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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규씨 블로그내 교수법 동영상 캡쳐
ⓒ 최지규
인터넷 사이트 ㈜나우콤이 운영하는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www.afreeca.com)에서 한 외국인학교 교사가 '한국 토종영어로 미국학교 교사되기'(http://afreeca.pdbox.co.kr/gkyuya)란 영어 공개방송을 진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수원에 있는 외국인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 교사로 재직중인 최지규씨가 진행하는 이 방송은 한 달 만에 1300여명이 즐겨찾기로 등록했고, 100여명의 고정시청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렇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최지규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본인을 '영어장애 치료사"라고 칭해 달라는 최지규씨는 "Stress Buster"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구성해 병원에서 환자 위문 공연 했던 이야기, 1997년 초등학교에 선택적 영어수업이 시작되면서 영어 교사들에게 교수법을 알려 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3년간 사회교육원에서 강의 봉사를 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씨는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지만 영어 컨트리송을 너무 좋아해 해석을 하고 싶어 영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고. 영어를 혼자 공부하면서 한국식 영어 발음을 극복하고자 많은 양의 음성학 관련 서적, 논문 등을 공부해 본인만의 방법을 만들어 체계화 하였고 외국학교 교사가 된 것도 매우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1988년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서 한국 사람을 뽑는 구인 소식을 주변 사람을 통해서 들었지만 조경학과를 졸업하여 자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는 직접 교장에게 전화를 하여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였다고 한다.

최씨는 1차 시험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합격자 9명안에 포함 될 수 있었다. 시험이 진행 되는 중 외국인 교장이 최씨를 지목하며 외국 생활을 했었냐고 묻기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종 1명을 뽑는 실제 강의 테스트에 통과해 지금까지 19년간 학교 내 유일한 한국인으로 근무 중이다.

최씨는 '학교 수업과 공개 방송 하시는 것 힘들지 않는가'란 질문에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국인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퇴근 후, 타 학교 강의를 하고 인터넷 공개 방송 준비를 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낸다고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업무를 마친 뒤 저녁 8시30분에 하는 공개방송이 힘들 법도 하지만, 최씨는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강의 듣는 분들의 얼굴은 본적 없지만 내 강의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 자기가 원하는 나라에서 유학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즐겁습니다."

최씨가 운영하는 게시판엔 지금까지 공부한 문장들이 정리되어 있다고 했다.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하자면 구구단을 외울 때 했던 방법처럼 질문 받은 즉시 영어로 답할 수 있는 세뇌적인 방법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즉, 자연스럽게 영어가 거침없이 나올 수 있도록 실생활에 쓰이는 문장을 배우면서 문법까지 자연스럽게 체득될 수 있게 말이다. 최씨도 이 방법 그대로 공부했고, 현재 외국인 학교 교사가 되었다고 했다.

▲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 소재성
그는 꾸준히 따라온 학생들의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강의를 외국인 교사가 본 후, 매우 고난이도의 내용으로 방송을 한다고 했을 정도로 분량이 많고, 쉽지 않은 표현들을 가르치지만, 그것을 꾸준히 따라 온 학생들이 만족해하고 실력이 늘었다고 말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결국 상업적인 방송아니냐"라는 비판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인정한다. 우리나라 영어 시장은 매우 크다. 하지만 나는 정규 직업이 있어서 돈을 벌고 있고, 그것에 만족한다. 가난하거나 직장 없는 사람들, 영어 공부 하고 싶지만 배우기 어려운 사람들이 내 공개 방송을 통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자체로 그냥 좋다. 나는 학교에서 수업만 해왔기 때문에 상업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다."

실제로 방송을 본 나도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최씨의 발언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 수강료를 받는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수업을 잘 따라온 사람에게는 장학금 및 여러 가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현재의 수업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또 방송사에서 교육 관련 유료 컨텐츠를 제작하자는 연락이 왔었지만, 그것에 응하게 되면 학교생활도 지장이 생기고, 아프리카 공개 방송을 빠져야 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한다.

"내 철학은 자신의 재능으로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에 자질이 있다면 음악으로 돕고, 영어를 잘한다면 영어로써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 내가 외국인 학교에서 19년을 가르치면서 쌓아 온 경험들을 살려 폐교되려는 학교로 가서 직접 국제적인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 나는 외지에서 혜택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서 자신감을 주고 싶다."

외국에 여행차 몇 주 정도 가본 것 외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는 그가 외국인 학교 교사가 되었다는 것은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또 그의 영어 공부 방법을 무료로 알려주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없는 귀감이 되는 일이다. 이미 8권의 영어 관련 책을 펴낸 부분도 그의 공부방법에 신뢰를 주는 대목이다.

반면, 공부하는 분들에게 방송상으로 충고어린 말도 하였다.

"무료이기 때문에 수업을 긴장하고 중요하게 듣지 않아 효과가 적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분들은 스스로 이 점을 염두에 나태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 기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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