설치된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슬픈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있다. 엿장수 아줌마는 ‘쩔겅 쩔겅’ 가위로 박자를 맞추며 나무토막 같은 엿을 일정한 크기로 잘도 잘라낸다. ‘프로’ ‘달인’이란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매서운 눈초리. 고함을 지르는 듯한 얼굴에 잡귀는 감히 얼씬도 못하겠다. 시골 할머니는 겨울을 지난 ‘봄동’을 작은 다랑이 가득 내어놓고 손님이 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젓갈, 고추가루, 깨소금 넣고 참기름 뿌려 손으로 성큼성큼 버무린 ‘봄동 겉절이’는 입맛 돋우는데 최고다.


장터 안쪽으로 들어서자 ‘밤 껍질 까는 가위’ 파는 아저씨는 딱딱한 밤 껍질을 능숙하게 깎아낸다. 밤 껍질 까는  아저씨의 손놀림은 묘기를 보는 듯 능수능란하다.


집에서 작은 칼로 밤 껍질을 까려면 정말 어려웠는데  ‘찍고 밀고, 찍고 밀고’ 하면 쉽게 밤 껍질이 까진다고 한다. 반복하면 어느새 밤 껍질은 거짓말처럼 까진다. 특별하게 생긴 이 가위는 왼손 오른손 가릴 것 없이 힘들면 바꿔가면서 밤 껍질을 깔 수가 있다고 한다.

 

 

‘이 옹기들은 무엇에 쓰는 옹기들인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많이 쓰는 ‘뚝배기’ 담은 투가리 옹기는 알 것 같은데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 재미있다. 옹기전을 지나자 고막을 아프게 하는 요란한 망치소리가 난다. 쇠망치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 대장간이다.


농사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호미, 괭이, 낫, 쇠스랑 등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다. 대장장이는 칼인지, 낫인지 모르지만 연신 쇠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그러고는 다시 뜨거운 불 속에 쇠를 구운 다음 다시 쇠망치로 두들기자 쇠는 얇은 칼 모양으로 변한다.

 

‘땡’ ‘땡’ ‘땡’ 소리에는 일정한 리듬이 살아있다. 얇은 듯한 소리가 때론 강한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작은 쇠붙이가 대장장이의 담금질과 쇠망치를 두드리는 반복 작업을 통하여 어느새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농민들의 농사일에 꼭 필요한 농기구는 이렇게 태어난다. 그래서 대장장이는 한때 농민들의 우상이기도 하였다. 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신기한 듯 대장간 앞에 한참 머물다가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이 약초 다 어디서 나온 거예요?”

“지리산에서 나온 것도 있고 각 고장 특산품도 있고….”

 

오미자, 가시오가피, 헛개가지, 둥굴레, 벌 나무, 겨우살이, 민들레, 마, 느릅나무, 함초, 마가루, 국화, 상황버섯… 종류도 다양하다. 한약 건재상이다. 약이 귀한 시절 민가에서 몸 치료용으로 보약으로 사용한 귀중한 약제들이다.


주인은 ‘사가세요’하며 ‘마’를 맛보기로 조금 잘라 준다. 혓바닥에 닿는 마는 미끈한 느낌이다. 하얀 속살의 ‘마’는 아삭아삭하게 씹힌다. 미끈한 느낌만 없다면 고구마 맛이다.


‘마’는 뿌리를 식용하는 식물로 자양강장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화불량, 위장 장애, 당뇨, 고혈압 등에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복수초’의 노랑꽃이 유난히 눈에 띈다. 9917㎡의 밭에 녹차를 재배하고 있는 광양시 다압에서 화개면으로 시집 온 ‘다압 댁’이 팔려고 가지고 온 봄꽃이다. 

 

“봄에 제일 몸자(먼저) 핀 꽃요. 눈 속에 피는 것, 봄을 알리는 꽃입니다. 제일 먼저 피고 보기도 좋고, 꽃 먼저 나오고 잎은 뒤에 나오면서 금잔디처럼 새파랗게 좋게 깔립니다. 하나 사가시면 내년에 뿌리에서 두개 세 개 올라옵니다. “


화개장터에 오면 모두가 달인처럼 느껴진다. 조롱박은 술병으로 대나무 뿌리는 도인의 얼굴로 만드는 장터 예술가도 만날 수가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화합의 다리 남도대교가 만들어져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옛 정치를 만날 수는 없지만 아치형 ‘남도대교’ 덕분에 쉽게 화개장터를 갈 수가 있어 좋다.


 

3월 광양 매화마을의 꽃 축제와 구례 산수유 축제 때도, 4월의 화개장터 벚꽃 축제 때도, 7월의 섬진강 여름 축제 때도 그리고 10월 삼홍(三紅)을 보기 위한 피아골 단풍축제 때도 오고 가며 들르는 곳이 ‘화개장터’다. 이제는 영호남이 만나는 곳이 아닌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이 곳 저곳 관심 있게 보고 지나가면 시골인심이 보인다. 아직도 살아있는 우리 이웃사람의 인심을 찾을 수 있다. 재래 5일 시장은 관광지가 되어 이제는 매일시장이 되었지만 아직도 구수한 시골인심이 살아 숨쉬고 있다.

 


“화개장터는 옛날 섬진강 뱃길로 남해안의 어묵이나 소금을 싣고 올라오고 함양, 산청, 남원 쪽에서 등짐을 지고 산에서 나는 것을 가지고 와서  물물교환을 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섬진강 ‘화합의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뱃길로 구례, 광양을 다녀습니다. 겨울에는 지금보다 더 날씨가 추워서 얼음 위로 가마를 끌고 갔습니다. 내가 지금 70여 년을 살았는데 직접 다 보았습니다”

 

이강문 하동문화관광 해설사는 이렇게 옛 정취를 회상한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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