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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한 백혈병 소년의 투병일기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소년은 근 2년간 매일 쓴 일기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다. 소년이 마지막 산책을 하고 나서 쓴 일기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어.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이런 걸 느끼기만 해도 큰 행복이란 걸…."

우리는 큰 행복을 모른 채 산다. 파란 하늘 맑은 공기를 누구나 자유롭게 느끼고 마실 수 있음이 얼마나 귀한 지를. 자연이 건강해야 우리 몸도 건강해진다. 요즘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아토피나 공포의 광우병, 환경호르몬 문제나 급증하는 암도 모두 인간이 자연을 망가뜨려 돌아온 부메랑이다.

물이 더러워지면 물고기가 병들어 살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탐욕만 가득 찬 어리석은 인간들이 시장제일주의 논리로 무장해 서로 돈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스트레스로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해치고 있다. 무한경쟁은 결국 도덕과 인륜 등 인성을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광범위한 환경오염을 야기해 지구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내 건강을 지키려면 먼저 자연을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 물과 공기와 흙이 오염되지 말아야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건강해져 사람들의 몸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미크로네시아 주민들, 60-70%가 당뇨병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미국령 섬나라 미크로네시아는 성인의 80% 정도가 비만환자로 비만율이 세계 2위이고 60-70%가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통치령이 되면서 관광지로 변모되었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한 햄버거와 피자, 치킨, 도넛 등 패스트푸드점이 섬 곳곳에 생기면서 가공식품 위주의 고기류 및 당류 과다섭취로 식생활이 미국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열대기후로 원주민들은 아직도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뇨에 걸릴 경우 상처를 입어도 잘 낫질 않아 발을 절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9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정책으로 금융자본 독점과 함께 전 세계에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햄버거나 콜라 등의 패스트푸드를 세계 곳곳에 퍼뜨리고 과소비를 조장해 사람들의 건강과 인성뿐만 아니라 자연까지도 파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비만의 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미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은 원래 섬에서 자생하는 코코넛이나 빵나무 열매, 바나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살았다. 그러나 1947년 이후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으면서 버터, 설탕, 캔고기와 콜라 위주 식생활로 바뀌었고 동네마다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점이 생겼다. 원주민들이 달고 기름진 음식에 빠지자 비만환자가 늘었고 당뇨도 함께 늘면서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염을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레지스틴이란 물질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비만환자들이 쉽게 당뇨병에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내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모자라거나 많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혈액에 포도당이 쌓여 당뇨병을 일으킨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 준비, 뛰어놀 시간 없어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와 97년도의 외환위기 이후 거리마다 가장 좋은 자리엔 미국 다국적 회사가 문을 연 햄버거나 피자집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무한경쟁체제하에서 아이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아주 어린시절부터 학원에 다니느라 뛰어 놀 시간이 없다.

게다가 무분별한 컴퓨터게임의 만연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운동부족으로 비만과 소아당뇨까지 크게 늘고 있다. 성장기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당뇨와 고혈압, 심장병 등을 일으켜 평생 건강을 망치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도 나서야 한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가장 큰 문제는 가공과정에서 일어나는 영양소의 불균형과 칼로리 과잉이다. 또한 부패를 방지해 보존기간을 늘리고 맛과 외관을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해로운 방부제나 색소 등 화학물질인 식품첨가물을 첨가하는데 이 때문에 아토피나 암이 증가하고 환경호르몬 문제로 아이들의 정자수가 급감하는 등 인류를 포함한 동물의 멸종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전국 초·중·고 468곳을 표본 추출한 뒤 학생 11만2191명의 신체 발달 상황 및 3만7401명의 건강 검진 결과 국내 초·중·고등학생 전체 비만율은 11.6%로 저학년보다 고학년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비만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초·중·고생 2006년 신체 발달 상황 및 건강 검진 결과'에 따르면 비만율은 초등생 11.2%, 중학생 11.2%, 고교생 12.8% 등으로 평균 11.6%를 기록, 10명중 1명 이상이 비만으로 나타났다. 남학생 비만율은 초등생 13.0%, 중학생 13.6%, 고교생 15.0%로, 여학생 비만율 초등생 9.3%, 중학생 8.7%, 고교생 10.5%에 비해 더 높았다.

비만 정도는 경도 비만이 6.4%, 중등도 비만 4.3%, 고도 비만 0.8% 등이며 특히 고도 비만은 2004년 0.7%, 2005년 0.7%에 비해 매년 높아지고 있다.  비만 학생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혈당상승 1.8%, 총콜레스테롤 상승 1.6%, 간기능 검사 이상 12.9%로 나왔다. 학생 1인당 검진항목 이상 소견 수는 1.22개로 학생 1명이 적어도 1개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은 평생 재산이다. 식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모아서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줄 '식생활 십계명'을 만들어 보았다. 이 식생활 십계명을 식탁 앞에 붙여놓고 식구들이 밥 먹기 전에 한 번씩 읽고 실천해 보자. 물론 학교에서도 구내식당에서 식전에 아이들이 단체로 읽고 먹도록 교육시켜보자. '식생활 십계명'은 우리 아이들을 비만이나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을 비롯한 많은 병에서 구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켜줄 것이다. 음식과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나쁜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도 곧 병든다.
  
<식생활 십계명>
하나, 감사하며 먹는다.
둘, 골고루 통째로 먹는다.
셋, 싱겁게 먹는다.
넷,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다섯, 적게 먹고 남기지 않는다.
여섯, 채식을 늘린다.
일곱,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여덟, 우리 발효식품(김치, 된장, 간장 등)을 애용한다.
아홉, 화학조미료를 안 쓴다.
열,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을 피한다.
 

작년에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지는 세계5대 건강식품에 김치와 콩발효 식품을 포함시켜 우리의 전통음식이 세계 최고의 우수한 건강식품임을 입증했다. 식품 우리나라 전통식단은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보다도 건강한 식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소금(권장량의 125%) 비타민C(148%)의 섭취는 너무 많고 칼슘(41%) 섬유질(75%) 철분(76%) 등은 크게 부족하다.

데우거나 태운 음식과 알코올 섭취도 과도하며, 아침밥을 굶거나 외식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이에 따라 한식을 중심 식단으로 하되 현미, 잡곡밥, 과일, 물 등을 더 많이 섭취하면서 외식을 줄여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나는 우리 발효음식을 권장하고 패스트푸드 등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 '김치된장청국장(www.singreen.com에서 청취)'이란 노래를 만들어 방송을 하거나 전국을 다니며 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왔다. 기쁨을 주는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기억을 연장시켜 최고의 교육효과를 준다.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도 부를 수 있도록 전국에 퍼뜨리자.                                                                                             
첨부파일
김치된장축소.bmp

덧붙이는 글 | 이기영 기자는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이자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식생활십계명, #건강식품, #패스트푸드, #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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