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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전경
ⓒ 동국대 총동창회
얼마 전 동국대 총장으로 취임한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내년부터 교직원 연봉·성과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제안된 이번 연봉제 제안은 그동안 대학마다 연봉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공식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러나 언론에 부각되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묵혀진 비합리적인 일이 있다.

바로 타 종교에 대한 차별이다. 한국 불교 최대의 본산인 조계종이 재단인 동국대 학내에서는 현재 대체강좌 없는 종교수업 강요와 타종교 활동에 대한 불인정, 교직원 채용자격에서의 종교적 차별 등 현대판 종교 박해가 벌어지고 있다.

'참선'이 교양? 그렇다면 스님에게 '기도'하라고 한다면...

기자가 5년 전 동국대 신입생이었을 당시 경험이다. '자아와 명상' 첫 시간에 강사였던 스님으로부터 "혹시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학생이 절에 들어와서 참선하는 게 정 불편하다면 불교를 '종교'가 아닌 '교양'으로 들어라, 그래도 수업을 못 듣겠다면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어떤 학생은 결국 학교를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이 수업은 동국대 헌장(1998년 5월 13일 공표) 제5장 제16조(교양교육과정의 운영)에 "인격의 도야로 건학이념 실현을 위하여 2개 학기에 걸쳐 개설되는 자아와 명상 Ⅰ·Ⅱ를 필수과목으로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또한 학칙시행세칙(2006년 10월 9일 개정) 제9조에는 "필수과목을 1과목이라도 취득하지 아니한 자는 졸업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자아와 명상'이 비록 무학점 기초교양과목이지만 암묵적인 강제조항으로, 강좌를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당시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기자 또한 별다른 고민 없이 교양수준으로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대광고 '강의석 사건'이 발생하면서 뒤늦게 불교를 '교양'으로도 못 받아들이는 나머지에 대해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자아와 명상' 수업에 대해 동국대 홈페이지(2007년 현재)에 실린 강의계획서를 보면 '강좌개요'에 "사찰과 스님에 대한 기초예절부터 시작하여 기본적인 불교의 개념을 소개한다"고 돼 있다. 이어서 "매 시간 실시하는 참선의 시간을 통해 수행의 의미와 종교인의 자세를 깨닫도록 한다"며, '참선'을 요구하고 있다.

자아와 명상 수업을 담당한 스님은 앞서 밝혔듯이 참선을 교양수준으로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역지사지해서 기독교의 '기도'를 스님에게 교양으로 해보라고 한다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선은 개인의 종교적 양심을 건드리는 분명한 종교적 의식이다. 본 수업이 종교수업이 아니라 교양이라는 스님의 말을 믿고 싶더라도 학칙에 "다만, 승적증명서를 제출한 승려의 경우에는 자아와 명상 Ⅰ·Ⅱ에 대하여 이수를 면제할 수 있다"(학칙시행세칙 제9조)라는 조항을 보면, 역사 자아와 명상이 종교수업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강의계획서에선 자아와 명상 강좌의 목표를 "'참된 나'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활기찬 대학생활은 물론이요 인생의 바른 좌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하는 방법은 참선이 아니어도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참선을 교양수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자아와 명상 수업을 종교수업으로 받아들이고 타종교를 신앙으로 삼는 학생들의 양심까지 학교 측이 배려할 줄 안다면 마땅히 대체강좌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른 학교와 대조되는 타종교 동아리 활동 불허

▲ 대다수 학교들과는 달리 동국대는 타종교 동아리 활동을 불인정하고 있다
ⓒ 동국대 기독인 연합회 제공
동국대가 종교 강좌와 함께 타종교 동아리 활동을 허가하지 않는 것 또한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현재 대순진리회가 재단인 대진대나 원불교인 원광대 등 종교재단의 학교에서는 타 종교서클에 대해서 정기 동아리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들 학교가 해당학교 재단의 종교와 다른 타 종교동아리 활동을 쉽게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령 기독교재단인 숭실대의 경우에는 1987년 불교동아리 서클 등록에 대한 성명서 낭독과 법무를 공연하고서 교내에서 정근법회를 여는 등의 불법(不法) 행사를 강행한 연후에 1988년에 숭실대 종교학생협의회를 발족하여 불교학생회, 기독교학생회, 가톨릭학생회가 모여서 기독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불교학생회가 인정받게 되었다.

