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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쩍 DMZ(비무장지대) 관련 이용 계획이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DMZ는 미지의 땅, 금단의 땅으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아름다운 통일로 가는 길, DMZ-개발이냐 평화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상하자"를 주제로총 4회에 걸쳐 DMZ 기획을 연재합니다. 1편은 총론격으로 DMZ의 현황과 문제점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썼습니다. 앞으로 ▲ 넘쳐 나는 DMZ 개발 계획① 대선 주자들의 개발 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 ▲넘쳐나는 DMZ 개발 계획 ② 지자체의 DMZ 개발 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DMZ는 무엇인가? 가 이어집니다. 최근 DMZ 논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54년간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남대천은 자연하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대천 주변의 평원에는 자연천이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한 습지가 보인다. 비무장지대 남대천 동쪽으로 옛 김화의 금강산선 노반이 그대로 남아있다
 54년간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남대천은 자연하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대천 주변의 평원에는 자연천이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한 습지가 보인다. 비무장지대 남대천 동쪽으로 옛 김화의 금강산선 노반이 그대로 남아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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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선과 남북정상회담. 우리는 머잖아 이 두 사건의 공통 주제어로 하나를 더 보태게 될 것 같다.

지난달 15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강 하구 모래 개발 등과 더불어 'DMZ 평화생태공원화 사업'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채택하도록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지자체장의 단순한 요청 수준이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로써 주요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서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한 DMZ(비무장지대)가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대선·정상회담 앞두고 공약 봇물, 그러나 아직 낯선 땅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공약부터 범여권의 정동영·이해찬 후보를 비롯, 지금은 경선에 탈락했지만 민주노동당 노회찬 후보의 공약에 이르기까지 이념을 초월하여 DMZ 이용 계획을 발표해 놓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봇물이 터졌다.

이에 더해 이미 오랜 기간 집요하리만치 DMZ에 관해 논의해 왔던 지자체들이 있다. 접경지역을 행정 구역 내에 포함하고 있는 강원도·경기도 같은 도 단위는 물론 철원군·고성군·파주시와 같은 시·군 단위 등에서 DMZ포럼, 마라톤대회 등을 개최하고 DMZ 일원 평화생태공원 조성, DMZ 일원 친환경적인 관광자원화 계획도 쏟아내고 있다.

대선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DMZ가 정치계의 신선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에 대한 이야기를 낯설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약과 개발계획을 내놓는 이들과 주변 전문가들이 DMZ를 잘 알고 이용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DMZ 일원 조사 사업을 이끌어 왔던 김귀곤 서울대 교수조차 "DMZ를 잘 모른다"고 한다. 아직 DMZ는 유엔사가 관할하고 있는 금단의 땅일 뿐이다.

뭔가 특별한 기운이 감도는 땅, 남북분단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써 대부분 시민들은 DMZ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겠지만 그 기대는 막연할 수밖에 없다. 실제적인 탐사 경험과 자료가 없는 지금,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이용 계획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DMZ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논의돼야 하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살펴볼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DMZ는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248㎞(155마일)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각 2㎞씩 뒤로 물러난 비무장 전투지역을 말한다. 그 면적이 9만8400㏊에 달하는데 한국 측 군사분계선 옆, 민간인 통제구역(CCA)인 좁은 완충지역을 포함하면 DMZ 관리 지대는 더욱 넓다.

DMZ가 남북 분열의 역사가 낳은 비극의 상징인 반면, 그 때문에 세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자연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세계 자연 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뛰어난 생태 환경과 독특한 문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일찍이 국내외 전문가, 시민사회 대표, 지자체 단위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자는 운동이 광범위하게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DMZ 관리는 "비무장지대와 한강 하구에 관한 각 규정의 집행을 감독하는 일"의 역할을 부여받은 군사정전위원회 소관이다. 유엔사 관할 아래 관리되고 있는 휴전협정의 핵심적인 관리 지대인 것이다. 최근 평화활동가 이시우씨가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데에는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주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지의 땅, 성역으로 DMZ는 굳건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DMZ를 매개로 주요 대선 주자들과 지자체장이 과감한 비전을 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DMZ의 개발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모색을 한다는 것은 이제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징조인 것일까.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 2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대선주자들.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 2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대선주자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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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개발 앞서 DMZ 연구부터

평화는 결국 소통과 교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항로가 아닌 육로를 이용, 평양으로 가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평화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평화의 길을 내기 위해 남북교류는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으나, 섣부르게 도로를 내고 철도를 까는 것으로 단순 치환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논의가 해묵은 개발이냐 보존이냐 식의 논점으로 남북 평화 시대에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평화의 상징으로 남아야 할 DMZ의 가치를 제대로 밝혀내기도 전에 수많은 개발 계획과 복잡한 정치공학의 함수 속에서 왜곡, 활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아가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구상하고 전망하는 시금석으로 DMZ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난 7월 녹색연합은 '개성공업지구 공장구역 1단계 조성사업 환경보호계획'(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 작성)과 '개성공단 폐수처리시설 기본 및 실시설계보고서'(한국토지공사 작성)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놨다. 현재 개성공단에 설치된 폐수종말처리시설로는 개성공단에서 배출될 난분해성 물질과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을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방류기준으로 제시된 BOD기준도 현재 사천강의 수질보다 최소 30배 높게 제시하여, 생태계의 보고인 DMZ 서부지역의 습지와 사천강·임진강, 그리고 남한에서 유일하게 자연 그대로 보존된 한강하구지역의 오염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의선·동해선은 또 어떤가. 50여년 끊겨 있던 녹슨 철로가 이어져 평화와 소통을 앞당기게 되었지만 DMZ의 불가피한 훼손을 초래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환경생태공동조사단(단장 김귀곤 서울대 교수)은 민간인 통제구역과 DMZ를 관통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 일대에 족제비싸리와 호밀풀·큰김의털·오리새·쓰레기풀 같은 외래 식물들이 대거 침투, 급속히 서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5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 지역에 3년 동안의 공사로 외래종 식물이 전파되면서부터다

수많은 평화적 이용 계획의 발표가 무색하리만치 이제 걸음마도 떼지 않은 DMZ 관리 성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동해선 민통선 내에 건설 중인 '출입국관리소' 공사를 위해 필요한 토석 공급을 민통선 내 산림을 훼손해서 해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은 DMZ 이용과 관련, 좀 더 긴 호흡으로 체계적인 조사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갈 때다.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탄생한 새만금의 교훈을 분명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통일 이후 접경지역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독일의 교훈도 되새기며 DMZ의 체계적인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DMZ, #비무장지대, #대선, #남북정상회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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