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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이 9월 28일 배럴당 81.66달러로 마감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서 100달러까지 간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유가 강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가 공급을 앞서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소비 순위에서 2위인 중국과 6위인 인도의 원유소비량은 물론 중동국가들의 원유소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원유의 기준가격은 미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 달러화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달러화가 약세라는 의미는 미 달러로 원유를 수출하는 산유국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원유를 팔더라도 다른 통화로 환전할 때 손해를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미 달러화로 표시되는 유가가 가격만 보면 많이 오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유로화나 기타 통화가 강세가 되는 바람에 산유국들이 체감하는 수입(또는 다른 국가의 통화로 환전했을 경우의 구매력)은 유가 상승분 만큼 증가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가 올라도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도 한다. 국내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원화가 미 달러에 대해 강세를 유지한 덕분에 유가 상승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한 것과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세계 증시의 원군이 된 오일머니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는 것이 국내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부담만 줄까? 국내 휘발유가와 경유가격도 최근 들어 다시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어 국민들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득과 실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에 불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국내 증시는 물론 전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세계 경제는 물론 각국의 증시에도 오랜기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증시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

 

국내 주가만 보더라도 8월 17일 1638.07로 바닥을 친 후에 차차 안정을 찾아 지난주 금요일인 9월 28일엔 1946.48로 마감하였다.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였던 7월 26일 2015.48과 비교해서 하락율이 불과 3.5%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증시는 물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근원지였던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는 이유는 지난 9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4.75%(0.5%p 인하)로 인하하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도 주효했지만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오일달러가 미 증시에서 주요 매수세로 등장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중동산유국들이 최근 5년간 원유수출로 번 1조 5000억 달러를 바탕으로 주요 중동국가들이 운용하는 국부펀드(국가별로 적정수준 이상의 보유외환을 투자용으로 모아놓은 자금)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는 규모가 87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중동 국부펀드들이 지금껏 세계 증시의 큰 손이었던 헤지펀드를 대신해 최근 미국증시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증시에 버팀목으로 등장했다.

 

고유가가 내 펀드 가격을 올려준다면?

 

아울러 중동국가들이 벌어들인 돈을 많이 쓰고 투자할 경우 세계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건설업종을 비롯해 중동 특수의 수혜를 직간접으로 받고 있다. 또한 석유에 대한 수요(소비)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세계경제가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사 미국 경제가 침체된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건실한 경제성장은 국내경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 덕분에 국내 철강산업 등이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우리의 가장 큰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미국의 수요감소로 가격이 하락하여 고전을 한다고 해도 조선과 철강업의 호황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결과적으로 한쪽의 침체가 모든 면에서의 침체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고유가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한국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에 또 다른 면으로 기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면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턴가 주유소에 들러 휘발유나 경유를 넣을 때마다 비싼 가격에 눈살이 찌푸려지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이 투자한 펀드나 주식이 오일머니 덕분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면 한편으로는 고유가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겨나지 않을까?


태그:#고유가, #생활경제, #오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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