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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그 지방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또는 주민의 대표자를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해나가도록 한 제도가 지방자치제이다.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시·읍·면의회의원선거(4. 25)와 시 도의회의원선거(5. 10)를 실시함으로써 시행되었다. 1956년에는 시·읍·면장선거(8. 8)까지 실시하여 기초자치단체의 민선단체장체제가 출범했으나 이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장면 내각은 1960년 시장·도지사선거(12. 29)까지 실시하여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지방자치제를 전면 중단함으로써 이후 30년간 지방자치 없는 중앙집권 시대를 보냈고, 1991년에 이르러 구·시·군의회선거(3. 26)와 시·도의회의원선거(6. 20)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1년에 부활한 지방자치제는 임명제 단체장체제가 존속하는 상황의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시행되면서(6. 27) 한국의 지방자치는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되었다.

기초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은 배제되어야 한다.

기초단체장이나 의원들은 그 지역 사람들의 정서와 생활상을 세밀히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시, 군, 구 또는 적게는 마을단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잘 아는 이삼십 년 넘게 그곳에 살아온 토박이로서 활동성 있는 사람이면 자격이 충분하고, 그런 사람이 기초단체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실태는 어떤가. 지역사정을 전혀 모르는 무자격자가 정치인들을 등에 업고 지지율 높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 하다. 당선 후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임기 동안 큰 과오 없이 적당히 보내길 원하며, 다음 공천을 위해 줄을 놓치지 않고자 윗선에 눈도장 찍기 바쁜 나날이 되지 않을까?

지역의 살림을 하는데 굳이 정당의 명함이 왜 필요한가? 정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일해야 잘한다는 허구가 어디 있을까? 오히려 공천 헌금이다 뭐다 해서 부작용만 심할 뿐이다.
일부 불순한 사상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선거에 이용하고자 그들을 길들이는 마지막 수순으로 만든 게 정당 추천제라고 본다.

지난 지방선거 때 모 정당의 구청장 후보가 거리 유세에 그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대동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유세시간의 반을 그 국회의원 치적자랑에 할애하는 충정을 보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국회의원 선거인지, 구청장 선거인지 도무지 헷갈리게 하는 현실, 우리 모두 정신 바싹 차리고 이런 잘못된 법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체장의 보수는 재정자립도에 근거해 결정되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지방자치를 시행한 지도 10여 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그 뿌리를 내려야 한다. 기초단체장은 지역주민이 투표로 결정하여 뽑은 만큼 단체장의 보수도 그 지역주민 다수 의견을 참조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져 살림살이가 말이 아닌데도 지금같이 일 잘하고 못하고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보수가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전문경영인들처럼 일을 잘하면 성과급도 주고 못 하면 삭감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소환하여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기초의원은 명예직이어야 한다. 또한, 기초의원은 무보수이어야 하며, 직능대표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정당 가입이 안 된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자기 소신껏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다. 사람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명예도 중요시 한다.

내 고장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봉사활동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갈 데 없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늙고 병들어 거동 못하는 독거노인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는 것도 좋지만, 내 고장 사람들을 위해 내 돈 들여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일일까.

의정비를 의원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애야 한다. 요즘 의정비를 턱없이 올리고도 밤잠 잘 주무시는 지자체 의원님들은 알고 계시는지.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로 쓰라는 의사봉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휘~ 휘~ 내두르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심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당신들이 나라를 위하고 자기 고장을 위해 일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 있게 자기 멋대로 인상한 연봉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노라고 국민 앞에 천명해보라.

오늘, 서구 선진국의 기틀을 마련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을 떠올리며,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도덕 불감증에 사로잡힌 채 패거리 문화를 형성하며 방향 잃고 표류하는 지자체 호의 캄캄한 앞날을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진정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은 없다는 것인가!

이제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우리 모두 근시안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밑그림을 더 크게 다시 그려야 할 때라고 본다.


태그:#지자체, #의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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