숭실대 사례에 비춰볼 때, 타 종교 동아리들이 동아리 불인정에 대한 불법투쟁을 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학내 여론에 비춰 그리 유용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음은 동국대 기독인연합회장이었던 한 재학생 증언의 일부다. 지난해 2006년 11월 16일 서울경기지역 기독교연합대표자 모임을 하기 위해 강의실을 빌리고자 했던 재학생은 학교로부터 거절당했다.

당시 학생복지실 교직원은 "학교에서 기독인 모임 즉 예배 및 기도회를 하는 것은 학칙에 어긋난다"며 "학칙에 건학이념을 고의로 어기는 자는 처벌한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 학생은 "우리가 학생으로서 기독인 모임을 하는 것이 어떻게 건학이념을 고의로 어기는 것인가?"라고 따졌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그 학생이 다시 "광의로 해석한다고 해도 그것이 말이 되나? '아예 학교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회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명시해야 되지 않나?"고 묻자 직원은 "그렇지 않아도 내년 정도에 그것을 명확히 학칙에 넣으려고 한다"고 대답했다.(그 학생은 향후 학교를 상대로 동아리 합법화 투쟁을 위해서 대화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본 기자가 대화록에 대한 진위 확인을 위하여 지난 3월 27일, 동국대에 확인해본 결과, 시설관리팀 직원은 "건학이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대화록과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학생처 관계자는 강의실 예배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학칙에 넣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학칙으로 문서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예배행위 금지에 대해서는 "학생처에서는 관습법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해 이를 뒷받침했다.

학생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로 학생활동·장학금·포상·징계에 관한 학칙 제11장(2006년 12월 18일 공표) 제59조 2항에는 "학생은 학교의 기본적인 기능인 수업과 연구를 포함한 제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행위와 건학이념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는데, 학생처는 "집단적인 행위"와 "건학이념에 위배되는 행위"에 강의실 예배행위를 '관습적'으로 적용시키고 있었다.

더불어 학생처 관계자는 타종교 동아리가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차별 때문이 아니라 연합동아리에 신청한 동아리가 10여 개가 밀려 있다는 행정적인 이유를 강조했으나 학교가 개교한 지 100년이 넘어가는 동안 타종교 동아리를 여느 레저 동아리와 동급으로 취급하며 단순히 행정적인 사유로 공식화가 안됐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한편 현 C.C.C 동국대 대표인 김현모씨는 이러한 "행정적 이유를 대는 것 자체가 타종교 동아리 합법화를 부드럽게 지연시키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상세계의 구현에 타 종교인은 제외되는가

마지막으로 교직원이 강의실을 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칙에 건학이념을 고의로 어기는 자는 처벌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는 주장을 짚어보면 과연 동국대의 건학이념을 제대로 알고 말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다음은 동국대 건학이념(학칙 제1장 총칙 제1조)이다.

"본교는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 세계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한다."

여기서 밝히고 있는 '불교정신'의 범주가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널리 읽혀지고 있는 불경인 <금강경>에서도 "마땅히 법(부처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말 것이며, 법이 아닌 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느리라. 이치가 이러하므로 여래는 항상 설하기를 너희 비구는 나의 설법이 뗏목의 비유와 같음을 알아차려 법마저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아님에 있어서는 어찌 아니 버릴소냐"며 부처의 자비와 관용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학문·사상의 자유가 자비와 통한다는 정도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교직원의 변명이야말로 건학이념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 '이상세계의 구현'에 타종교인이 제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정규직 조교를 채용하는 데도 수계 요구

▲ 사찰의 신도임을 증명해주는 불교도 신행증이다. 교직원 임용공고란에 본 신행증의 한글파일까지 친절하게(?) 링크되어 있었다. 이는 곧 불교도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수계를 받고서 지원하라는 의미다.
ⓒ 황진태
교직원과 교수 채용 시에도 종교적 차별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불교도를 채용하며 만약에 무교인 사람은 임용 전에 3박 4일 입산수도 후 수계를 받아서 임용을 받는다.

