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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제도의 보완책을 마련하여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내용의 핵심은 보험상품을 부실하게 판매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은행이 직접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이다.

 

이는 2008년 4월부터 자동차 보험과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 보험의 주력상품들을 은행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계획이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우려에 대한 반발에 부딪치자 금감위와 금감원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겉으로 보기에는 보험업계와 은행업계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감위와 금감원은 두 업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금융소비자들의 이해관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사례] 펀드 '꺽기'도 모자라 보험 가입까지?

 

대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신아무개씨는 모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2억5천만원을 대출 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2주 후에 만기가 돌아온다. 신씨가 적용받고 있는 대출금리는 CD와 연동된 변동금리이며 현재 연 6.6%이다. 대출을 받는 동안 은행의 요청으로 월 20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고 있으며 거치식으로도 3개 펀드에 5천만원이 넘는 돈을 가입했다. 게다가 작년에는 연금신탁도 은행에서 좋다고 하여 가입했다. 현재 불입하는 월 200만원의 적립식펀드도 얼마 전 은행의 요청으로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며칠 전부터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대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은행이 또다시 변액유니버셜보험 가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장의 말로는 현재 적용받는 대출금리가 우대금리이고 은행 입장에서는 별로 남는 게 없기 때문에 보험을 신규로 가입해줘야 본사에서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고 연장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씨는 지금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은행이 요청한 보험가입을 하지 않으면 대출 이자를 올릴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변액유니버셜보험을 가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은행 직원의 말로는 18개월(1년 6개월)만 넣고 나면 더 이상 넣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씨는 다른 은행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4억원이 넘는 대출을 쓰고 있어 보험 가입보다 빚 상환에 주력해야 하는 실정이라 난감하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을 18개월만 유지하라고?

 

은행들의 대출을 이용한 '꺾기(대출 가입 시 은행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을 가입시키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대출을 이용하는 기업들도 은행들이 요구하는 상품 가입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꺾기를 요청할 때 가입시키는 상품들은 저금리 상품이거나 은행에 이윤을 많이 가져다 주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펀드의 대중화로 대출이용시 펀드 가입도 요청하지만 대부분 저금리 예적금 상품이 주를 이뤄왔다. 2003년 8월부터 시행된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 후에는 보험 가입 권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출시 은행의 상품 가입 권유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안해 주거나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다. 사례의 신씨는 4억원이 넘는 대출을 사용하고 있고 나이도 60세에 가깝다. 대출 상환 부담도 벅찬데 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10년 이상을 유지해야 제대로 가입 효과가 발생하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을 권유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변액유니버셜 가입 후 1년 6개월만 불입하고 그냥 유지하면 된다는 설명은 매우 위험한 불완전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만약 변액유니버셜을 1년 6개월만 불입하고 불입을 중단하게 되면 보험상품 특성상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낸 돈이 줄어들어 깡통계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시 은행이 남는 게 없다?

 

대출과 연동되는 91일물 CD금리는 10월 11일 현재 연 5.34%이다(한국은행 자료기준). 은행들은 여기에 일정 수준의 마진(가산금리)을 적용하여 대출 금리에 반영한다. 따라서 현재 신씨가 대출 시 적용 받고 있는 연 6.6%금리는 CD금리에 적절한 가산금리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이 손해 보면서 대출해주는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신씨는 약사이기 때문에 소득도 높은 편이고 신용등급도 높다. 은행에서는 신씨가 연체 없이 대출이자를 잘 내고 있으며 펀드도 여러 개 가입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량고객으로 분류해 대출시 우대금리를 지속적으로 적용시켜 주어야 한다.

 

예정대로라면 2008년 4월부터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작된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까지도 은행의 꺾기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꺾기는 금융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방카슈랑스의 확대시행에 있어서 은행이나 보험업계의 힘겨루기가 문제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들도 과거의 후진 금융의 관습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하게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막연하게 현재의 대출금리로는 은행에서 남는 게 없으니까 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금융소비자들을 몰아세우는 관행은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금융소비자들도 대출시 기준이 되는 CD금리 정도는 알고 있으며 거기에 일정한 가산금리가 적용되어 은행이 마진을 취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꺾기, #은행, #변액유니버셜보험, #펀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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