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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 대형 황사가 불어 닥친 후허하오터 시내 모습.
 2006년 첫 대형 황사가 불어 닥친 후허하오터 시내 모습.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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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만에 폭설로 중국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심술꾸러기 여자아이(라니냐의 스페인어 의미는 여자아이다)가 북방에서는 오히려 황사를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네이멍구 쿠푸치(庫布齊) 사막, 마오우쑤(毛烏素) 사막, 훈찬타커(渾善達克) 사막 등 한국 황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역들이 아직까지 눈으로 덮여 있고, 2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인해 쉽사리 눈이 녹지 않고 있어 올봄 대형 황사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2월말에 시작돼 한국에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찾아오는 황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황사 근원지 상태다. 황사 근원지에 강수량이 많지 않고, 겨울이 따뜻해 증발량이 많다면 황사의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올라간다. 엘니뇨 현상으로 따뜻한 겨울 현상이 심했던 2002년 대황사가 발생한 게 대표적인 예다. 엘니뇨 현상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도 2월말까지만 해도 황사 근원지에 비가 내리지 않아 황사 위험성이 높았지만, 2월말부터 강수가 집중돼 큰 규모의 황사가 많지 않았다.

반면 겨울에 눈이나 비가 많이 내려 근원지 땅에 습기가 많을 경우 바람이 불어도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한국에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는 지난 겨울 강수량이 많았고, 저온으로 인해 증발량이 많지 않아 황사 발생 가능성을 줄여주었다.

황사 근원지에 많은 눈... '20년 만에 강추위'로 쉽게 녹지 않아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곳은 한국의 정서쪽에 있어서 초반기 황사에 큰 영향을 주는 마오우쑤와 쿠푸치 사막 지역이다. 쿠푸치 사막의 중심도시인 따라터치(達拉特旗) 공청단 위셩비아오(余生彪) 부서기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4~5차례 대규모 폭설로 인해 상당한 양의 눈이 내렸다, 지금 쿠푸치 사막은 대부분 눈으로 덮여 있어 황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이 눈이 녹는 데는 적어도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라도 땅의 습도가 높아서 황사 위험성은 줄었다"고 말했다.

쿠푸치 사막의 남방에는 마오우쑤 사막이 있다. 역시 면적이 넓어서, 마오우쑤 사막과 함께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역이다. 이 지역도 쿠푸치 사막과 마찬가지로 눈이 많이 내려서 황사 근원지들의 상태는 아주 좋은 상태다. 마오우쑤 사막의 동부에 있는 샨시성 유린(楡林)여행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 지역의 대부분은 눈에 쌓여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쿠푸치 사막. 지금은 눈에 덮여 있다.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쿠푸치 사막. 지금은 눈에 덮여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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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최근 한국에 영향을 주는 지역 중 하나인 훈찬타커 사막도 상당히 양호한 상태다. 훈찬타커 지역은 한국의 북북서향에 있어서 이전에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는 지역이 아니었지만, 최근 기류가 복잡해지면서 바람이 정남향을 향할 때면 12시간 만에 한국에 큰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가 됐다.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학회 야오홍린(姚洪林) 이사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훈찬타커 지역 전반에 적지 않은 눈이 내려 황사 방지에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후룬베이얼 지역은 오랫동안 황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돼 황사 발생의 근원지가 되어갔는데 이번 눈이 황막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오홍린 이사는 아라산멍 남부 지역의 강설량이 평년의 10배에 이르러 올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황막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황사 근원지로 텅그리 사막과 허시주랑 지역이 있다. 이 지역 역시 1월말까지 여러 차례 강설이 거듭돼 황사 발생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1월 30일자 <깐수르바오(甘肅日報)>는 1월 말 깐수성 허시(河西) 뿐만 아니라 허중(河中)지역에까지 광범위하게 눈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다른 황사 근원지인 몽골 지역도 올해 적설량이 적지 않아 황사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지역이 있다. 베이징과 톈진을 둘러싼 화베이 지역과 네이멍구 동부 지역이다. 이 지역엔 1월초에 한 번 눈이 내렸을 뿐이며, 이후에는 큰 눈이 오지 않았다. 황사를 일으키는 황막화 정도는 약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이 지역은 강한 바람이 불면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황사의 근원지다. 이 지역에 계속해서 강수량이 없을 경우에는, 강도는 약하겠지만 한국에서도 인지할 수 있는 황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1월 30일 눈 소식을 전하는 <깐수르바오(감숙일보)> 기사.
 1월 30일 눈 소식을 전하는 <깐수르바오(감숙일보)> 기사.
ⓒ <깐수르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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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지 저온도 황사 예방에 도움

