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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점점 높아지는 공무원 지원율. 하지만 공무원 지원자들의 지원 동기는 직장 안정성 등 또 다른 의미로도 압축되기에 단순히 취업난과 공무원 지원율이 연결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해가 갈수록 더해가는 공무원 열기가 반드시 극심해지는 취업난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자료와 보도는, 과거와 달라진 공무원 지원률을 가지고 취업난을 부각시키기에만 집중했다. 본 기사는 조금은 다른 면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취재는 공무원 열풍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일반행정 공무원 지원과 교원임용고시를 선정하여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공무원 지원 속의 허실과 교원임용고시 속에 숨겨진 양성차별의 문제를 함께 다루어 보았다. (기자 주)

수험천국 노량진

지하철 1호선 용산역을 지나 나란히 보이는 한강대교를 보며 한강을 지나오면, 책이 가득 들어있는 듯한 배낭을 멘 사람들이 출구 앞에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흰색 바탕에 녹색 글씨의 대형 학원 광고판 불빛이 지하철 안으로 파고든다. 고시학원 집결지 노량진이다.

노량진 역사 이곳저곳에 수많은 학원광고가 어지럽다. 지하철 출구로 이동하니, 하나뿐인 출구라 그런지 좁은 육교 위는 오가며 지나가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다. 그들로부터 눈길을 돌린다. 인파 너머 보이는 간판들은 상호만 다를 뿐 다들 비슷비슷하다. 눈길이 가는 한 빌딩에는 층층이 서로다른 학원이 자리잡고 있다. 간판 위 ‘고시’라는 글자를 층층이 네 번이나 따라갈 수도 있다.

육교 아래 위치한 커피전문점 파스구치에 들어섰다. 삼삼오오 떼를 짓고 테이블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한무리의 학생들이 눈에 띈다. 테이블 위에는 약간의 다과와 얇은 프린트물, 그리고 몇몇은 가방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 얹어 놓았다. 다니는 고시학원에서 짜준 초등 임용고시 스터디 그룹이란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 의외로 효율성이 좋아요. 서로 부족하거나 강한 부분은 다르기 때문에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죠. 수험정보도 공유하고요. ‘작년 어느 교대 출신들이 스터디를 이렇게 했더니 모두가 3월에 발령났더라.’ 이런말을 들으면 우리도 그런 식으로 따라하기도 해요. 이런 점 때문에 학원에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기도 해요. 외로운 수험생활에 믿고 의지할 동료도 생기고요.”

7개월 차 고시생과의 만남

취재원을 물색하는 중, 홀로 창밖 지나는 사람들을 묵묵히 보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안경 쓴 한 남학생이 눈에 띈다. 앞의 받침대 위에는 미처 반도 비우지 못한 라바짜 커피 한잔이 식어져 가고 있었다. 경북 울진이 고향이라는 이정우(가명.24)은 현재 9급 일반행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위로 누나만 3명이 있다는 그는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를 휴학중이라 했다.

“취업해서 서울에 살기가 그렇게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기업에 들어가는 건 어찌어찌 될 것 같은데 전 공대생이라 그런지 오래 근무할 자신이 없군요. 학교 다니던 시절에 친구들과 농담삼아 한 이야기도 젊어서 많이 벌어 놓자는 거였고요.”

가는 커피용 빨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를 하나씩 풀어 놓는다.

“외삼촌이 한분 계시는데요, 그분도 울진에서 공무원을 하고 계세요. 제가 군에 있을 때 외삼촌을 만나 뵐 기회가 많았어요. 전 상근이어서 집에서 출퇴근 했거든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있으면 가끔 외삼촌께서 찾아오셔서 저를 붙잡고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중에서 가장 끌리는 게 있었다면, 공무원 되기가 생각만큼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하시던 것이었죠.”

