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벌집과 나란히 줄지어 활짝 핀 해바라기
ⓒ 조도춘
주말(21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장맛비도 점심 때가 되자 그쳤다.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하는 기분이 좋다. 비어 젖었는지, 땀에 젖었는지 구분이 안 된다. 끈적끈적한 땀의 배출과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많이 마셨는지 기분이 상쾌하다.

▲ 하수호씨가 여왕벌의 짝짓기가 잘되었나를 살피고 있다.
ⓒ 조도춘
가야산 기슭을 돌아 내려오자 노란 해바라기 꽃이 유난히 눈에 띈다. 둥근 해바라기 꽃은 웃는 얼굴같아 볼수록 기분이 좋다. 해바라기 꽃 아래에서 꿀벌을 키우는 하수호(60)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여왕벌의 교미를 확인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몰랐다. 조금 늦기는 하였지만 처녀 여왕벌이 짝지기를 마치고 무리 번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벌통을 돌며 여왕벌이 벌집에 알을 낳았는지 꼼꼼히 기록을 하는 중이다.

▲ 여왕벌이 태어난 '왕대'
ⓒ 조도춘
여왕벌이 태어난 곳을 '왕대', '왕집'이라 부른다. 일주일 전에 붙여 놓았던 왕대에서 여왕벌이 나왔다. 처녀 여왕벌은 짝짓기를 하여 알을 놓고 그 알들이 부하하여 애벌레에서 번데기 그리고 성충을 거쳐서 꿀을 모으는 일벌과 짝짓기로 그 임무를 다하는 수벌로 태어난단다.

꿀만 모으는 일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일벌도 로얄제리 같은 높은 자양물질을 먹이면 여왕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 여왕벌
ⓒ 조도춘
여왕벌의 짝짓기는 신중하다고 한다. 매일 먹기만 하고 일을 하지 않았던 수벌에게도 중요한 일을 해야할 때가 있단다. 처녀여왕벌과 짝짓기다. 처녀여왕벌을 시중하는 시위벌과 수벌은 공중 높이 날아오른다고 한단다. 처녀여왕을 따라 오른 많은 수벌 중에 여왕벌을 따라 가장 높이 날아오르는 한 마리와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종족 세력번창을 위하여 여왕벌은 가장 건강한 수벌과 짝짓기를 한단다. 그러고는 신기하게도 자기가 나갔던 그 벌통을 찾아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가끔은 다른 벌통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벌들 간의 세력다툼 전쟁이 벌어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짝짓기를 마친 여왕벌은 2~3일이 지나면 하루에 2,000~3,0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교미는 일생에 단 한번. 교미를 끝낸 여왕벌은 분봉 이외에 외출하는 일이 없으며 자기 세력을 유지할 만큼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리고 세력유지에 힘쓴 여왕벌은 보통 3~4년이면 생을 마감한다. 오래 사는 여왕벌은 8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 양봉꿀벌의 꿀모으기
ⓒ 조도춘
부지런하고 검소한 벌들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분업하며 규율이 철저히 정해져 있는 대표적인 사회성 곤충이라고 한다. "사람처럼 지나친 욕심 때문에 방만한 기업으로 부도가 나는 사태가 벌의 무리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달콤한 꿀은 피로회복, 특히 숙취해소에 탁월하다 하여 우리 조상들은 상비 약품처럼 보관하여 먹었다. 양봉 꿀벌은 삼국시대부터 보급되었다고 한다. 약 2000년 전 고구려 태조 때 중국에서 꿀벌을 갖고 와서 기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역사도 깊다.

할아버지는 20년 전부터 취미로 벌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그 취미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날아다니는 벌키우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보고 연구를 하기도 하고 벌을 키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조금씩 배운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밤꽃이 필 때 그리고 아카시아 꽃이 필 때 두 차례 꿀을 채취한다고 한다. 꽃을 따라 이동을 하면 더 많은 꿀을 채취할 수가 있지만 한해 두 번 꿀을 채취한단다. 벌을 키우려면 남다른 애정이 필요하단다.

먼저는 부지런해야 하고 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그 첫째란다.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좋아하였던 게 지금 부지런한 벌들과 하루를 생활을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한다. 벌들과 함께 시작되는 바쁜 하루는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됐습니다.


태그:#여왕벌, #교미, #수벌, #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