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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아우성
아우 장터의 아우성
4월 칼바람이 일으킨 아우성
빛고을, 금남로를 물들인 아우성
그 모든 아우성의 아우성이었던 날

그날의 함성
최루탄의 얼룩진 그날의 눈물투성이로
서울시민이 다 시위대였던 날
전국이 다 민주를 지키기 위해 인간사슬로 이어졌던 날
그 어떤 총칼도 어찌할 수 없었던 날

다시 분노의 함성
민주주의 열정
하나 된 마음, 통일된 조국의 한 마음
모두가 승전가를 부르며
일거에 독재와 억압의 거리를 무너뜨린 날

부릅뜬 눈동자 속에 최루탄 눈물범벅되어도
우리들 얼굴과 표정을 되찾고
모든 이가 이 땅의 주인 됨을
우리가 역사로 살아 꿈틀거리며 있음을 보여 준 날

명동, 서울역, 종로, 광화문, 퇴계로에서
광주, 대전, 부산, 전주, 대구에서
전국 방방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우리들 상처와 아픔을 도려내며 잘라 내며
생명의 출구가 되어
희망의 노래가 되어
감격과 해방과 환희의 바다로 춤추던 날

모르는 이, 너 나 없이 얼싸 안으며
통일이나 된 듯 기쁨을 맛본 날
민주장정의 횃불을 들고일어나,
순결한 겨레의 민주혼을 빛내며, 21세기 조국을 새로 연 날

6.10 항쟁
온 나라 방방 곳곳에 터지는
지랄탄, 최루탄, 가스탄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들 꿈과 희망을,
자유와 민주를 스스로 지키며,
숨겨 둔 민족의 얼과 긍지와 자부를 드높여
전 세계 인민의 박수를 받으며 국민 모두가 승리한 바로 그날
1993. 6. 10

1987년 6월
대학생, 회사원, 노동자 모두가 거리시위에 단골이었다.
당시 교사였던 나까지 그랬다.
지금은 안 나가지만 내가 다니던 교회에는
민주인사들이 왕래가 많았고 몸을 피하기도 했다.

거리마다 시위축제마당이었다.
그 날의 추억을 더듬어 쓴 시
그 날의 감격을 되새기게 하는 시를 6년 후에 쓴 것이다
거리시위에서 막다른 골목까지 밀려나 당황했던 일
겁 많은 내가 시위에 끼어들었던 것도
아스라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시청앞 광장의 가득 메우는 시위의 최고 정점에서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는 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나는 그 날이 수요일이라 학교에 있었고
시위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교실은 온통 최루탄 냄새로 뒤범벅이었다.

덧붙이는 글 | '나의 6월 이야기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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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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