친구들에게 많이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냥 복학할까 아니면 휴학해서 공부를 할까 한참 고민한 끝에 결국 젊고 쌩쌩한데 1년만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열 달 째다. 이미 경험삼아 올해 4월 29일에 경북 지방공무원 시험을 치른 상태다. 경험삼아 시험을 치루고 난 후의 생각을 물은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울진은 제법 촌이에요. 인구도 5만명 밖에 안되고 젊은 사람들은 많이들 외지로 나가버렸죠. 그래서 만만하게 봤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보통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대도시면 그만큼 경쟁률이 높고 커트라인도 그와 비례해서 올라가리라는 생각.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막상 결과를 보니, 어떤 해는 경북 내에서는 그래도 큰 도시인 포항의 커트라인이 높고, 또 그 다음해에는 경주가 높고, 멋대로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맘을 놓을 수 없어요. 지난번 시험 커트라인을 추측해서 이 정도일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하다가 막상 제가 시험을 쳤을 때 굉장히 커트가 올라가 버릴 수 있으니깐요.”

주변의 권유로 시작한 그의 고시생활이 계획한 1년안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는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열 달 째를 맞는 그의 고시생활이 그에게 남긴 것은 너무나 머쓱해져 버린 인간관계 뿐인 것 같다는 푸념섞인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중단했다.

공무원 광풍이란 신조어의 압박과 거품

최근 ‘공무원 광풍’이라는 신조어는 공무원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잘 반영한다. 서울시 무능 공무원 3% 퇴출 정책은 공무원 사회내의 찬반논란 뿐,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딴나라 이야기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몇년간 국가직, 지방직 할 것 없이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서로 높은 수치를 경쟁하듯 치솟고 있다. 모집인원이 보다 적은 7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세자리 수에 육박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추이를 그래프로 일원화 해보았다.
▲ 경쟁률 추이 공무원 시험 경쟁률 추이를 그래프로 일원화 해보았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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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무원 열풍에 대해 공무원 시험을 2년 째 준비하고 있는 김도윤(26)씨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처음 그가 한 말은, 언론과 각종 자료가 오히려 거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면 매번 경쟁률만 나올 뿐이죠. 응시율 언급한 기사는 극소수이고, 응시율을 분석해 주는 기사는 더더욱 없죠. 이런 문제의식 가지게 된 것도 학원 분석 자료와 인터넷 상의 공무원시험에 관련된 블로그 및 게시물를 통해서 였어요. 사실 실제로 시험장에 들어가면 비어있는 의자가 매우 많아요. 거품이라는 거죠”

역대 최대 공무원 경쟁률만 기사화 될 뿐, 실제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 실질적으로 정보가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주변 사람들도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인상을 경쟁률을 통해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어줍지 않은 걱정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는 그가 말을 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 것도 스트레스에요. 저를 걱정해 준다는 건 알겠는데, ‘요새 공무원 되기 하늘에 별따기라더라.’ 이런 식으로만 말해버리니깐 점점 더 불안해져요. 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공무원 시험이 녹록치 않다는 건 날이 갈수록 저도 체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시험 결시율이 많게는 50%까지 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죠. 시험 치는 사람의 태반이 그날 몸이 아프다거나 갑자기 급한 사정이 생겨서 결시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깐요. 그냥 공무원이 안정적이라니깐 혹여나 될까 싶어서 한번 찔러보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언론에서는 부풀려진 모습만 보여주고는 공무원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만 말하고 있죠. 공무원 인기가 올라간 건 사실이겠죠. 하지만 거품도 만만치 않아요. 그걸 보는 저 같은 이제는 긴장을 넘어서 불안하기까지 해요.”

공무원 시험의 실제 응시율과 경쟁률 사이 괴리는 심각하다. 실제로 2007년 서울시 지방 공무원 시험의 평균 응시율은 행정직 64.5%, 기술직 57.8%, 연구 지도직은 57.3%에 그쳤다. 필기 합격률에서도 문제는 보인다. 최근 국가직 시험의 선발예정대비 필기합격률은 04년 117.4%, 05년 128.3%, 06년 130.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필기 합격률에 대비되는 최종합격률은 오히려 미달이다.

