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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보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인턴십은 그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학내외의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많이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직장의 선호도와 마찬가지로 인턴십에도 선호도가 존재한다. 국내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에서의 인턴십에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몰리는 반면에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체의 인턴십에는 개별적인 채용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지원율이 낮은 것이다.

“인턴십 하면 떠오르는 건 대기업 인턴십이죠. 중소기업 인턴십은 생각해 고려해 보지 않았어요. 그건 아르바이트 아닌가요?” (성신여대  최혜지)

“인턴사원은 거의 그대로 정직원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신입사원 채용시에는 대개 인턴십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기업에서 인턴십한 경험이 그렇게 우대받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구요.”(한동대  김형규)

중소기업 인턴십이 자신이 선호하는 직장에 지원했을 경우, 눈에 띌만한 긍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다양한 인턴십 경험을 쌓기보다 대기업에서 인정될 것 같은 다른 요소, 즉 학점과 영어점수를 올리는 것이 급하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자체 통계에서 나타난 대로, 대학생들이 꼽은 인턴십 미경험의 이유에서 ‘취업하기엔 다른 활동이 급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각종 경력을 중요시 한다는 채용 경향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각종 인턴십 경력을 스펙으로 갖추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식하고 있는 것만큼 인턴십의 비중을 크게 두고 있지 않았으며, 인턴십 참여에 의사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지원자의 상당수가 개인적 선호, 즉 회사의 이름, 전공관련 회사 등에 따라 인턴십에 참여하고자 했다. 

인턴십의 현주소

“제가 인턴을 그만둘 무렵에 후임으로 대리가 왔었죠.”

송이오씨가 인턴시절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다. 들어보니 그저 재밌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턴사원의 업무량에 대한 생각을 말하다 문득 떠올랐나 보다.

“제가 인턴사원일 때 했던 업무는 서류 복사 같은 사무보조 업무는 아니었어요. 정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처리했죠.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꼬박꼬박 출근해 상무님이랑 같이 이태원에 바이어들을 만나러 갈 때도 동행했었죠. 회식자리에도 꼬박꼬박 나갔어요. 게다가 제가 그만둘 무렵 인수인계를 대리급에게 했어요. 인턴이나 정직원이나 업무는 동일하다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턴이 끝날 무렵 거의 모든 인턴사원이 정식으로 채용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3학년이라 학교는 졸업해야겠다는 생각과 여행도 가야해서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는 않았지만요.”

인턴이 수행하는 업무에는 업체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송이오의 경우처럼 정직원과 거의 동급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잡다한 일처리를 했다는 경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턴을 정식으로 채용하는 경우나 잡다한 업무를 맡기는 경우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투여한 만큼의 정당한 반대급부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턴사원의 후임으로 대리 직급의 정사원이 인수인계를 받는 경우에서도 알 수 있다.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지만 인턴이기에 저임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차후 취업 시 제출할 이력서에 채워진 경력란 속에 그들이 공제당한 임금이 녹아들어가 있다.

기업 측에서 인턴으로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해 주면 그럭저럭 다행이다. 하지만 최근 비정규직 문제에 당면한 기업이 마련한 하나의 돌파구로 인턴제가 악용되는 경우도 나타하고 있다. 잡무를 시키면서 비정규직이 아닌 인턴이라는 명칭으로 비난을 비켜갈 수 있었다. 오직 취업난이란 분위기로 인해서...

인턴십의 현주소에 대해 다른 한켠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찾았다.

“숙련직이나 기술직 인턴십의 경우 기술 습득이 가능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언급한 직종이 아니라면 노동법 외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습니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류한승 정책부장은 증가하는 인턴제가 악용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말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류한승 정책부장. 인턴십이란 매혹적인 이름 이면에 존재하는 또다른 면을 역설한다.
▲ 비정규직노동센터 류한승씨 인터뷰에 응해준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류한승 정책부장. 인턴십이란 매혹적인 이름 이면에 존재하는 또다른 면을 역설한다.
ⓒ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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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에서 청년실업정책의 일환으로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요. 대상자는 만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소년인데 실질적으로 인턴제도 이 속에 포함되고 있죠. 지원금이 보조되는 양상을 보면 인턴을 어떤 식으로 취급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일반기업에서 6~8주간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인턴사원에게 임금명목으로 지급하는 80만원 상당의 돈만 해도 정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부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은 그보다 더 열악한 현실이죠.

