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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강한 황사바람도 몇 차례 지났다. 분홍빛 숙녀처럼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던 벚꽃이 진 것에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그것. 유채꽃이 우릴 찾아 온 지금이 바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적절기다.

아직도 유채꽃을 보러 제주도 행을 결정하는 여러분에게 필자는 신라천년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 경상북도 경주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4월 중순. 많은 가족이나 연인이, 혹은 친구들과 함께 봄을 느끼기 위한 여행 준비로 급급할 것이다.

주 5일제 도입과 함께 여가시간을 즐기는 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그에 따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이나 바쁜 일상에 어울리는 당일 여행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굳이 큰 맘 먹지 않더라도 가볍게 여행할 수 있는 곳.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굿, 장기간 여행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경주다.

옛 신라의 도읍지로 유명한 경주는 최근 유채꽃을 보러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미 전국의 사진작가나 사진에 관심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지금부터 5월 초까지를 유채꽃 촬영시기로 관행화 하고 있다.

유채꽃 구경만이 경주를 찾는 이유는 아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동해 고속도로를 타고 쭉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곳. 얼마 전까진 벚꽃이 만발하는 거리를 형성해 많은 이들의 발이 닳도록 했던 경주는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보문단지 주변은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스런 산책로의 느낌이 물신 풍긴다. 간 김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전거를 타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아닐까. 또한 보문단지 내에 있는 호수에서 페달 오리배나 백조 유람선을 탑승하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될 것이다.

신라 천년의 명맥을 잇는 곳으로서 관광산업이 발달한 경주는 관광코스가 잘 짜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곳에서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다. 지난 4월 14일부터 19일까지는 황성공원에서 '경주 술과 떡잔치' 행사가 진행됐다. 다양한 전통 떡과 전통 술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주 시내는 옛 도시가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평소 이방인을 많이 접해본 솜씨로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시민들의 후덕한 인심. 곳곳에 있는 왕릉. 각종 문화유적지 등이 옛것을 잘 지키려하는 지역민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불교적 문화지인 불국사, 경주박물관, 황룡사지 석탑, 안압지 등이나 유교적 명맥이 유지되는 옥산서림이나 양동민속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역사공부의 기회가 될 듯하다. 더군다나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들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

현대적인 공간을 느끼고 싶다면 경주 엑스포를 방문해 세계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추천한다. 경주에 들어서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말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든 찾아올 수 있는 지역이기에 교통편도 편리하다. 광활하게 연결된 철도노선을 타고 찾아도 좋을 것이고, 경부선을 비롯해 고속도로를 타고 방문해도 알차게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주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면, 운치 있게 통근 열차에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기차 안에서, 담백한 찰보리빵이나 달싹한 황남빵을 입에 물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 얼마나 멋진가. 보문단지에서 구수하고 시원한 순두부찌개를 맛보는 것도 빡빡한 스케줄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이여. 저렴하고 알찬 여행을 하면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묘책일 것이다. 한 곳에서 과거와 현재, 수려한 자연과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경주에서 올해의 봄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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