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만큼 선택할 사람이 없는 대선은 처음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푸념은 반드시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위치에서 보면, 투표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정당과 후보에 대한 암묵적, 형식적인 정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해결되지 못한 커다란 이슈들, 자의적 검열에 의해 한 번쯤 걸러져 나온 듯한 인터넷 매체, 그리고 뚜렷한 성향의 보수신문사들의 정보들은 선거를 주시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정작 얻고자 하는 정보들을 결국 TV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강해지고, 그 역할 또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선이 얼마 안 남은 지금, TV는  유권자들에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선택의 도움을 주고 있는가.

 

[하나] <KBS스페셜> 대선기획 대/폿/집/토/크

 

유시민 : 여기 장관해본 사람 아무도 없죠? 나밖에 없네?
노회찬 : 창당 안 해봤죠? 난 창당해봤어요~!
정범구 : 요거 편집될 것 같다~(웃음)

 

우리 아들딸이 이번 기말고사 시험에 반에서 몇 등을 했느냐와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를 이러한 자랑 아닌 자랑은, 정치인 4명이 서울 어느 조그마한 선술집에 '계급장 떼고' 둘러앉아 대한민국 정치와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튀어나왔다.

 

얼큰하게 술이 오른 그들은 이처럼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에 있는 속내를 가감 없이 뱉어냈다. 마지막 후보지지 발언기회는 사회자가 정한 '2분의 발언기회'가 아닌 즉석 '가위 바위 보'로 정했으며, 마지막 건배의 구호는 각자의 지지후보 이름을 다 같이 외치는 '대연정 건배'로 끝마쳤다.
 

지난 2일 방송된 <KBS스페셜> 대선기획 '대폿집 토크'에선 우리나라 대표적인 정객(政客) 4인방이 삼겹살과 소주를 앞에 두고 둘러앉았다. 방송국에서 그들에게 내건 조건은 '상호비방과 속보이는 선거운동만 하지 말자'라는 비교적 간단한 조건.

 

그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지켜보고 듣고 있으려니, 우리네 이웃들이 금요일 밤 일찍 퇴근하고 잠깐 들린 대폿집에 모여 앉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벌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 이 프로그램 기획의 결론은 늘 그렇듯 정객 4인방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들과 자신들의 정당이념의 재확인이라는 케케묵은 주장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솔직하고 담백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커다란 단상 위에서 비장한 눈빛으로 외치는 선거운동이나 토론프로그램의 그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시청자들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대부분 '신선하고 참신한 기획'이라며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크게 웃었고 즐거웠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12월 19일에 벌어질 대선전쟁은 TV 속에서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이미 시작된 것이다.

 

[둘] KBS1 <시사기획 쌈>의 무신불립(無信不立)

 

 

이명박 후보의 93년 민자당 시절 서초동 땅과 재산. 정동영 후보의 82년 아프리카 순방당시 방송 모습과 두 자녀의 해외유학. 이회창 후보의 과거 정계은퇴 선언과 차떼기 사건. 문국현 후보와 비정규직 두 딸의 주식 증여. 그리고 인터뷰를 거부하고 대답을 회피하는 몇몇 후보들의 직접적인 모습까지.

 

<KBS스페셜>이 유쾌하게 대선레이스에 간섭했다면, 12월 3일에 방송되었던 KBS <시사기획 쌈>은 이처럼 다분히 공격적인 노선으로 대선 레이스에 간섭했다. 유력후보로 지목되는 주요후보 5인(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문국현, 이회창)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하겠다는 기획으로 방송되었던 '무신불립(無信不立)'편의 <시사기획 쌈>, 그들의 검증은 상당히 치밀하고 날카로웠다.

 

앞서 언급한 후보들의 언급하고 싶지 않는 치부의 검증은 물론이고, 후보들에게 기부했던 고액 기부자들의 성향분석과 각 후보 선거캠프의 수백 명의 명단을 분석해 그들의 출신지, 출신고, 대학, 입문정당까지 통계로 발표했다. 후보자들에겐 마뜩치 않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검증자료를 제공한 셈. 그리고 방송 말미에는 공자의 말을 빌려, 국민들의 신뢰가 없이는 경제와 안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시청자들의 의견 또한 방송내용만큼이나 꽤 과격하다. 용기 있는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며 황금시간의 재방송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검증을 표방한 특정후보 죽이기란 의견까지 올라오고 있다. 다음주 12월 10일에 방송되는 <시사기획 쌈>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대선레이스에 대해 말한다.

 

대선기간, TV가 갖는 막강한 '권력'

 

선거기간에 되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힘을 가지게 되는 곳이 바로 미디어와 여론조사 기관이다. 특히 TV의 경우 후보자들의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에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후보자들 역시 미디어를 '지지자 모으는 도구'로 자주 사용하기도 하는데, <KBS스페셜> 대폿집 토크가 아무리 좋았어도, 한 번 더 하지는 말자라는 한 시청자의 의견은 그러한 위험성을 대변하는 한 마디다.

 

TV가 이번 대선에 해야 할 역할인 균형적인 모습과 진실한 보도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과도한 폭로주의와 경마식 보도, 그리고 진실을 표방한 편파적 보도는 결과적으로 주객을 전도시킬 공산이 크다는 점도 잊어선 곤란하다. 오히려 그들의 그러한 권한을 유권자인 시청자들에게 이양시키는 보도의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다.

 

TV도 이미 대선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러한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대선 당일까지 스스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줘, 유권자들의 한 표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한 표가 될 수 있도록 친절한 조력자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대선, #KBS 스패셜, #시사기획 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