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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를 끌어온 한미FTA 협상이 결국 타결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미FTA 협상 타결내용을 각 분야별, 쟁점별로 진단할 예정입니다. 다섯번째 진단대상은 '농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주>
▲ 노무현 대통령도 자주 간다는 서울의 한 삼계탕집에서 직원이 바쁘게 삼계탕을 나르고 있다.
ⓒ 정민규

삼계탕을 찾았다. 식당이 아니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표에서.

일찍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에서 삼계탕을 미국에 수출할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삼계탕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식품시장이다. 미국이 2002년에 수입한 농산물이 400억달러가 넘는다. 하도 많이 농산물과 식품을 수입하다보니, 농산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액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뉴질랜드와 태국에게도 밀릴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광대한 미국 시장을, 한미FTA 협상에서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미국에 삼계탕 수출하겠다더니...

▲ 한미 FTA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미국 측이 쌀을 협상 대상으로 거론한 데 대해 화가 난 농민들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앞에서 나락을 뿌리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매우 놀랍게도 미국측의 농산물식품시장 개방 내용은 외교통상부의 '한미FTA 분야별 최종 협상결과'에도, 농림부의 국회 보고서에도 전혀 없다. 아예 통째로 빠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한국정부가 협상 결과를 숨기기 위해 통째로 발표에서 뺄 정도로 나쁜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경 무슨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추측하건대, 미국은 협상장의 셔터가 닫히는 순간에 미국 측 농업 개방안을 휙 던져 주곤, 셔터를 내려버렸다. 그리고 협상 타결 선언을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한국을 재촉했다. 아마 지금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던져준 최종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발표에서 통째로 빠진 것이라고 정부를 믿고 싶다.

정부에게 협상 타결 선언에 얽매이지 말고, 미국의 최종안에 대해 협상을 계속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미국에선, 30개가 넘는 산업 분야별 위원회의 700명이 넘는 산업계 대표들에게 협정문이 제공되어, 이들이 5월 2일까지 협정문을 검증하고, 그 수정을 요구하는 미국 통상법 절차가 가동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이 검증 수정 기간에 미국의 농산물 식품 시장 개방 최종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협상법 본받아서, 우리도 개방 압박해야

▲ 현재 한국 축산물은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인천 영종도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에서 열린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설명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국측 농업시장 개방 협상은 종료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를 위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서 도축되는 축산물에 대해 위생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으로 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해외 도축장(Eligible Foreign Establishments)을 지정하는데, 여기에 한국의 도축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은 축산물을 미국에 수출할 수가 없다.

더욱이 미국은 멸균 처리된 삼계탕에 대해서도 닭에서 발생한 뉴캐슬 병원체를 이유로 미국에로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현종 본부장의 '삼계탕' 발언은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 발생국인 미국이 한미FTA를 기회로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여 광우병 미발생국인 한국의 쇠고기 위생 검역 조치를 압박하고 변경을 사실상 관철하였는지 직접 목격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마찬가지로 한국산 축산물에 대한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은 외국산 쇠고기에 대해 26.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2002년을 기준으로 약 69만t의 쇠고기를 4.5%라고 하는 저율관세할당량(TRQ)으로 호주·뉴질랜드·일본 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어떠한 방법으로 한국의 쇠고기 관세율 40%를 15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는지를 협상장에서 잘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도 미국이 한국산 쇠고기에 매기는 26.4%의 관세율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미국의 고율 관세들, 이를테면 버터 80%, 무지방 분유와 전지분유 약 53%, 돼지고기 17.4%, 가공식품 11.4%, 일부 야채 6.8%의 관세도 마찬가지로 철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은 한국의 농산물과 식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농산물 테러 방지법(Bioterrorism Act)을 이유로 공장 등록제, 미국 대리인 지정제, 사전 신고제 등의 여러 무역 장벽을 쳐 놓고 있다.

한국은 한미FTA에서 미국이 어떠한 방법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는 광우병 위생검역기준을 무너뜨렸는지 잘 배웠을 것이다. 그러니 미국의 농산물 테러 방지법과 같은 장벽을 철폐할 것으로 기대한다.

졸속타결에 갇힌 미국측 농업개방 협상

▲ 세계 최대의 농산물식품시장인 미국 농업 개방 문제는 논의 이슈에서 빠져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 과일가게 뒤로 장대비를 맞으며 한미FTA 반대 가두행진을 벌이는 농민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혹자는 물을 지 모른다. 한국산이 미국의 농산물식품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이런 분에게 일본 농림성의 2006년 백서를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일본 소비자들의 50%가 자신의 식품 선택은 건강과 식품안전 지향이라고 밝힌 반면, 가격 경제성 지향은 25%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날 농산물과 식품 소비자는 결코 싼 가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식품은 하나의 문화이며, 습관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농산물식품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우선 허용되어야 한다.

필자는 미국이 협상 시한에 맞추어 한국에게 최종 개방안을 던지고 곧바로 타결선언 기자회견장으로 간 것은 미국의 민감 농산물 분야와 위생검역조치를 지키려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호주와의 FTA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협상 대상 농산물의 19%인 342개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켰다.(수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의 연구에서 인용함.)

지금 미국 측 농업개방 협상은 협상 타결 선언의 덫에 갇혀 있다. 무리하게 타결 선언을 했다고 비판하지 않을 테니, 이제라도 미국측 최종안에 대한 협상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농산물식품시장을 열어주기 바란다.

김현종 본부장에게 애초 약속한 대로 삼계탕을 미국에 수출할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 대통령도 농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하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한미FTA, #농산물,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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