공무원 광풍 속 허수 지원자들

그렇다면 실제 경쟁률과 응시율, 그리고 고시 학원 측에서 분석하는 공무원 열풍은 어떠할까. 2005년 당시 468명 선발에 63,896명이 출원해 평균 136대 1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기록한 국가직 7급 공무원의 경우를 들어보자.

사상 최대의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응시자는 출원자의 53.59%에 해당하는 34,241명이었다. 하지만 예년과 합격선은 별다른 차이 없이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높은 출원율에 비해 응시율이 낮고, 응시율의 고저에 관계없이 합격선이 일정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고시학원 관계자를 만나서 직접 물어보았다.

 “공직을 희망하긴 하지만 응시율이 낮다는 것은 허수 지원자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그리고 시험 규정상의 과락을 빼놓을 수 없어요. 시험 문항 형태가 바뀐 탓인지 모르겠지만, 2003년부터는 60% 안팎의 과락율을 기록하고 있죠. 실력부족 지원자가 상당하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학원 측에서는 7급 공무원 시험은 보통 상위 10~15%에서 당락이 엇갈린다고 예상합니다. 즉 10~15대 1 정도가 실경쟁률이라는 거죠.” -H 고시학원 관계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높은 경쟁률 속 허수지원에 대한 인식은 엿보인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약 60%에 해당하는 공무원 시험 경험자가 ‘거품이 상당하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공무원 사회 진입의 어려움은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닌가 싶다. 예전 보다는 분명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공무원 시험(중등교원임용고시)의 또다른 이면- 여성 

신촌 명물거리 구석. 작은 오뎅바에서 현재 중등교원임용고시 합격 이후 대기발령 중이라는 유은진(28)씨를 만났다. 소주를 마신지도 8달만이라며, 소주잔이 신기한 듯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보던 유은진은 특별히 교직에 대한 꿈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과의 경우에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직업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잖아요. 저는 사회학과를 나왔는데요, 딱히 어디에 취업할지 생각이 바로 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문과생들은 어떻게든 취업 옵션을 늘리려는 시도를 학창시절에 많이 할 수 밖에 없죠. 제 기억에는 2001년쯤인가 제가 다닌 연세대학교에서도 갑자기 교직이수 가능 학점이 확 올라갔던 것 같아요. 다수가 지원해 버리니 컷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교직 이수만 해도 사립학교 교사로 채용이 가능하다는 면도 문과생들이 교직이수를 신청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죠. 저도 교사가 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혹시 모르니깐’ 이라는 생각에 교직이수 과정을 거쳤고 그걸로 인해 결국 임용고시까지 치게 되었네요.”

유은진은 임용고시를 합격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분명 교직이수만 해도 사립학교 교사로 채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구태여 세 번씩이나 임용고시를 쳐야만 했을까.

유은진과의 인터뷰
▲ 유은진(28) 유은진과의 인터뷰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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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나온 남자들은 사립학교에서 많이 데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교직 이수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죠. 사립학교에서도 잘 데려가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공립학교의 교원이 될 수 있는 임용시험에 매달리는 여성지원자들이 많아지는 거죠. 이건 교직에만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일반기업에 취업할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참 공부도 열심히 하고 능력도 있었던 한 선배가 있었죠. 게다가 스펙도 좋았어요. 연대 경제학과를 나와 학점 평점이 4.3만점에 4.0이었어요. 하지만 대기업 입사에 계속 실패했어요. 다른 남자동기들은 잘도 취업되서 나가는데 말이죠. 심지어 서류지원 통과도 못한 경우도 꽤나 많았어요. 전 그 선배가 일년 반씩이나 백수생활 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때 같이 술 많이 마셨었는데...결국 취업하기는 했지만... 그때 많이 느꼈죠. 여자로 취업하기가 만만치 않구나. 그런데 엄마의 교직 권유도 있었고 ‘전에 교직이수 했었지.’라는 생각도 스쳐갔어요. 그래서 교원임용고시를 선택했죠.”

