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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여동생이 함께 저녁을 먹은 후에 거실에 둘러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후식으로 과일을 깎아 먹는다. 당연하게 과일을 깎는 것은 어머니이고, 아버지와 자식들은 그것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흔히 평범한 가정이라고 할 때 그러한 모습을 떠올릴 테지만, 사실 그러한 가정이 평범한 모습이라 할 때, 이 세상엔 평범한 가정보다 그렇지 않은 가정이 더 많을 것이다.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가족이란 '부부를 중핵으로 그 근친인 혈연자가 주거를 같이 하는 생활공동체'란다. 하지만 요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이혼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편부, 편모인 가정도 많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도 많아졌다. 또한 아이 없이 부부만 사는 가정도 있고,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가정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많아짐에 따라 가족의 개념 자체도 점차 폭넓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인식은 아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싱글 맘' 허수경에 대한 이야기

 

18일부터 5부작의 첫 회를 시작한 <인간극장> '고맙다 사랑한다'편은 방송인 허수경씨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31일, 시험관 시술로 첫 딸을 얻었다. 이번 방송은 그녀가 출산하기 전부터 출산과 그 이후의 모습까지를 다루고 있다.

 

방송이 나간 이후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단순히 아기만을 원한 본인의 이기심 때문에 태어난 아기가 불행할 거라고, 그녀의 무책임함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기를 걱정하는 것은 그녀 자신일 것이다. 뱃속에서 열 달을 함께 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그녀는 아기를 낳기 전에 '아빠 없이 커야하는데 그래도 나한테 오겠니?' 하고 물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방송을 통해 태어날 아기 별이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누구나 몸의 장애처럼 마음의 장애를 갖게 되고 환경에서 결핍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너에겐 너무 미안하게도 아빠의 부재라는 결핍이 있다고, 내가 아빠 역할을 해 줄 순 없지만 다른 아빠가 있는 엄마들이 50만 해도 될 수 있던 것을 100을 할 테니 봐달라고, 대신 아빠로 인해 네가 부족한 부분은 엄마가 그래왔듯이 네 인생에서 너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그녀의 진실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그런 그녀를 어떻게 감히 비난할 수가 있을까.

 

20대인 (여자) 친구들과 만나면 그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만약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기가 생기면 어떡할 것이냐" 하는…. 곰곰이 생각하다 "낳아야겠지?"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더 곰곰이 생각하다 "낳지 말아야겠지?" 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는 우리의 결론은 "닥쳐봐야 알 것"이라는 거다.

 

결혼이나 출산 같은 문제는 본인에게 닥치지 않는 이상 쉽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빠 없이, 결혼 없이 아기를 선택한 비혼모, 싱글 맘들에게 옳다 그르다 말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아무리 걱정한다 한들 어렵게 선택한 엄마의 마음과 어떻게 비할 수 있을까.

 

어느 것이 본인을 위해서 좋은지, 아기를 위해서 좋은지는 물론 알 수가 없다. 왜냐면 당연하게도 아기는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났다 한들 아기에게 의사를 물어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를 살아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족' 이란 어떤 모습일까?

 

부모는 이 세상에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존재지만 또한 그와 똑같은 이유로 미워할 이유도 충분한 존재이다.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원죄로, 부모는 이미 죄인인 것이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이에게 이미 죄인이 되어버렸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할 허수경.

 

나는 아버지가 없다고 아이가 불행하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와 엄마밖에 없지만 다정하게 친구처럼 자라는 아이.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하고 불행할지 나는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평범한 가족이란 부모와 혈연으로 맺어진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닐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집단일 것이다. 때로는 미워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함께 사는 공동체일 것이다. 같이 살지 않아도 때로 전화 한 통에 목이 메기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모든 가족은 평범하지만, 또한 각각의 가족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허수경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엄마의 길을 꿋꿋하게 걷고 있는 모든 싱글 맘들이 상처 속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당연한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쁠 테니까.

 

<인간극장>은 다큐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 '극장' 이다.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연출의 영역이 존재하고, 편집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때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다큐프로그램 중에 오래 사랑받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별 다른 게 있을까. 다 다르기에 오히려 다 평범한 것이 아닐까. 다 평범하기에 다 특별하다고 할 수 있지 아닐까. 앞으로도 <인간극장>이 다양한 인간들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순수하게 들려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태그:#인간극장, #허수경, #비혼모, #싱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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