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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다보니 어릴 적 시골에서 살 때보다 모기의 습격은 덜 받고 있지만 그 옛날 일곱 식구가 간신히 누울 수 있었던 작은방 한 편에 네모난 모기장을 펴고 대식구가 다닥다닥 붙어 가족 간의 애정을 쌓아가며 새우잠을 청했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지붕 위의 쿵쿵거리는 들쥐들의 소음은 우리의 어린 가슴을 움츠리게 했고, 방 안에선 서로 부대끼며 앵앵거리는 모기를 쫓느라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설잠을 자야 했습니다. 구멍 난 모기장을 꼼꼼히 꿰매도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모기들의 습격은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비록 여기저기 구멍 난 모기장이었지만 우리 가족을 수많은 모기와 벌레로부터 보호해 준 기특한 모기장이었기에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우리집 숨은 보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가지각색인 모기장과 모기약이 많지만 그 시절 모기약이라곤 단 한 종류, 시커먼 병에 긴 빨대를 꽂아 입으로 불면 칙 하고 나오는 냄새 고약한 모기약과 집집마다 한 개씩은 다 가지고 있었던 똑같은 모양의 네모난 모기장이었습니다.

엄마께선 냄새 고약한 모기약을 행여 자식들 모기 물릴까 구석구석 입으로 뿜어댔지만 별 효과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 다시는 볼 수 없지만 그 모기약이 그리운 건 그 시절 추억이 더 그리운 때문이겠지요?

모기와 동침하며 선잠을 자고 일어나면 서로 뒤엉켜 그야말로 흥부네 가족을 연상케 했습니다. 무척이나 빈곤한 시절이었지만 내겐 기댈 수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듬직한 언니, 재잘거리는 동생들이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외롭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두 개의 산고개을 힘겹게 넘어야 갈 수 있었던 학교였지만 푸른 자연과 함께였기에 어린 시절 내 눈으로 보았던 풍경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동네 아이들과 저는 무슨 모험이라도 하자는 듯 위험했지만 매일 지름길을 향해갔습니다. 가다 보면 보이는 게 모두 먹을거리여서 뽕나무에 열린 오디를 따먹고 시꺼메진 혓바닥을 서로 낼름낼름거리며 깔깔거렸습니다.

또 지천에 깔린 산딸기를 따다가 가시에 찔려 엉엉 울기도 하고 연한 찔레 줄기를 끊어서 자근자근 씹어 먹기도 했습니다. 지금 먹으라 하면 아마도 먹을 수 없을듯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먹기만 하다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혼쭐이 나던 생각도 납니다.

또 비가 많이 와 개울 물이 불어나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갔고 수많은 세월에 다듬어진 바위 미끄럼틀은 우리에게 엄청난 스릴과 웃음을 주었습니다. 실컷 놀다가 피곤해지면 경사진 넓은 바위에 나란히 누워 따사로운 햇볕을 벗 삼아 낮잠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 시절 그 곳은 마땅히 놀이시설이 없던 시골아이들에게 더없는 피서지고 꿈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농사일에 바쁘신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저와 언니는 항상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밀린 빨래도 해야 했고 언니와 함께 우물가에 가서 물동이를 지고 물도 날라야 했습니다. 저는 매일 같이 물을 지어 날라야 하는 고통 때문에 집에 수돗물 나오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빨래도 항상 개울가에 가서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빨래를 하는 언니와 나를 괴롭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모기였습니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 비누칠도 해보고 모래도 발라 보았지만 모기 때의 습격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온 몸을 때려가며 간신히 빨래를 마치고 일어나 보면 두 다리는 올록볼록 앰보싱 화장지가 되어 있었지요. 그 당시 특별한 모기약이 없던 때라 침을 바르면 낫는다는 속설에 우리는 모기에 물리면 바로 침을 발라댔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가렵지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침의 효과보다는 믿음의 효과가 더 컸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많은 모기에 물렸음에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깨끗하게 가라앉는 걸 보면 시골모기는 그다지 독성이 없었나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요. 불편하기만 했던 시골생활이었지만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 무공해 음식을 먹고 자라 그런지 어린시절 특별히 아프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저는 다가오는 여름이 무섭습니다. 모기에 물려 상처투성이 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모든 부모가 그렇듯 무척 괴롭습니다. 매일 밤 모기향과 뿌리는 모기약을 써보지만 갈수록 모기들의 면역이 좋아지는 걸까요. 잘 죽지도 않습니다.

보름이 지나도록 계속되던 상처는 자꾸 긁어 2차 감염이 되고 결국 고름까지 나와야 차츰차츰 나아지는 기미를 보입니다. 영유아들을 위한 붙이는 모기약과 바르는 모기약을 죄다 사서 써보았지만 저는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올 여름 저는 또다시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김없이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여름 불청객 '모기'를 말하다> 응모글


태그:#여름, #모기, #모기약, #무공해,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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