초, 중등학교에 여교사 편중 비율이 심화상은 전체적으로 볼 때 뚜렷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사 비율은 1970년 29.1%에서 1980년 50.1%로 여초현상을 보인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06년에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 부산, 대구, 대전 등 대도시 지역의 여교사 비율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도 여교사 비율이 70%가 넘는 곳이 5개 시,도나 된다. 2007년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여성비율은 서울 88%, 부산 97%, 대구 91.6%로 성비 불균형 현상은 보다 심화되는 추세이다.

여성의 비율이 절대적이다
▲ 교원임용시험장의 모습 여성의 비율이 절대적이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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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여교사 비율을 비교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2006년 서울시 교육청이 밝힌 서울 소재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전체 27,219명 중 22,414명으로 82.3%에 해당한다. 하지만 공립의 경우 여교사 비율은 83.4%, 사립의 경우에는 56.4%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사이의 여교사 비율 차이는 27%이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전체 1만9천288명 중 여교사는 1만2천780명으로 66.3%로 전체적으로 여초현상이지만 사립중학교의 여교사비율은 44.5%로 여초현상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공립중학교 73%와는 28.5%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의 여교사 비율은 사립 32.2%로 여교사 비율이 남교사보다는 적은 반면 공립은 2006년 전체교원 6,035명 중 3,078명(51%)이 여교사로 처음으로 여교사비율이 남교사비율을 넘어섰다. 통계에서처럼 사립학교의 뚜렷한 남교사 선호 경향은 여성이 교직사회에 진입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되어 교원 임용고시에서의  여성 지원율을 높이는 배경이 된다.

여성의 차별구조가 여성을 임용고시로 내 몰다

교사라는 직업에 요구되는 자질이 양성 어디에도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한 유은진. 하지만 그는 사립학교의 남교사 선호뿐 아니라 기업에서의 차별구조도 여성의 압도적인 임용고시 지원율에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취업해서 복사기만 줄창 돌릴 생각은 없고요, 상사 옆에서 웃으며 술 따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어요. 여자라는 이유로 일을 일찍 그만두고 싶지도 않아요. 이 모든 게 요즘은 완화되고 있다고들 말하죠. 하지만 여전히 그런 관행은 남아 있어요. 물론 교사라고 해서 그런 차별이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하지만 여교사가 다수라면 그런 면이 상대적으로 덜해지지 않을까요? 이런 점이 젊은 여성이 임용시험을 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라 생각되네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선명수(23)는 취업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평가 항목이 보다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 평가항목이란 것이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최근의 여성 공직 지원율 증가는 시험을 통해 개인적인 노력인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의 자구책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취업할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평가되는 항목이 많아요. KTX 승무원 같은 서비스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키와 몸무게가 점수화되고 심지어는 얼굴마저 상, 중, 하 급간으로 나눠 평가되죠. 또한 혼인 여부도 중요해요. 대형마트 계산원의 경우 오히려 나이든 기혼여성을 선호하죠. 결혼, 출산, 육아 휴가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남성의 경우에는 기혼이나 미혼 여부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말이죠. 외모나 혼인여부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의해 평가가 달라질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평가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여성은 시험을 봐서 취업하는 게 오히려 깔끔해요. 남성은 대기업 지원율이 높고 여성은 공사 지원율이 높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직장 안정성 측면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비율을 높이는 것에 일익을 담당한다. 덕성여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교육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한 여성은 자신의 대학원 진학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업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성은 보다 손쉽게 쓸 수 있고 쉽게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위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취업도 하기 전에 오래 근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죠. 저뿐만 아니고 졸업 후 교육대학원으로 진학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동기들도 많아요.”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항상 취업난에 쫓겨 공무원 시험을 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하늘의 별따기’라는 공무원 시험의 지원율이 덩달아 높아진다는 설명은 몰이해의 결과다. 취업난 이면에 숨겨진 우리사회의 성차별 구조는 어느 샌가 극심한 취업난을 의미하는 공직지원율로 은근슬쩍 포장되어 있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시장에서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각종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많은 여성들. 그네들의 꿈은 취업의 물줄기 위에서, 여성이라는 바위를 만나 휘돌다 결국 더욱 좁아지는 공무원이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태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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