교수 채용공고 '지원자격'에는 "본교의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을 이해하고 그 신앙생활에 동참하는 분"이라고 명문화되어 있으며, 동국대 직원 채용공고(2007년 3월 21일 공고)를 보면 '공통자격'에 "본 대학교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을 이해하고 그 신앙생활에 동참하는 자"를, '제출서류' 부분에는 "불교도신행증(소정양식) 1부-필수제출서류임(서류전형합격 후 제출 가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행정직(법사)을 뽑는 경우에는 직책의 특성상 "공통자격자로 불교 관련학과 전공자(법사 경력자 우대)"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종교와 상관없는 일반직인 건축토목, 전산직, 사서직까지 지원자의 신앙이 불교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적 차별정책이다. 기자의 취재 결과 정규직인 교직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인 조교를 뽑을 때조차도 수계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의 쇄신이 관건

지난해 2006년 동국대 이사장으로 새로 부임한 영배 스님은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대학을 비롯한 법인 산하의 모든 기관들이 자율과 분권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의 구각을 벗고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사장실의 문호를 활짝 열어 누구든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것이며 현안이 있으면 어디든 직접 찾아갈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열린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동국대 이사장이란 직위는 조계종 총무원장, 불교방송 이사장과 더불어 일명 불교계의 최고 3대 권위자 중의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물적, 상징적 지위 아래서 이사회 일원은 총 12명 중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려다.

즉 이번에 언급된 일련의 사건 고리들을 풀 수 있는 단초는 무엇보다도 동국대의 핵심적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쇄신이 필수조건이다. 타종교를 갖고 있는 동국대생의 양심에 통증을 일으키는 현행 종교 강좌 교체와 타종교 동아리의 공식적인 활동, 남아도는 빈 강의실 하나 정도를 빌려주는 최소한의 지원이 동시에 돼야 할 것이다.

이는 초대총장이자 친일파로 알려진 권상로로부터 시작된 오욕의 역사에 대한 뒤늦은 대국민 사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학의 기능을 상실하고 강정구 교수를 쫓아낸 것에 대한 복직 조치와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수렴과 조치야말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의 껍질을 벗고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사장 취임사의 진정성을 믿게 만들 것이다. 또한 신임 총장이 교수 연봉제를 통해서 강조했던 합리성이라는 가치도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향후 타종교를 믿는 학생들을 향한 부처님의 냉소가 염화미소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종교 자유는 인정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인정할 수 없다?
[인터뷰] 한국대학생선교회 동국대 대표 김현모씨(02학번)

▲ 한국대학생선교회 동국대 대표 김현모씨(02학번)
ⓒ황진태

- 강의실은 어떻게 신청하는 것인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강의실을 빌리게 되면 학교에서 거부하기 때문에 기독교 이름으로 강의실을 신청할 수 없다. 그래서 영어스터디 등의 다른 목적을 적기도 한다."

- 학교 측에서 강의실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현재는 어떻게 모임을 진행하는가.
"주변에 있는 교회 등에서 예배실을 빌려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 종교의 자유는 엄연히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학교 측에선 어떻게 해명하는지?
"학교 측에서도 종교의 자유는 인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종교 표현의 자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찬양, 기도 등을 하는 기독교의 표현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모순으로 들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동국대는 불교종합대학이지 불교신학대학이 아니다. 만약 학교 측의 주장대로 학교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절'이라고 한다면 학교 내에서 행해지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흡연, 음주, 각종 공연(소란스럽고 불교 이념에 걸맞지 않은…) 등의 활동이 (그들의 주장대로 학교 전체가 하나의 절이라면) 절 안에서 기독교적 행위에 대해서만 제재한다면 이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학교의 이념을 바꾸려 한다면 불교적인 행위를 드러내놓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동국대 내에서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성경을 공부하고 예배를 드리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등의 권리를 학교 측에서 제한한다면, 이것은 동국대 일원이라면 분명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 학교를 상대로 앞으로 어떻게 동아리 합법화 활동을 할 것인지?
"교내 학생들의 동의여론을 얻어내고 동연(동아리연합) 측에 정식으로 공식 동아리 승인 신청을 계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 학교에 바라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있다면?
"자신의 신앙과 의지대로 활동하고 그 활동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며, 자유롭게 학교 내에서의 순수한 집회와 결사가 가능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통용되고, 때로는 건전하게 비판도 되는 상식과 이성이 통하는 학교생활이다." / 황진태

태그:#동국대, #오영교, #종교, #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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