연수수당은 교통비와 중식비 등 월 30만원으로 하되 여건에 따라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이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달리 말하면 노동자로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사원 직무 훈련에 대한 별도의 지원금이 노동부에서 보조됩니다. 기업입장에서는 추가금이 들지 않아요. 길게는 6개월까지 최저임금 이하로 인턴이란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인턴사원들을 보면 야근과 주말근무 수당 요구는 언감생심 요구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한 인턴사원을 얼마만큼 정직원으로 전환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전환되지 못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나올 경우에는 열심히 일한 보상은 누가 해줍니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기업 인사담당자와의 인터뷰 내용은 류한승 씨가 말한 맥락과 닿는 부분이 있었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서를 검토해 보면 많은 지원자들이 동종업무가 아닌 경력을 인턴십이라 생각해 경력란에 채워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취업자의 지원 분야와 연관된 인턴십의 경우에도 자회사의 인턴십이 아닌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매출액 규모 30대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사원채용에서의 민감한 부분을 거리낌 없이 단언할 수 있다는 것은, 채용기준으로서의 인턴십의 범주가 채용현장에서 매우 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그것이 보편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인정도 받기도 까다로우면서 임금마저 공제 당하는, 인턴사기극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취업을 한다?

10년 전 IMF시기에 실업자를 일시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턴제도가 10여년 후 지금에 와서는 취업을 하기 위해서 취업 이전에 거쳐야할 관문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학생의 경우는 학사과정과 겹치게 되는 애로사항 때문에, 보통 3개월 정도 인턴십 과정을 거친다. 3개월 동안은 법적으로 정식 고용 이전의 수습 상태의 인력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적절한 보수나 업무강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매장에서 판매를 하기도 하고, 창고에서 상품을 나르기도 한다. 연구소 인턴십은 정식 연구원을 보조하는 데 한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상품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경우 역시 공장의 단순한 잡무에 한한다. 기획팀 등의 사무 인턴십의 경우도 사원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좀 더 나은 스펙을 가지고 좋은 직장에서 의미있는 업무를 해보고 싶어서 인턴십을 한다는 생각은 다만 공상일 뿐이다. 

취업에 매달리는 준비생들은 가릴 것이 없는 처지지만, 취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인턴십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 한다. 특정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서 인턴십을 하는 경우, 특정회사에 입사에 실패 한 후 인턴 경험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학교생활과 병행해 가면서 소화 할 수 있는 인턴십 과정은 애초에 무리이고, 둘 중에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턴십 채용 시 경쟁률이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이 1년 정도는 휴학을 해야 소화할 수 있는 과정이다. 졸업생이라면 봉사료 정도의 보수를 받으면서 소화해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도 마다하지 않고 지원을 하는 이유는 인턴십 자체를 취업이라고 생각하는 준비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일 것이고, 시간을 얼마나 소비하든 취업만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져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더구나 ‘묻지마 인턴십’지원자들도 상당하다. 인턴십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명 기업에서 주최하는 인턴십이라고 해서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인턴십은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가능성일 뿐이다. 실제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다수의 사례와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업무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대체인력으로서 경험한 인턴십이 신입채용 시 긍정적인 스펙으로 이용되리라 믿는 것도 착각일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인턴십 경험을 채용 시 가점기준으로 두는 것은 제 살 깎아 먹기나 마찬가지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 담당자는 취재과정에서 넌지시 언급을 했다. 인턴십은 기업의 홍보효과를 위한 것이고, 신입 사원이 인턴십 경험자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턴십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인턴십 지원추세에서 인턴십 공채를 통과할 정도의 지원자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흠잡을 곳이 없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인턴십에 대한 인식은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면서 선후가 뒤바뀌어 있다. 마치 인턴을 거쳤기 때문에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취업이 된 것처럼 말이다.

현재 인턴십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없다. 그저 기업의 실무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따금 기업에서 노골적으로 인턴사원을 정사원으로 채용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시하지만, 더 많은 경우는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한다. 취업에 선행한 직장 체험이라는 의미에서 인턴십은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거나, 반드시 긍정적인 스펙으로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착각이다. 전공과 상관없는 인턴십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인턴십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압박, 그리고 취업만큼이나 힘든 인턴십 공채. 바늘구멍만큼이나 뚫기 힘들다는 취업만큼이나 취업시장에 제시해야 하는 결과물들도 갖춰가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아직 다른 스펙들을 갖춰 가는데도 여념이 없는 준비생들에게 인턴십은 취업에 앞선 또 하나의 도전이다.

취업을 위해 인턴십을 해야 한다고 느꼈지만, 인턴십마저 하기 힘들어 유학을 결심했다는 한 취업준비생의 말에서 인턴십은 취업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지 못함을 느낀다. 직원과 다를 바 없는 업무, 그리고 취업만큼이나 어려운 인턴십이 취업에 필수적이라는 말. 그것은 취업을 위해 취업을 해야한다는 말과도 같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인턴십 두번째 기사입니다.



태그:#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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