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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일 오후 4시 10분께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 리젠시룸. 그들의 표정엔 담담함이 베어 있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무대 중앙에 나란히 섰다.

100여명에 달하는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간단한 악수 때도 별다른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수십 대의 플래시가 터지고, 이들의 악수 장면은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김 본부장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협상장에 들어오면서 다소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었다. 14개월에 걸친 협상을 두고, 그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20여분에 걸쳐 한미FTA의 협상 과정과 주요 쟁점에 대해 일일이 수치를 대가며 설명했다. 자동차를 시작으로 쇠고기·농업·섬유·개성공단·무역구제·서비스·금융·투자·의약품·노동·환경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 걸친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20여분에 걸친 김현종의 설명과 5분만에 끝낸 바티아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을 통해 "우리는 99% 이상, 미국은 100% 상품 관세를 없애게 됐다"면서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는 미국에서 3000㏄ 이하 차와 부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000cc 이상은 3년 내, 픽업트럭(25%)은 10년 내 철폐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쇠고기 관세도 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뼛조각 쇠고기 수입 여부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의 결과가 나온 후에 절차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은 계속됐다. 섬유는 미국이 수입액 기준 61% 제품에서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는 점과 무역구제에서 반덤핑 완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 점이 제시됐다.

김 본부장의 설명만 듣고 있으면, 한미FTA는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다 자세한 농업 민감 품목의 개방안이나 국내 자동차 시장 개방과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나 대기오염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카란 바티아 부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번 타결을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하고, "교역과 투자에서 장벽을 낮춰 양국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협상안은 전자상거래와 의약품, 금융 경쟁을 담는 등 최첨단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지적재산권을 늘리고, 투자자에게 강력한 보호를 제공하며, 노동과 환경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어느 한쪽도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다'"면서도 "두 민주국가가 개방시장을 통해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무사' 김종훈과 '아줌마' 커틀러가 본 한미FTA

한미 양국 협상대표격인 김현종과 바티아는 각자 발언이 끝난 후 기자회견장을 같이 떠났다. 그리곤 김종훈과 웬디 커틀러, 한미 양국 협상 대표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들은 서로 반갑게 웃었다. 이미 14개월째 만나온 터였다.

이번 FTA를 두고 어떤 점수를 주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커틀러 대표는 "A+를 주고 싶다"면서 "굉장히 고품질이며, 균형이 잘 잡힌 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첨단"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지적재산권과 전자상거래 등의 예를 들기도 했다.

김종훈 대표는 "'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인 만큼 그 자체로 세계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와 섬유시장의 개방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전반적인 협상결과가 양쪽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3000cc 이하 자동차가 이번 협상결과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섬유시장 개방에 대해선, "우리가 농업의 민감성을 주장한 만큼, 상대 쪽 민감성도 인정하면서 협상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커틀러에겐 개성공단과 쇠고기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왜 후퇴했느냐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협력"이라는 이유로 개성공단 문제에 협력했다고 전했다. 대신 쇠고기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선, "5월 국제수역사무국에서 미국 쇠고기 안전성 등이 결정되면, 한국이 미국 쇠고기를 즉각 개방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운명의 한미FTA를 진두에서 지휘했던 이들 4명.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성과물을 들고 각자의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다.

▲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FTA 협상타결 발표 기자회견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를 비롯한 한미 양측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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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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