올 네이멍구 지역은 20년 만에 가장 추운 1월을 맞았다. 네이멍구 서부 지역은 1월 평균 기온이 예년에 비해 3~6도 정도 낮았고, 아라산멍(阿拉善盟)이나 우하이(乌海)시는 영하 34도와 29도에 이르는 등 관측 이래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이런 날씨는 2월 중순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월 12일 쿠푸치 사막과 마오우쑤 사막의 중간도시인 어얼두우스(鄂尔多斯)의 최고기온은 영하 13도, 최저기온은 영하 20도였고 훈찬타커 사막의 북부도시인 시린하아터(锡林浩特)의 경우 최고기온 영하 14도, 최저기온 영하 27도로 극심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황사 근원지의 저온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황사 방지에 도움이 된다. 우선 증발량을 줄여서 황사 근원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저온은 이미 쌓인 눈이 녹는 것을 막아서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노출되지 않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에 영향을 끼치는 대부분의 황사 근원지는 지금 눈에 덮여 있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눈은 3월 중순이 넘어야 완전히 녹을 것이며, 녹은 후에도 땅에 습도가 높아서 바람이 불어도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지난 4일 신화사도 네이멍구 기상대 전문가의 말을 빌어 "강한 추위와 많은 눈은 도시의 교통이나 목축 농가에 영향을 주겠지만, 토양에 물기를 증가시켜 공기를 맑게 하며 황사를 막을 뿐만 아니라 봄 가뭄 해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 달((1월 13일~2월 12일) 최저기온 분포도. 황사 근원지는 대부분 영하 20도에서 30도까지 떨어졌다. 지역에 따라 20~30년 만에 최고 추위였다.
 최근 한 달((1월 13일~2월 12일) 최저기온 분포도. 황사 근원지는 대부분 영하 20도에서 30도까지 떨어졌다. 지역에 따라 20~30년 만에 최고 추위였다.
ⓒ 중국 기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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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1월 13일~2월 12일) 동안 중국 강수량 분포도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마오우쑤 등 상당 지역에 비가 내렸다.
 최근 한 달(1월 13일~2월 12일) 동안 중국 강수량 분포도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마오우쑤 등 상당 지역에 비가 내렸다.
ⓒ 중국기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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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황사는 있을 수 있지만 재앙 수준의 대형 황사 가능성 낮아

황사의 가장 큰 관건 중 하나는 바람이다. 상대적으로 시베리아 기단이 강하게 작용할 때는 바람도 당연히 강해진다. 이 경우 황사 발생 빈도는 높아진다.

황사 예보 주관기관인 중국기상국(中国气象局)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 황사를 예보했다. 이날 중국기상국(中国气象局) 재난예측사 지아오메이옌(矫梅燕) 사장(司長)은 "최근 중국 서북부에 강설량이 많아 황사 근원지의 적설량이 많고 땅의 습도도 높다, 하지만 시베리아 기단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해 평년에 비해서는 황사가 몇 차례 더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황사 근원지의 상황은 좋지만, 강한 시베리아 기단이 봄에 활동해서 황사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예측한 것이다. 다만 이런 수치는 한국과 중국, 각각의 경우에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 화베이의 미세먼지는 베이징, 톈진 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국에까지 영향을 끼치기에는 먼지량이 많지 않다.

한국 기상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황사의 발원지로는 내몽골 고원이 37%로 가장 비중이 높고 고비사막 24%, 황토고원 19%, 타클라마칸 사막과 커얼친 사막이 각각 10%정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황사 발생지 각각의 비중.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황사 발생지 각각의 비중.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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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황사 발원지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네이멍구 사막이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비중이 19%인 황토고원인데, 이곳도 상태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반면 비중이 10%정도인 커얼친 사막의 경우, 12월말에 눈이 내린 후 큰 눈이 내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황사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곳은 기존의 녹화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 극심한 황사가 발생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 기상대의 예상대로 시베리아 기단이 집중적으로 활동할 경우에는 편서풍이 강하게 부는데, 커얼친 사막은 한국의 북북서 방향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북한 쪽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황사 발생요소의 80%가량이 힘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강한 바람으로 인한 국소적인 황사는 있을 수 있지만 대형 황사의 가능성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올해 황사는 중국에서 푸천(浮塵, 가시거리 10km 이상의 먼지)이나 량사(揚沙, 가시거리 1~10km의 먼지)로 불리는 비교적 약한 강도의 황사는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재앙 수준의 거대한 황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전망이다.


태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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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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